남과 북의 ‘김정숙 띄우기’
남과 북의 ‘김정숙 띄우기’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03 15: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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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칼럼]

일명 ‘크리스마스이브’로 불리는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은 북한에서 전혀 다른 의미의 국가적 명절이다.

바로 김일성의 본처이자 김정일의 친모, 즉 김정은의 할머니가 되는 김정숙(金正淑)의 ‘탄생일’로서 2017년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북한은 매년 이날이 다가오면 수일 전부터 전국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느라 분주하다.

우선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언론매체를 총동원해 김정숙 우상화 영상물이나 기사, 시 수필 등을 연일 보도하면서 전국의 각 사회단체, 군부대, 공장과 농장, 학교들마다 김정숙 우상화를 위한 사상교양학습을 의무적으로 진행한다.

북한 김정숙 탄생 100돌을 기념한 중앙미술전시회가 개막했다고 지난해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
북한 김정숙 탄생 100돌을 기념한 중앙미술전시회가 개막했다고 지난해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

북한의 11년제 의무교육 과정에 김일성, 김정일의 혁명역사 및 혁명활동 과목에 이어 김정숙의 혁명역사와 혁명활동(어린 시절) 과목이 별도로 개설되어 있으며 ‘항일의 여성영웅 이시며 불요불굴의 (공산주의)혁명투사이신 김정숙 어머님(여사)의 혁명활동 도록’이라는 김정숙 어록이 편찬되어 북한초중고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김일성, 김정일 어록(도록)과 더불어 필히 암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북한의 신행정구역 개편으로 양강도에 속해진 과거의 함경도 신파군(新坡郡)은 김정숙의 이름을 붙여 ‘김정숙군(群)’으로 명명되었으며 그가 태어난 함북 회령시 오산덕에는 김정숙 생가를 복원해 성지화(聖地化) 했다.

김정숙의 시신은 평양시에 위치한 대성산 혁명열사릉(남한의 국립현충원에 해당)의 맨 윗열에 안장되었고 그 위에 동(銅)으로 된 김정숙의 반신상을 세웠다.

김정숙의 생가와 함께 열사릉에 세워진 김정숙 반신상은 북한 주민뿐 아니라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및 해외 인사까지 강제적으로 참배해야 하는 그야말로 ‘북한판 성지순례 필수코스’ 중 하나이다.

북한에서 ‘혁명의 어머니’, ‘항일의 여성영웅’, ‘백두의 여장군’, ‘수령님의 친위전사’, ‘불요불굴의 혁명투사’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며 죽은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상화 되고 있는 북한 김정숙,

그의 생일 100주년을 맞으며 김정숙 찬양에 분주한 북한에 대해 “北, 김정숙 띄우기... 이설주 우상화 예고편?”, “성탄 전야는 ‘김정숙 생일’...조모 띄우기”, “北 매체, 김정은 조모 김정숙 띄우기” 등 남한 언론들의 조소가 줄을 이었다.

북한 평양시에 위치한 대성산혁명열사능에 세워진 김정숙의 반신상.
북한 평양시에 위치한 대성산혁명열사능에 세워진 김정숙의 반신상.

하지만 북한 못지않게 경쟁적으로 ‘김정숙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남한 언론들이 북한의 ‘김정숙 띄우기’를 마냥 비난할 처지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로 영부인이 된 남한의 김정숙(金正淑) 여사에 대한 남한 언론들의 ‘충성스러운’ 찬양에 북한 김정숙이 울고 갈 정도이다.

‘북한판 성모 마리아’ 김정숙과 한자(漢字)까지 꼭 같은 남한의 영부인 김정숙(金正淑) 여사, 아이러닉하게도 인터넷 검색포털에 “김정숙”을 검색하면 북한의 김정숙과 남한의 김정숙 관련 기사가 같이 등장한다.

문제는 기사의 종류가 ‘김정숙 띄우는 북한소식’을 다룬 기사와 그냥 ‘김정숙을 띄우고 있는’ 기사 제목 두 부류라는 것이다.

[김정숙 여사, 동대문서 옷감 고르다가 찰칵]-  2017.12.19.-중앙일보
[김정숙 여사 생일… 지지자들 ‘사랑해요 김정숙’ 이벤트]-  2017.11.15.-신아일보
[김정숙 여사 귀국…환한 미소 ‘방긋’]-2017.12.17.-MBN
[김정숙 여사가 만든 곶감 맛은? 고민정 靑 부대변인 후기 전해]-2017.12.19.-세계일보
[김정숙 여사가 손수 만든 곶감, 미혼모 모임에 선물…]-2017.11.26.-이코노뉴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지율 높아…]-2017.11.27.-문화뉴스
[‘내조의 여왕’ 김정숙 여사,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통관리!’]-2017.12.13.-더팩트
[김정숙 여사, 여전한 ‘꽃미소’로 논란 비켜가]-2017.11.26.-기호일보
[곶감 말리는 김정숙 여사 사진 잇단 공개에 “현모양처보다...”]-2017.11.26.-중앙일보
[김정숙 여사, 스카프 두 개로 중국 인사와 마음 나눈 사연]-2017.12.15.-중앙일보
[김정숙 여사, 中 거리서 붉은 옷 입고 “복 많이 올 것”]-2017.12.15.-중앙
[김정숙 여사, 재외공관장 배우자 160명 초청 격려 오찬]-2017.12.21.-매일경제
[문 대통령 방중 출국...김정숙 여사의 내조]-2017.12.13.-뉴스1 
[文 대통령-김정숙 여사, 中 서민 식당에 ‘깜짝 등장’]-2017.12.14.-신아일보
[김정숙 여사, ‘우블리’ 부부와 얼후 삼매경]-2017.12.13.-뉴스토마토
[품격있는 김정숙 여사의 ‘방문객’ 시 낭송 영상]-2017.12.14.-국민일보
[中 국가대극원, 김정숙 여사 방문 전 ‘청소 돌입’]-2017.12.15.봉황망 코리아
[김정숙 여사, 中 펑리위안에 국산 화장품 선물 ‘화제’]-2017.12.19.-채널A
[정유미, 아이유, 김정숙 여사…2017년 달군 패션아이템 셋]-2017.12.16.-머니투데이
[중국 소후닷컴,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러브스토리와 성장과정 25장 사진에 담아 소개]-2017.12.15.-중도일보

아무리 촛불로 들어선 정권이라지만 소위 민주국가의 저널리즘이 고작 ‘조선시대 국모 찬양’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인가. 북한 수령가문의 극단적 우상화에 신물이 난 기자의 입장에서 북한노동당 어용언론과 유사한 현상을 보이는 남한 언론의 유치찬란한 작태에 쓴 웃음이 나온다.

언론들의 이러한 ‘김정숙 띄우기’ 보도에 대해 한 네티즌은 “박정희도 이 정도까지의 독재와 언론장악은 못 했다. 정말 언론장악 대단하다. 정말 위대하다 우리 독재자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 문재인 대통령은 전 세계의 흐름은 상관하지 않는 나 홀로 독고다이, UAE 국교 단절 협박에도 국민들을 개돼지로 여기면서 이렇게 언론플레이 하다니~”등 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또 이런 남한 언론을 마냥 비난할 형편도 못된다. 청와대 스스로가 북한의 ‘김정숙 우상화’ 방식으로 대통령과 영부인을 우상화 하고 있으니 말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첫 메뉴 <문재인 대통령>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라는 코너와 함께 <김정숙의 말과 글>이라는 별도 코너가 개설되어 영부인의 어록과 업적, 인생 스토리를 기재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첫 메뉴 '문재인 대통령'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라는 코너와 함께 '김정숙의 말과 글'이라는 별도 코너가 개설되어 영부인의 어록과 업적, 인생스토리를 기재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첫 메뉴 '문재인 대통령'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라는 코너와 함께 '김정숙의 말과 글'이라는 별도 코너가 개설되어 영부인의 어록과 업적, 인생스토리를 기재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문 정부 들어 달라진 청와대 홈페이지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청와대가 ‘평양 주석궁’을 벤치마킹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부 홍보영상에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섬뜩한 자막이 삽입되어 있다. 분명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구소련의 볼셰비키 선동삐라에서나 볼 수 있는 극히 ‘공산주의스러운’ 문구이다.

남편이 신격화된 공산국가의 초대 수령 김일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북조선의 마리아’로 칭송받게 된 북한의 김정숙처럼 남한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남편이 촛불혁명정권의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자신에 대한 ‘편승적 우상화’가 마냥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김정숙 여사의 마음이 착하고 순수하다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유치한 북한식 우상화의 뒷면에 한때 북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맹신, 몽둥이와 화염병을 들고 반정부 좌익운동에 매진했던 운동권 대부들이 촘촘히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상화 되어 가는 대통령 내외보다 청와대를 장악한 운동권 출신의 우상화 주역들에게 고스란히 맡겨진 대한민국이 불쌍할 뿐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부 홍보영상에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섬뜩한 자막이 삽입되어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부 홍보영상에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섬뜩한 자막이 삽입되어 있다.

1917년 12월 24일 북한 함경북도 회령군 오산덕에서 태어나 1937년 중국공산당 입당한 ‘북한 김정숙’은 1940년부터 김일성과 동거를 시작했다.

김정숙은 1941년 2월 16일 구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첫째 김정일(본명 김유라)와 1944년 둘째 김만일(본명 김슈라, 1947년 여름 김일성 관저 연못에 빠져 익사)을 낳았고 1945년 8월 일제가 패망한 후인 9월 초 어린 나이의 김정일과 함께 소련군함을 타고 원산항으로 귀국했다.

김일성이 북한 정권의 공식 지도자가 되고 김정숙은 1946년 5월에 셋째인 딸 김경희를 낳았지만 33세인 1949년 9월 김일성의 넷째 아이를 사산(死産)하고 심한 하혈에 의한 쇼크로 사망했다.

항간에서는 김일성이 자신의 비서였던 김성애(김정숙 사망 후 김일성의 둘째 처가 됨)와 바람난 사실을 알게 된 김정숙이 화를 못 이겨 출산 중 자신의 하혈을 치료하려는 의사의 접근을 거부하다가 혼자 숨을 거뒀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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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떡갈B 2018-04-06 16:03:19
좌좀들은 할 말 이 없으면 욕을한다. -볼테르-

ㅉㅉ 2018-01-05 17:21:30
기사 수준이... 못봐줄 정도 군요...

뭐래는거야 2018-01-04 18:13:20
ㅋㅋㅋ소설을 써라 기레기야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