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속출한 2017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신기록 속출한 2017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8.01.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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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슈퍼 그뤠잇’ 글로벌 미술시장 2017

2017년 세계 미술시장에서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그뤠잇이 계속되었다. 어림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초고가들이어서 스튜핏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먼 미래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울트라 슈퍼 그뤠잇이다. 개그맨 김생민이 <영수증>이란 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두 단어가 그뤠잇과 스튜핏이다.

일반인이나 연예인의 영수증을 보고 착한 소비지출을 안내해주는 프로에서 잘 한 경우 그뤠잇을 외치고, 더 잘 한 경우 슈퍼 그뤠잇을, 그리고 아주 잘 한 일은 울트라 슈퍼 그뤠잇이라고 외친다.

지난 한 해는 국내외에서 그뤠잇이 이어졌고, 새로운 기록이 쏟아지면서 울트라 슈퍼 그뤠잇 현상이 등장한 것이다.

치바이스의 '산수십이조병' 경매 장면 / 사진 polyAuction
치바이스의 '산수십이조병' 경매 장면 / 사진 polyAuction

모나리자 vs 구세주 : 다빈치의 부활

세계 미술시장을 이끄는 뉴욕과 런던의 서양 미술품 경매는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모네(Claude Monet,1840~ 1926), 워홀(Andy Warhol,1928~1987),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 샤갈(Marc Chagall, 1887~1985),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1884~1920),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 톰블리(Cy Twombly, 1928~2011), 뭉크(Edvard Munch,1863~1944),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 등이 낙찰 총액으로 주도권 쟁탈을 벌인다.

2017년 10월까지 경매를 통해 팔린 공식적인 미술품 최고가는 2015년 5월 11일 크리스티 뉴욕에서 1억 7936만 달러(1976억 원)에 팔린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었다.

그 전에는 모딜리아니의 <누드>가 1억 7220만 달러(1895억 원),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화>가 1억 5120만 달러(1665억 원), 베이컨의 <루시안 프로이드의 세가지 해석>이 1억 4640만 달러(1611억 원),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가 1억 4320만 달러(1576억 원),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1억 3210만 달러(1454억 원) 등으로 1000억 원대의 소폭 상승 게임이었다.

그러나 2017년 11월 15일 크리스티 뉴욕의‘전후(Post-War)와 현대미술(Contem porary Art): 이브닝 세일’에서 다빈치(Da Vinch Leonardo: 1452-1519)의 <구세주>(Salvator Mundi, 1500년경, Oil on panel, 65.7x45.7cm)가 4억 5031만 2500달러(4989억 4625만 원=약 5000억 원)에 팔리며 1000억 원대에서 계속되던 최고가 시소게임이 한 방에 무너졌다.

경매에서 거래된 1억 달러대의 최고가뿐만 아니라, 개인 간에 거래된 2억 달러짜리 폴록의 <Number 17A>, 2억 6600만 달러에 거래된 세잔의 <The Card Players>, 그리고 3억 300만 달러에 거래된 쿠닝의 <Interchange>가 세운 개인 간 거래 기록까지 모두 갈아치운 신기록이었다.

치바이스의 작품 '산수십이조병' (1925) / 사진 polyAuction
치바이스의 작품 '산수십이조병' (1925) / 사진 polyAuction

이전의 공식 최고가 2.5배 판매라는 경이적인 사실과 함께 세계를 놀라게 한 일은 실제 구매자가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 정부였다는 점이었다.

경매 직후 많은 사람들이 구매자는 통큰 중국인일 것으로 추측했었는데, 몇 주 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분관을 세운 UAE의 아부다비 정부가 구입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의장은 <구세주>를 전시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쁜 일이고 새로 개장한 박물관을 세계에 알리는 자신들의 임무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될 다빈치의    <구세주>는 프랑스 루브르를 대표하는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쌍벽을 이루며 세계인의 관심을 끌 것이다.

각국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기관에서 걸작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한 번 실감했을 것이다.

세계 2000여 개에 달하는 대표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자체 예산, 정부와 지자체 후원금, 기부 그리고 후원회를 조직해 유명 작가의 걸작을 소장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고, 각국은 걸작의 소장을 통해 전통 있는 역사와 문화 강국임을 보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한다.

서구 미술시장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러시아 개인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던 걸작이 중동의 조그만 국가 박물관에 팔린 한 달 후 2017년 12월 17일(일요일)에 중국 미술시장에서는 중국의 국력과 국화(國畵)라고 칭하는 동양화의 위용을 발휘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2011년 중국 베이징의 경매회사 쟈더(嘉德)에서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의 작품 <송백고립도-전서사언련(松柏高立圖-篆書四言聯)>이 4억 2550만 위안(714억 5000만 원)에 낙찰되어 이미 명성을 날렸고, 12곡 병풍 <산수십이조병(山水十二條屛)>이 6년 후에 베이징 빠오리(保利)의 특별경매에서 중국 미술품 최고가인 9억 3150만 위안(1536억 원)에 낙찰되어 중국 미술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다빈치의 '구세주' (1500년경) / 사진 Christie Korea
다빈치의 '구세주' (1500년경) / 사진 Christie Korea

중국 미술의 거장 치바이스의 포효

치바이스의 <산수십이조병> 낙찰가 1536억 원은 작가 최고가 기록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미술품의 가치를 ‘1억 위안’에서 ‘1억 달러’로 격상시켜 서구 미술시장의 전유물로 여기던 ‘1억 달러 클럽’에 진입하는 성과까지 달성했다.

최고가 기록의 최대 요인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걸작이 지인과 제자의 손을 거쳐 경매에 출품되었고, 20회에 달하는 전시를 통해 소장 이력이 명확했던 점이다.

그리고 12곡 병풍마다 자작시가 들어 있고, 늘 애용하던 낙관이 찍혀 있어 진품임이 확실하고, 치바이스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시서화인(詩書畵印=시서화각)’의 4대 요소가 작품마다 가득했던 점이 낙찰가를 대폭 끌어올렸다.

크리스티의 경매 장면. / 사진 Chriestice Korea
크리스티의 경매 장면. / 사진 Chriestice Korea

김환기 무제 65억 원, 100억 원의 꿈을 열다

치바이스 <산수십이조병>의 중국 미술품 최고가 신기록은 중국 미술시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장다치앤(張大千:1899~1983), 우관중(吳冠中:1919~2010), 후바오스(傅抱石:1904~1965), 우창숴(吳昌碩:1844~1927), 리커런(李可染:1907~1989), 추이루줘(崔如琢: 1944~ ) 등의 중국 전통화인 국화 작가들의 역량과 서화작가들의 자긍심을 세계에 알리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

치바이스의 최고가 경신으로 최근 몇 년간 가라앉아 있던 현대 유화작가들까지 서서히 움직이는 분위기이다. 또 다시 중국 현대미술 시장이 불타오를 기세다.

세계 미술시장이 요동을 친 2017년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흥분과 꿈의 사건이 일어났다. K옥션 4월 12일 경매에서 김환기의 <고요>(Tranquillity 5-IV-73 #310)가 2분 24초 동안 반복되는 응찰 경쟁을 통해 65억 5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로써 2007년 박수근의 <빨래터>가 세운 45억 2000만 원의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이 김환기에 의해 2015년 4월을 시작으로 2016년 4월, 6월, 11월, 그리고 2017년 4월의 5연타 경신을 거쳐 65억 원대까지 도달했으며, 1000만 달러(100억 원대) 진입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2014년부터 불기 시작한 세계 미술시장의 추상미술 붐과 궤를 같이해 국내의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단색화 작가의 스승이며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작품 중 특히 인기가 높은 말년의 전면 점화 작품이 한국 미술품 최고가 경신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한국 미술시장도 지난 10년 동안 2006-7년간의 박수근 주도 시대, 2010년부터의 이우환 주도 시대를 지나 2014년부터 김환기의 선두 랠리 시대로 바뀌었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미술품의 최고 낙찰가와 거래가가 계속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부, 즉 소득이 증가하고 큰돈을 가진 부자나 기관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내놓을 좋은 작품이 있고 그것을 구입할 구매자가 있을 때 가능하다.

다른 요인은 그러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의식 수준이다. 정부의 정책, 시장의 신뢰, 컬렉터의 의식이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나라의 미래는 그래서 아름답다. 울트라 슈퍼 그뤠잇 미술시장 2017에 건배하며 2018에도 앵콜을 부탁해!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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