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운동 판 바꾸려는 젊은 반항인, 한국판 살롱문화를 꿈꾼다
문화운동 판 바꾸려는 젊은 반항인, 한국판 살롱문화를 꿈꾼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10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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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결 라운지 리버티(LOUNGE LIBERTY) 대표 [인터뷰]
듣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판 살롱문화를 꿈꾸는가 싶었다. “국사책에 나오는 게 최종목표예요. 2018년 라운지 리버티에 어떤 인물들이 모여 결의하고 활동했다고 나오는 거죠. 라운지 리버티를 배경으로 사건 사고들이 기술되고 인물들에 대한 영화가 만들어지고...너무 멀리 갔나요?” 예의바른 태도로 수줍게 쳐다보는 표정에선 어떤 당돌함이 묻어났다.
보수우파가 궤멸되어간다는 비명이 사방에서 울리는 와중에 우파 문화운동을 곧 시작한다는 청년을 만났다. 박 결이란 외자 이름의 33세 이 청년은 페이스북을 시작한 지 몇 달 안 돼 금세 주목을 받았다.
작년 말 탄핵사태에 충격을 받고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국 유학 생활을 접었다는 그. 느즈막한 오후 신촌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서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며 그의 원대한 꿈을 들었다. ‘이 시기에 우파운동을?’ 실눈을 뜬 채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시작했던 인터뷰는 느낌표로 마쳤다.
박  결 라운지 리버티(LOUNGE LIBERTY) 대표
박 결 라운지 리버티(LOUNGE LIBERTY) 대표

- 이름이 특이합니다.

아버지께서 20대 때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이라는 책을 읽으시곤 제가 그 시대에 맞는 인물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에서 결로 지어주셨어요. 그리고 물결은 계속 흐르니까 멈추지 말고 흐르라는 의미도 있고요.

- 라운지 리버티(LOUNGE LIBERTY) 를 ‘우파의 문화 배양소’로 소개했는데, 어떻게 이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박결은 12월 7일자 서대문구청장으로부터 받은 영업신고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해 놓고 있다. 영업소 명칭은 ‘라운지 리버티’ 영업의 종류는 식품접객업, 영업의 형태는 일반음식점이다.)

“설명하면 좀 길어요. 한국외국어대 학부 과정에서 독일어, 문화콘텐츠를 복수전공한 뒤 문화콘텐츠학으로 석사를 마쳤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에 가 문화산업 전공으로 공부를 하던 중 마지막 학기에 탄핵사건이 터진 거예요. 충격을 좀 받았죠. ‘아 이대로 있다가는 안 되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일단 페이스북을 시작했어요.

- 페이스북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은 거예요?

페북을 시작하면서 처음 한 게 보수정당의 제일 높은 홍준표 대표님에게 편지를 보낸 일이었어요. 무엇이라도 돕고 싶었거든요. 저를 불러주면 쓰실 때가 있을 거라고, 제가 아이디어를 드리고 싶다고, ‘청년 박결을 불러주십시오’라고 썼죠.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워요. 전 홍 대표님이 문화를 이용할 줄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정치권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전혀 몰랐고 청년단체가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어요. 무작정 대차게 질러본 거죠. 나중에 페북에 그 글 공개했다가 욕 많이 먹었어요. (웃음)

- 홍준표 대표로부터 반응이 왔는지는 나중에 들려줘요. 그래서 페북을 통해 우파 문화의 척박함을 깨달았다는 건가요?

네, 제가 페북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우파의 문화가 없구나, 아니 존재하질 않는구나 였어요. 우익 사람들은 문화와 예술을 혼동해요. 사실 예술은 문화의 하위 장르일 뿐이거든요. ‘우리도 문화를 키워야 해’ 하면서 하는 일이 콘서트를 한다거나 시위를 즐겁게 하자 정도예요. 아니면 영화를 만들자는 정도랄까요? 그런 건 문화라기보다 단발성 퍼포먼스인 거죠. 문화는 그것보다 훨씬 위의 단계이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모여야 자랄 수 있는 거예요.

이벤트는 ‘보여주기’예요. 근데 보는 사람이 지치거든요. 아무리 재밌는 개그콘서트도 1시간 이상 보기 힘들어요. 문화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일단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장소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우파는 그런 장소가 대학로나 강남역 거리 등 집회 장소 위주로 돼 있어요.

그런 장소들은 우리의 기억들이 묻어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가령 기자님과 제가 지금 대화하고 있는 이곳 카페는 우리가 이곳을 나가면 지금의 만남은 그냥 날아가 버리는 거잖아요? 하지만 장소가 정해져 있으면 그 장소에 모인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이 장소에 들러붙고 쌓이고 묻어나고 덧입혀지는 거거든요.

문화가 자라는 데 필요한 건 ‘잉여력’

- 듣고 보니 그렇군요.

문화는 거기서부터 생성되는 거죠. 우리의 기억과 추억을 묻힐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불꽃놀이처럼 단발성 이벤트로 터트리고 날아가 버리는 거예요. 우리만의 아지트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내가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아지트가 아니라, 우파가 아닌 어느 누가 봐도 ‘나도 저기 한번 가보고 싶다’고 느낄 만한 고급지고 세련된 장소요. 거기서부터 시작이죠. 자양분은 라운지 리버티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낼 거예요. 저는 이걸 잉여력이라고 표현해요. 사실 문화가 자라려면 잉여력이 필요하거든요.

- 사업 구상은 그렇다 쳐도 자금 마련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프리랜서로 기획 일을 하는 곳이 있는데, 그 일을 하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았어요. 나머지는 집안 어르신에 보증금을 빌렸고요. 나름의 계약서를 썼고 나중에 갚기로 했어요. 저는 오픈 때까지는 후원을 안 받는 게 목표에요. 지금 우파 운동은 약간 문제가 있어요.

후원을 받아 벌이는 행사나 작품이 아무리 화려하고 성대해도 일회성 불꽃놀이거든요. 빵 하고 터질 땐 예쁘지만 끝나면 치워야 할 쓰레기가 남는 거죠. 그러면 다음 이벤트로, 다음 세대에게로 넘어갈 수 없어요. 후원의 악순환이 생겨요. 제가 만드는 공간은 우파의 이념에 맞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당한 돈을 지불하는 겁니다. 후원금을 왕창 모아서 나누는 식은 좌파식이라고 생각해요.

- 김어준도 놀러올 정도의 우파 아지트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욕심 아니에요?

좌파들의 아지트로 알려진 벙커1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은 문화이벤트로 1년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철학자 강신주에 반대하는 강좌 등등 좌파의 사상으로 무장한 문화 공연이벤트가 계속 있는 거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서울에 오면 벙커1에 놀러가서 사진을 찍고요.

가보면 김어준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신기하겠죠. 거길 다녀갔다는 경험만으로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끼죠. 그게 문화가 돼 버리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참 무서운 건데, 우파도 그렇게 하자는 거죠.  제가 마련한 공간에 김어준도 놀러오고 이념을 떠나 친해질 수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닐까요?

- 페북에서 ‘젊은 꼰대’에 관해 썰을 푼 적 있죠? 어떤 행태들이 꼴 보기 싫던가요.

꼰대들은 자기가 꼰대인줄 몰라요. 그게 꼰대거든요. 꼰대를 정의하라면 저는 ‘자기가 꼰대인 줄 모르는 사람’ 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거기서부터 꼰대가 시작되는 거예요. 저는 현재 자유한국당이 우파의 대안이다, 희망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자유한국당을 위해 청년들이 입맛에 맞게 움직여주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젊은 꼰대들은 한국당 입맛에 맞는 목소리만 내고, 한국당에서 좋아할 법한 행동만 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그냥 기성 정치인들의 리틀 버전에 불과한 거죠. 그들 모습을 보면 벌써부터 숨통이 조이는 듯한데 성장했을 때 지금의 어르신들보다 훨씬 더 심해질 거예요. 절대 남의 말을 듣지 않겠죠.

그가 독설가 고든 램지에 주목한 이유

- 보수우파가 망해가는 이유를 고든램지를 들어 비유를 해 재미있었어요.

고든 램지가 얼마 전에 한국에 왔잖아요. 주류 회사 광고를 찍고 TV프로그램에도 출연했죠. 우리가 봤을 때 되게 신기한 거예요. 그런 세계적인 스타가, 그것도 우리가 다운받아 보던 프로그램에 나온 영국의 슈퍼스타가 국내 광고에 출연하다니요. 그 사람이 활동하는 모습을 쭉 봤어요.

고든 램지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직설적으로 욕하고 던져버려요. 자기 할 말 다 하죠. 근데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분명 그런 태도가 불쾌할 수 있거든요. 저는 고든 램지를 보면서 보수우파가 왜 안 되는지 느끼겠더라고요. 고든 램지는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지만 이미지를 관리할 줄 알아요. 대중친화적인 게 무엇인지도 알죠. 무엇보다 밑바닥에서부터 실력을 쌓은 실력파라 매력이 있어요. 고든 램지가 오픈한 레스토랑 1호점에 아내와 함께 가본 적이 있어요.

음식 맛이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더라고요. 그 정도의 실력이 있으니까 배짱이 있고 쇼맨십도 나오고 자기를 마케팅 할 줄 알고 멘토로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아 저 사람이 하는 말은 아프지만 새겨들을 만하다’고 수긍하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가족들과 나온 방송을 보면 되게 가정적이에요. 푼수끼도 있죠.

- 보수는 고든 램지를 배워야 하나요.

배울 건 배워야죠. 보수도 그런 걸 배워야 해요. 보수는 속된 말로 너무 가오를 잡으려고 해요.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어요. 대중은 그런 모습을 좋아할 수 없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말이 안 통할 것 같고, 우리를 억압적으로 가르치려 들 것 같고요. 그런 점에서 고든 램지가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봐요.

- 말 나온 김에 아내와의 로맨스 이야기를 좀 해보죠. 페이스북에 소개한 걸 보니 거의 닭살 수준이던데.

제가 대학원을 갈 때쯤인 것 같아요. 페북을 통해 우연히 아내 사진을 보게 됐어요. 보통 사람들은 그런 경우 ‘나 이런 사람이랑 결혼할 것 같아’ 이러잖아요? 그때 전 술이 좀 취한 상태에서 사진을 보게 된 건데, 보자마자 ‘넌 나랑 결혼하겠다, 나 아니면 안 되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배한테 건너 물어보니 남자친구가 없다고 그러기에 자리를 한번 잡아달라고 부탁했죠. 제가 정주영 회장의 정신을 좋아해요. 일단 그렇게 질렀죠. 그렇게 처음 만났는데, 식사를 다 마칠 때 쯤 보니 절 좀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바보가 아니잖아요. ‘날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딱 다섯 번만 만나자고 했어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요.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몸서리치게 싫진 않았나 봐요. (웃음) 다섯 번 만난 뒤 사귀기 시작했고 9개월 뒤에 결혼했어요. 사귀고 난 뒤 한 달 되니까 결혼해야 되겠다 싶더군요. ‘결혼하지 뭐, 안 할 이유가 없는데?’ 그랬죠.

- ‘이런 여자는 안 된다’ 하는 조건이 있었어요?

이런 말 하면 요즘 세상에 여자 무시하느냐고 또 욕먹겠지만 저는 전업주부가 필요충분조건이었어요. 아내를 만났을 때도 그 이야기를 했고, 동의한 거거든요.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컸어요. 저는 전업주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업주부도 워킹맘이죠. 전업주부가 홀대 받고 과소평가 받으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생각해요. 저는 가정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요즘 세상에 전업주부가 결혼 조건이라면 금수저 집안 아니곤 불가능하지 않아요? 먹고 살만한 집안 같아요.

금수저는 아니지만 도금한 수저까지는 되는 것 같아요. (웃음) 부모님이 열심히 일하신 덕분이죠.

- 그러고 보니 부잣집 아들답게 반항기가 좀 있어 보여요.

좀 그래 보이나요? 대학 때 락밴드를 했어요. 보컬, 피아노, 기타, 작사 작곡 다 했죠. 곡을 쓰고 이곳저곳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활동하다 27살이 되니까 더 이상 음악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뒀어요.

- 음악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가요? 참, 도금한 수저 집안 아들인데 그 이유는 아니겠어요.

그렇다기보다 저에게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 한국의 복지는 좀 믿고 있었어요. (웃음) 뮤지션이라면 당연히 학교를 제적당해야 한다는 겉멋 든 생각도 있어서 학교를 가지 않았어요.

나중에 재입학했지만, 당시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반항심 많은 청년이었죠. 하지만 그때 밴드 시절을 통해 대중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등 많은 경험을 하고 깨달은 바도 많아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부조리한 문화의 판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우익문화를 마케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우파의 문화란 게 뭘까요? 그런 것이 있을까요?

제가 정의하는 지금 우파의 문화란 태극기 집회에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이미지가 너무 고착화돼서 이 틀을 바꾸지 못하면 우리가 그 프레임에 갇히고 말아요. 태극기 집회 이미지를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말이죠. 뭔가 하나의 미친 짓이 없으면 이 틀을 깰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문화를 제가 확 바꿀 순 없지만 작은 것들이 시작되면 큰 틀이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그 시작이 라운지 리버티라고 믿고 그렇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 라운지 리버티의 미래, 혹은 우파문화 활동가로서 본인의 미래를 낙관하세요?

저는 항상 낙관적이에요. 행복 회로가 꺼지지 않는 사람이죠. 우파도 절대 우울하지 않아요. 신드롬이라는 게 예고하고 찾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우파 문화도 그럴 수 있어요. 서태지가 한번 등장하니까 트로트가 사라지고 지금까지 YG 엔터테인먼트, 싸이까지 오듯이 우파문화도 신드롬을 일으키고 문화의 유행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 잘 될 거라고 믿어요. 또 그런 니즈도 분명 있다고 보고요.

어르신들도 지금 태극기 집회만 하지만 그분들이 꽉 막혀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그 틀에 갇혀 있을 뿐이죠. 그분들도 멋있는 것을 하고 싶고 즐기고 싶고 대중에게 호소하고 싶어 할 거란 얘기죠. 방법을 잘 모를 뿐이에요. 우파 청년 세대들이 돕는다면 할 수 있어요. 가능성이 있어요.

당장은 1호점이 망하지 않는 게 목표이지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궁극적으로는 국사책에 등장하는 게 목표예요. 2018년 라운지 리버티에 어떤 인물들이 모여 결의하고 활동했다고 나오는 거죠. 라운지 리버티를 배경으로 사건 사고들이 기술되고 인물들에 대한 영화가 만들어지고...너무 멀리 갔나요? 우리라도 지금 20대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파 운동의 새로운 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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