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논조>진실찾기
<국내논조>진실찾기
  • 미래한국
  • 승인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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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극 文昌克 / 중앙일보 이사
지난주 관훈클럽의 한류(韓?)세미나 참석차 호치민(사이공)시를 방문했다가 전쟁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이 박물관에는 미국의 전쟁개입에서부터 월맹의 승리까지의 과정을 기록물로 전시하고 있었다. 네이팜탄의 피해, 고엽제의 휴우증, 전쟁의 잔인성 등 전쟁의 비극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특이한 사실은 이러한 전시물의 대부분이 미국 언론이 당시 베트남전을 보도한 내용을 재탕한 것이었다. 밀라이 학살에서부터 고엽제로 황폐화 된 열대밀림 등 모든 기록사진이 미국 언론에 보도된 것이고 그 기사내용으로 전쟁의 잔인성을 설명했다. 적국(敵國)의 언론이 보도한 내용으로 기념관을 채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그 내용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적국이냐 우방이냐, 전쟁 중인 1970년이냐 전쟁이 끝난 후인 2002년이냐, 공산주의자냐 자본주의자냐와 관계없이 진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은 적국인 미국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전시한 것이다. 미국 언론은 그만큼 진실추구에 성실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敵國 언론보도 전시한 까닭미국 정부가 베트남전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도 `잘못된 전쟁`을 꾸준히 고발했던 미국 언론 때문이었다. 진실은 그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기도 하고, 파헤쳐지기도 하며 때로는 영영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얼마 전 민주당의 한 의원이 탈당을 하면서 내뱉은 말들은 진실이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경우다. 노무현이라는 무명의 후보가 국민 경선이라는 제도로 갑자기 부상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광주시민의 위대한 선택”이니 뭐니 하면서 떠들었다. 당시 언론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됐을까 의심은 품었지만 누구도 이를 파헤쳐 보려 하지 않았다. 아마 비난도 두려웠고 고발도 무서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은 이외의 곳에서 터져 나왔다. 안모 의원은 탈당회견에서 “노무현이 뜬 데는 어떤 세력이 뒤에서 조종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 세력은 청와대”라고 말했다. 아마 언론이 이런 보도를 했다면 “편들기다. 죽이기다”하며 야단났을 것이다. 민주당의 신당에 대해서도 진실은 스스로 드러났다. 그 당의 한 의원은 “DJ가 당을 다섯 개 만들고 YS가 여섯 개, JP가 세 개 만들었다. 국민은 신당을 열세번째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의원은 “옷만 바꿔입고 모자만 바꿔 쓴다고 신당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언론들이 신당에 대해 구구하게 설명한 것과 비교할 때 이보다 더 진실한 말이 있을까.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가 다시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언론은 양쪽의 주장만 전달할 뿐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캐내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돈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든, 아니든 간에 진실은 엄연하게 존재할 것이다.이 진실은 앞의 민주당의 예처럼 스스로 드러날 수도, 아니면 영영 묻힐 수도 있다. 선거를 불과 4개월 앞에 놓고 우리 언론이 이를 파헤치기는 시간적으로나 능력 면에서 불가능하다. 이런 한국 언론의 약점을 너무나 잘아기 때문에 전과 몇 범이라는 사람은 폭로 스케줄까지 잡아놓고 있다. 그때마다 언론은 그의 혀에 따라 춤을 출 것이다. 선거날이 다가올수록 폭로전은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몇 대 의혹이니 하며 양쪽은 서로를 폭로하고 언론은 그때마다 이를 고스란히 받아서 지면에 옮긴다. 이번 선거는 사상 최악의 폭로전이 이미 돼 버렸다. 확인 불가능할 땐 기다리자진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회창 후보나 가족일 것이다. 정말 돈으로 병역을 면제받지 않았다면 그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다. 진실만큼 떳떳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개명한 천지에 야당의 후보를, 그것도 절대다수 의석의 야당후보를 없는 사실을 날조하여 모함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진실에 자신이 있다면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라. 검찰에 시한을 제시해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미래 지향의 선거운동으로 돌아가야 한다. 청와대 앞에서 데모나 벌이고 DJ가족의 부패 등 엉뚱한 문제를 들고 나올수록 오히려 의심만 더 받게 된다. 언론의 사명 중 가장 큰 것이 진실의 보도다. 그 진실을 보도하려는 노력 없이 양쪽의 주장만을 계속 이런 식으로 다룬다면 우리 독자들은 언론을 결국 외면하고 말 것이다. 진실을 캐기에 역부족이라면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하자. 언론 스스로가 판단해 폭로 내용이 무가치하거나 신뢰성이 없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보도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언론이 먼저 진실찾기에 엄숙하고 치열해져야 한다. 중앙일보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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