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줄줄이 물러나는 미국 유명인들
성추행으로 줄줄이 물러나는 미국 유명인들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11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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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워싱턴=2017년 말 미국 언론에는 성추행으로 줄줄이 물러나는 미국 유명인들에 대한 기사가 줄을 이었다.
알 프랑켄 연방 상원의원(민주당)은 재선 의원으로 한때 코미디언이자 프로듀서로 TV 코미디쇼를 진행하며 인기를 누렸던 사람이다.

2008년 미네소타 주에서 민주당 후보로 첫 출마한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312표 차이로 당선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여성 라디오 뉴스 앵커가 해외파병군인 위로 행사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군용기에서 자고 있는데 동승했던 프랑켄 의원이 자신의 몸을 더듬고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는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다른 여성들도 프랑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켄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다른 여성들의 성추행 폭로가 이어지면서 동료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프랑켄 의원에게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권리를 정치적으로 우선순위에 두는 민주당에서 민주당 의원의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결국 프랑켄 의원은 지난 12월 8일 연방상원의원에서 사임했다.

프랑켄 의원이 사임한 후 몇 시간 뒤 공화당의 해롤드 프랭크 연방하원의원도 성추행을 이유로 사임했다. 애리조나 주 8선 의원인 그는 2명의 여성 직원들에게 자신의 아기를 낳아주는 대리모가 돼달라고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 중 한명에게는 자신과 성관계를 하고 자신의 아기를 임신하면 500만 달러를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하원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이 사임하기 3일 전인 12월 5일에는 민주당의 존 코너 하원의원이 역시 성추행을 이유로 연방하원의원에서 사임했다. 흑인인 코너 의원(미시간)은 50년 이상 하원의원으로 활동해 현역의원 중 가장 오랫동안 의정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한국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그는 흑인의원 코커스를 창립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 탄생일을 연방공휴일로 제정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흑인인권운동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그가 여성 직원들을 성적으로 추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는 연방하원의원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유명 언론인들도 성추행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NBC 방송의 간판 앵커로 The Today Show를 20년 동안 진행해온 매튜 라우어는 지난 11월 29일 동료 여직원들을 성추행한 이유로 해고되었다. NBC는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때 자신을 성적으로 추행했다는 한 여성 NBC 직원의 제보를 근거로 라우어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보도에 따르면 라우어는 여성 직원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고 혼자 있는 여성에서 부적절한 접촉을 하고 자신의 성기를 동료 직원들에게 보여주는 등의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그는 연봉 2500만 달러의 자리를 잃었다.

미국 PBS 방송의 간판 앵커인 찰스 로즈도 마찬가지다. PBS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찰리 로즈 토크쇼를 26년 간 진행해온 그 역시 성추행으로 지난 11월 20일 해고되었다. 로즈의 동료 여직원 8명은 이날 로즈가 자신들 앞에서 나체로 나타나고 자신들의 몸을 더듬고 성적으로 야한 전화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 성추행은 1990년대말부터 2011년 사이 자행된 것으로 이 폭로가 이날 신문을 통해 보도되자 PBS는 로즈 쇼를 중단하고 해고시켰다.

근래에 미국 언론인들 가운데 성추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대표적인 사람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갖고 있는 폭스 뉴스의 로저 에일리스 전 회장과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방송을 진행했던 역시 폭스 뉴스의 빌 오라일리다.

에일리스 사장은 20년 동안 폭스 뉴스에서 일하면서 미국 최대 시청자를 확보하는 오늘의 폭스 뉴스를 만든 장본인이다. 미국 보수의 거물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대선 시절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자문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방송국 여성 앵커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그는 2016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빌 오라일리는 자신의 이름을 딴 O’Reilly Factor를 진행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16년 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케이블 뉴스로 그는 폭스 뉴스 20년 역사상 최고의 스타라는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10여 명의 여성들에게 행한 성추행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017년 4월 해고되었다.

미 주간 타임스가 용기 있게 성추행 피해자인 것을 밝힌 여성들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미 주간 타임스가 용기 있게 성추행 피해자인 것을 밝힌 여성들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성추행 피해 폭로 ‘me too’ 현상

이밖에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케빈 스페이시, 유명 코미디언 루이스 C.K, 유명 요리사 존 베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지휘자인 제임스 레빈,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 주치의인 래리 나시르 등 60여 명의 유명인들이 올해 말 성추문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해고를 당하고 재판을 받고 있다.

성추행은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오랫동안 계속 되어온 문제이다. 하지만 올해 말에 미국에서 성추행 문제가 급부상하게 된 것은 지난 10월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물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피해 여성들의 폭로가 드러나면서부터다.

그동안 성추행 문제는 주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피해를 당하고 쉬쉬하며 숨죽이고 밝혀오지 않았는데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을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 성추행 피해를 제보하고 신문이 이를 보도하고 결국 와인스타인이 이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을 보면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나와 자신의 피해를 밝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와인스타인 효과’라고 부르는데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발달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성추행 당한 피해를 이를 통해 밝히면서 이른바 ‘미 투(Me Too)’, 나도 그렇게 성추행 당했다며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 흐름 가운데 성추행 당한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언론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난 몇 달 동안 60여명의 유명 미국인들이 불명예스럽게 퇴장한 것이다.

미 주간 타임스는 이렇게 침묵을 깨고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용기 있게 밝힌 여성들을 ‘침묵분쇄자’(The Silence Breaker)라고 부르고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여론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성추행으로 망신을 당할 때와 비교해 당시 미국인의 50%가 성추행을 심각한 문제로 보았지만 2017년 10월에는 69%가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성추행을 당하면 고소하겠다고 밝힌 여성은 당시 18%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8%로 대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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