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평창·평화’는 ‘쓰리피박’
‘평양·평창·평화’는 ‘쓰리피박’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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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는 멍청한 놈, 美에는 괘씸한 놈, 中에는 만만한 놈,

한겨울 두만강 보다 더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새해 들어 갑자기 한여름 무더위로 돌변했다. 엊그제까지 북한군 병사의 귀순으로 총소리가 잦았던 판문점 회담장이 언제 그랬나는 듯 웨딩홀 분위기에 푹 젖어버렸다.

김정은은 새해 신년사에서 특별히 남한의 동계 올림픽을 걱정해 주었고 그렇게 문 정부의 애잔한 러브스토리가 막 시작되었다.

집권 전부터 평양의 로켓보이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던 문 대통령은 미국의 단독 북벌(北伐)을 결사반대했고 계속해서 북문(北門)을 두드렸다.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라는 사람은 워싱턴까지 날아가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한미동맹 깨져도 북한과 전쟁은 불가하며 북한정권이 항상 주장해오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를 제창했다.

트럼프는 분노했고 시진핑은 박수쳤다. 동네 사람들 보기에 워싱턴과 결혼했다고 믿었던 서울은 옆집 양아치와 바람난 것이 분명했다.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는 열대기후의 근원지가 풍계리의 수소폭탄인지 청와대의 닭살스런 애정행각인지 국민들은 그저 얼떠름 할 뿐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인가, 하필이면 이 때 극장가에서는 북핵공포를 상기시키는 영화가 개봉돼 흥행 중에 있다.

항상 북한군은 멋있고, 정의롭고, 용감하게 묘사하면서 남한 경찰은 찌질 하고, 못생기고, 비굴하게 보여준다는 보수 네티즌 일각의 볼멘소리도 이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버렸다.

옛날, 남북이 힘을 합쳐 일본을 손봤다는 격동의 드라마로 전국민을 흥분시켰던 소설가 김진명의 의중(意中)이 이번만은 조금 달라보였다. 그가 발간한 최근의 소설책 속에는 평양과 서울에 대한 백악관의 동시적 분노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 “북한에 대한 공격에서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메티스 국방장관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의 문 입니다백악관 참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틈만 나면 내뱉는 전쟁불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관리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발끈해서 고함쳤다. “정신 나간 거 아닌가? 자기네 국민들 지키려고 우리가 북한 방사포를 때려잡겠다는데 대통령이 반대해? 그리고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하는데 주한미군을 꼼짝 못하도록 잡아두겠다는 거야? 김정은 돕고 싶어 환장한 건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군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 한미연합사라는 웃기는 걸 없애버려야 하는 거 아니오?”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만 한미연합사를 없애면 주한미군이 결국은 철수하게 되고 그것은 북한에 의한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의미합니다메티스가 답했다.
그러나 그게 한국인들의 선택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오? 그러잖아도 한국에는 반미주의자가 넘친다고 하던데, 얼마 전에도 워싱턴에서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가 하는 자가 전쟁보다는 한미동맹 해체가 낫다고 주장하더구먼, 그 얘기는 우리가 북한을 공격하면 한미동맹을 해체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지 않소?” 트럼프는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했다.
한국 대통령은 말로는 북핵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무서운 속도로 수소폭탄을 늘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백악관에서 있었던 최근의 사건은 분명 대한민국 유명 소설가의 상상 속에 있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방한 시 국회연설은 한국에 대한 훈시에 가까웠다.

우리가 너희들을 피 흘려 지켜주었거늘 지금 와서 이러면 섭하잖아트럼프는 아마도 이 한마디를 30여분동안 풀어서 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30여분동안 날린 모르스부호Moon이 제대로 해독했는지는 미지수다.

...“개자식이 뭐 날 보고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이봐 본부장, 공격이 시작되면 첫 발로 그 철없는 로켓보이 녀석을 골로 보내버려~” 트럼프는 문재인 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인상을 찌푸릴 대로 찌푸렸다. “그들은 남북이 통일하고 중국을 섬기며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메티스가 한마디 거들었다.
괘씸한 놈들, 우리가 생명과 재산 다 바쳐 안보 지켜줬지, 돈 벌게 해 줬지, 그런데도 하나 고마워하는 거 봤어? 오히려 우리가 통일에 장애가 되니 어쩌니 하는 소리나 해대고, 도대체 왜 중국 놈들이 장애가 된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안 나오는 거야? 그래 어차피 한국은 내 버린 나라야, 문이 협조하고 안 하고는 상관하지도 마 우린 우리 힘으로 북을 치면 되니까, 그리고 주한미군 싹 다 빼버려, 우리가 전쟁하는데 우리 군대를 못 쓰게 하는 놈들을 어떻게 우리 편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제 중국 놈들 한번 섬겨보고 중국 놈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맛 좀 보게 해, 시진핑은 나한테 한국이 자기네 속국이라 그러던걸?”...

김진명의 소설속 트럼프의 분노가 실제 트럼프의 생각과 같은지는 모르겠으나 그 소설이 한국인의 뇌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Fact라고 할 수 있겠다. 역설적으로 많은 한국인들은 트럼프가 그렇게 한국을 분노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 “조선반도가 통일되면 우리 중국에는 무서운 결과가 터진다. 1919년의 5.4운동은 한국의 3.1운동을 그대로 본뜬 게 아니던가. 북경에서는 제2의 천안문 사태가 터지고 공산당은 결국 붕괴한다. 우리 중국과 인접한 모든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민주주의에 미친 나라다. 만약 중국이 통일한국과 마주하면 민주주의가 중국에 수출되어 자유니, 평등이니, 직선제니 하는 것들이 대학교마다 메아리칠 것이다. 민주주의에 미친 자들은 총칼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

문이 친중(親中)을 하든지 말든지, 한국인의 DNA속에는 수천 년 동안 쌓였던 대륙에 대한 반감이 잘 보존되어 있는 듯하다. 안 그랬으면 한국의 유명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이런 시진핑의 속내를 읽어낼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이 조선의 백년숙적이라면 중국은 조선의 천년 숙적이라는 명쾌한 역사인식을 뜻밖에도 김정은에게서 듣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북한이 핵개발을 멈춰주면 좋겠는데 이 정도까지만 해도 미국이 마음먹을 때는 언제든지 북한을 때릴 수 있는 구실을 이미 제공했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때리면 우리 중국은 더 좋다. 그렇게 북한정권이 붕괴하면 북한 주민들의 원망이 온통 미국과 남한에 쏠릴 테니 그때가 기회다.”...

트럼프가 화났든, 시진핑이 딴 궁리를 하든, 평양·평창·평화 잔치에 남북 모두가 신나게 공중부양 중이다. Moon은 마치도 평양평창잔치에 합류하면 평화가 올 거라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에게 주변국의 조소 섞인 쓴 웃음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결정적 한방이라고 여겼던 히든카드 3피읖(평양·평창·평화)쓰리피박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청와대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가,

남북평화가 눈앞에 있는 것 같기는 하나 남북통일은 과연 어디쯤에 있는지, 한반도의 하늘에 낀 짙은 안개는 70년 동안 전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눈먼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대한민국 버스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될지,

다시 한 번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 전단이 풍계리와 평양으로 조용히 스며들기만을 바라야 할 처지다. 김진명의 장편소설 <미중전쟁>을 읽고, 영화 변호인을 만든 양우석 감독의 새 작품 <강철비>를 보고 한국인의 긴 한숨을 내쉰다.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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