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라는 이름의 질병
대화라는 이름의 질병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1.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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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진보적 민주주의자라고 불리는 리버럴은 대화를 좋아한다. 대화(dialogue)는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의 다른 이름이며 헤겔 좌파의 핵심적 이념이었다.

그들은 정치적 낭만주의자들이다. 현실에서 결단하지 못하고 끝없는 대화를 추구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키워간다. 명백한 위기 앞에서도 진보적 민주주의자들은 대화를 추구한다. ‘전쟁만은 안된다’라는 입장은 결국 전쟁의 책임이 이를 막지 못한 자신들에게 있다는 고백이 되므로 적들로서는 너무나 반갑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남북대화는 우리 정부의 간절한 참여 요청으로 시작됐다. 동맹국으로서 자신의 안보적 생명이 달린 한미 연합훈련을 유보하는 조건마저 먼저 내걸었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행동에 너털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한국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일거에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자 북한 선전매체들은 평창올림픽 참여의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노골화했다.

북한과의 대화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안주면 내놓으라 하고, 주면 더 달라는 식의 북한 협상술은 대화를 원하는 우리를 언제나 ‘을’로 만든다. ‘협상 무패’라는 전적도 갖고 있다.

결국 이번 평창올림픽 남북대화도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먼저 원했던 것만큼, 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고 만에 하나라도 진행 중인 군사회담이 결렬된다면 북한은 그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며 또 다시 ‘불바다’ 핵공갈을 할 것이라는 점도 명백하다.

@ 미래한국 고재영

이제는 북한과의 이러한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의 진보적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외곽 시민단체들은 정치적 낭만주의에서 비롯된 고질적인 ‘대화의 병(病)’을 고쳐야 한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남한에 대해서는 ‘우리민족끼리’, 동맹국 미국에 대해서는 ‘불벼락을 칠 원쑤’라는 구도하에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를 내세워 대한민국이 먼저 머리숙여 복종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핵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고 ‘우리가 너희를 미제로부터 지켜주마’라고 할 태세다. 그러다가도 기회만 되면 우리를 제치고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앉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고 궁극적으로는 한미동맹을 해체시킨다는 대남통일전선의 원칙에서 한 발도 비켜서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전술에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여권의 위정자들과 적지 않은 국민들이 ‘환호작약’을 한다는 점이 불안한 것이다.

무엇보다 올림픽은 인류 평화의 제전이다.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끼리 갈등을 줄이고 선의를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 올림픽제전은 지금도 그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IOC는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정책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을 때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신의 인민들을 굶겨 죽이고 때려 죽이고 얼려 죽이는 역대 최악의 반인륜 국가인 북한의 독재정권에 대해 IOC는 환영의 이중잣대를 갖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양심적 진보는 그러한 문제에 왜 침묵하는 것일까. 우리는 북한이 평화의 제전에 참여하려면 먼저 자격을 갖추라고 외쳐야 한다.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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