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전 공세에 낚인 南정부
北 선전 공세에 낚인 南정부
  •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 승인 2018.01.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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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5월 14일부터 11월 29일까지 중장거리 및 ICBM급 탄도미사일을 11회 시험 발사하고 9월 3일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하여 남쪽을 위협하면서 7월 17일 새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를 무시해 왔다.

그러던 김정은은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므로 올림픽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러한 견지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제안을 거의 5개월 반 동안 무시, 외면하다가 갑자기 대화를 하자고 표변한 것이다.

한편 김정은은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말하고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미사일)들을 대량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남한 당국이 남북한 관계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청탁하지 않아야 하며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고 미국의 핵 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월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 연합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월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 연합
동탁의 화친 제의와 김정은의 신년사

대화를 하자고 표변한 북한의 속셈을 살피기 위해 고사(古事)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후한 말 서기 190년 동탁이 소제를 폐위, 헌제를 옹립한 후 스스로 상국이 되어 공포정치를 하자 황실 회복을 위해 18로 제후들이 반 동탁 연합군을 결성했다.

연합군은 비효율적 지휘와 18로 제후 간의 반목으로 동탁에 대한 공격에 큰 소득이 없었다. 191년 음력 2월 연합군 선봉장 장사태수 손견이 흩어진 군사를 수습해 동탁과 일전을 하려고 낙양으로 진격했다.

10만 명의 막강한 군대로 대비를 해뒀지만 용맹한 손견과의 전투를 겁내 근심하던 동탁은 환관 이유의 건의대로 연합군을 이간시키려는 의도에서 동탁의 딸과 손견의 둘째 아들 손권과의 혼인과 높은 작위를 약속하는 화친 제의를 했다. 손견은 후한 황실의 역적과 손잡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갈하고 사신을 쫓아 보냈다.

TV에서 방영되는 극장판 <삼국지>에는 손견이 동탁의 화친 제의를 받는 장면에서 동탁이 사위로 지목한 둘째 아들을 불러내 사신 앞에서 동탁 딸과의 혼인 의향을 물었다.

9살 된 손권은 아버지 질문에 “동탁의 화친 제의는 아버지 손견한테 당할까 두려워 자신을 사위 삼아 아버지를 쉽게 부리려는 것이므로 절대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손견은 겨우 9살인 애송이도 동탁의 악의를 꿰뚫는데 그 따위 이간책이 먹힐 것 같으냐고 일갈했다.

북한은 1970년대 초 이후 국내외 정세가 위기에 처할 때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 평화 공세를 취하면서 항상 위기를 벗어나는 것 이상을 노렸다.
이번에 대화로 태도를 바꾼 속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해 중국까지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위력이 작동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위기 상황에서 대화 제스처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전열을 균열시키고자 한다.

둘째,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한 남한 사회의 여론 분열을 조장해 남한 사회의 남남갈등을 부추기고자 한다. 남한이 이미 친북세력의 운동장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위장평화 공세는 그 세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셋째, 1개월도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조건 협상에서 2000년 이후 남북한 간의 대화 테이블로 올 때마다 한 것처럼 대회 참가 관련 비용 등 지원을 확보하고 동계올림픽 개최장 소를 대북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선전무대로 쓰려고 한다.

넷째, 북한 ‘건국’ 70년을 맞아 북한의 각 분야 경제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한 관계를 개선,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고자 한다.

다섯째, 김정은은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 본토 핵공격 가능이라는 강경 입장, 남한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유화책을 발표해 한·미간을 이간시키고자 한다.

또한 김정은은 남한이 미국과의 군사훈련과 핵장비와 무력 도입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 중 선택을 요구해 한·미 간 이간을 노린다.

위의 다섯 가지 속셈은 북한과의 대화 추구에 열중하는 문재인 정부를 상대해서는 쉽게 얻을 수 것처럼 보이고 또 북한이 잃을 것이 없기에 9일 판문점에서 개최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과감하게 평화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즉각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다음날인 2일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과 남북한 당국 회담 뜻을 밝힌 것은 평창올림픽을 남북한 관계 개선과 평화를 위한 획기적 관계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온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北의 평창 참가를 보는 한·미의 다른 시각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 간 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하면서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량살상무기 시험으로 계속 도발해온 북한에 대해 북폭을 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과 김정은의 막말에 대해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과 제재, 나아가 군사옵션 가능성까지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기어린 트윗 대응이 한 몫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날 1월 2일 “각종 제재와 압력이 북한에 큰 효과를 주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으로 도망하고 있다. 로켓맨(김정은)이 한국과 (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과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두고 볼 것이다”라고 트위터에 날렸다. 그의 분노를 표현한 것이다.

그 다음 날 그는 김정은이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한 것에 “내가 가진 핵 단추는 훨씬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한다”고 김정은을 냉소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1월 4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30분 전화 통화 후 청와대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으며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간 통화에 대한 백악관 발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에 중점을 둔 청와대 발표에서 빠진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과거 실수 재발 방지 합의’가 먼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선호하면서도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계기로 미·북한 간 직접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미·북한 간 직접 대화 채널을 언급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시간 낭비’라고 공개 면박을 준 것에서 확연하게 구분되는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는 일이 있었다.

1월 6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김정은과의 대화 용의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고 하면서 대화에 전제조건이 없는가 라는 연이은 질문에 그 대화는 ‘비핵화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추진을 극구 칭찬, 남북대화에 대한 ‘100% 지지’ 의사를 밝히며 올림픽 문제를 넘어서 협력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미국도 거기에 포함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대화’ 와 관련해 1월 7일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려면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상당기간 대량살상무기 시험 중지와 핵 폐기를 위한 대화 중 최소한 전자는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응원 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6·15 공동실천 남측위 각 단체 대표들이 대형 한반도기에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연합
지난 1월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공동응원 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6·15 공동실천 남측위 각 단체 대표들이 대형 한반도기에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연합
한국, 北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과거 북한의 악랄한 테러에도 88 올림픽과 같은 국제스포츠 행사를 위해 한국이 북한과 대화를 한 과거 사례가 있으므로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를 막거나 남북대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성사시켜 남북한 관계를 돌파하고자 하고 김정은은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속셈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은 1월 9일 판문점에서 개최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측의 편의 제공,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한 군사 당국회담 개최, 과거 남북선언을 존중하며 한반도 문제 당사자(북한 측 공동보도문에는 ‘우리민족끼리’)로서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남북한 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을 개최한다는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별도의 회담 설명 자료에서 개회식 공동입장과 남북공동문화행사 개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대량살상무기로 위협해온 북한 선수단의 참가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안전 위험을 불식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걸 수 있다. 그러나 공동보도문을 보면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흥행과 남북한 관계 돌파구를 노리다가 함정에 크게 빠진 결과가 되었다.

IOC는 북한 요청을 받아들여 출전권을 따낸 남녀 피겨스케이트 페어 외 쇼트트랙과 알파인 스키 등 다른 종목의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출전 자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소수의 선수단 이외에 고위급대표단, 북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수백 명이 한국의 경비 지원으로 평창에 오게 된다.

이 경우 평창은 정치, 종교, 인종 차별이 없는 세계 스포츠 선수들이 참가하는 동계올림픽으로 보다 북한이 위장평화 공세를 펼치는 선전 무대로 부각되어 세계로부터 빈축을 사게 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 중심의 북한선수단을 동포의 입장에서 따뜻이 맞이하되, 그 편의 및 체재비 지원 수준이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지 않아야 함은 물론 유엔과 개별국가의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예상되는 북한 대표단의 과도한 선전활동도 정치구호를 금지하는 올림픽 정신에 저촉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개회식 공동입장이 합의되면 자국의 땅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에 자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역대 동·하계 올림픽에서 개최국 국기가 등장하지 못한 시례가 없었다는 점과 국민 감정으로 봐도 바람직하지 않게 보인다.

북한 대표단이 평창에 온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핵 폐기 논의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하면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양산과 실천 배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면서 1990년대 초부터 한국, 원자력기구, 미국과 6자회담을 거치면서 핵무기를 완성했다고 자처하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이후 농락당해온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북한이 핵 폐기 논의에 나온다면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응하겠으나 핵 폐기에 응하지 않으면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지나면 심판의 시간이 올 것이다. 공동보도문 2항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로 했다”는 북한 측 잘못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공동보도문의 3항 “남북선언을 존중하며 당사자(‘우리민족끼리’)로서 고위급 회담과 각 분야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가 주는 문제이다. 남북이 존중해야 할 선언에 1991년과 1992년에 합의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 부속 합의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포함되지 않고 2000년 이후 합의한 두 선언만을 의미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민족끼리’로 시작되는 2000년 후 두 선언을 북한 측 해석대로 한다면 그 선언들이 대남전략과 공산화 통일 실현을 위해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 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기 위한 문서이기에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 실현될 수도 없고 또 그 선언으로 끝없는 대북 지원과 포용으로 국민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

한국은 북한이 참가하는 평창올림픽 개최와 대화에 집착해 북한 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와 한미 안보동맹을 허물고 남남갈등을 자초함으로써 자유민주통일을 가로막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하지 않아야 한다.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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