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누텔라 성공의 법칙...모방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다
[신간] 누텔라 성공의 법칙...모방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1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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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명가 페레로를 있게 한 ‘악마의 잼’ 누텔라 ...50년간 전 세계 경쟁사의 추격 속에서도 ‘1위 고수’의 비밀

브랜드가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유명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행하는 것, 소유하고 싶은 것, 가장 잘 팔리는 것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페라리의 자동차, 오메가 시마스터 시계, 샤넬의 넘버 5 향수와 같이 고가이거나 소량판매를 전략으로 삼은 것들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누텔라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랜드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이 책은 지난 50년간 끊임없이 성장 곡선을 그리며 세계인의 애정과 존경을 받는 ‘러브마크’로 자리매김한 누텔라의 역사와 진화과정을 추적했다. 누텔라는 ‘세계인의 아침을 행복하게 여는 요소’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제품이지만, 페레로 그룹 내의 매출을 책임지는 핵심브랜드이다. 브랜드 가치에 대한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프랑스인들 조차 사랑하는 브랜드 1위로 꼽을 만큼 유럽 내에서의 누텔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는 애정을 넘어 충성을 표현하는 ‘러브마크’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누텔라의 성공은 세심하게 선별되는 원료, 타협 없는 품질 관리, 직원들이 일하고 싶게 만드는 조직 문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과 실천,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 그리고 비상장 가족경영 기업으로서 페레로그룹이 가지는 독특한 가치관. 페레로그룹의 일가는 제품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도 전통을 중시하고 로컬화를 지향하고자 한다. 이것이 이탈리아 굴지의 브랜드로서 꺽이지 않는 상승세와 이탈리아 인들에게 ‘일하고 싶은 기업’, ‘지역 친화적 기업’으로 친숙히 다가갈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기도 하다. 

뛰어난 맛과 품질은 결코 변하지 않으면서도 시대 상황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지역 문화에 따라 다른 접근법으로 다가간 누텔라의 50년 혁신을 통해, 성공적인 브랜드를 이끄는 법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될 수 있는 문화적인 요소, 혹은 이성적인 이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 네임, 슬로건, 로고, 포장, 광고 같은 수단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 맥도날드의 황금색 아치 로고 등은 문화적인 요소를 통해 러브마크의 단계에 오른 사례라 할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위대한 브랜드로는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물론 정교하게 기획된 마케팅 믹스가 러브마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누텔라의 경우는 어떨까? 

누텔라는 이탈리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신조어 1위로 오르고,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이탈리아 음식으로 등극했다.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유럽을 넘어 이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누텔라를 빵에 바르는 행동은 하나의 의식이다. 사람들은 누텔라를 먹는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고, 누텔라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누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누텔라는 탄생 이후 수많은 영화연출가, 무대감독, 가수, 작가, 언론인, 정치인들에게 때로는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되고 때로는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누텔라에 대한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은 그 투자의 결과다. 효과적인 프로모션, 품질을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 정책, 유통망과 판매접점의 관리,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제품의 특징 유지, 이 모든 것이 바로 페레로가 지난 50년 동안 행해온 마케팅 믹스다. 

누텔라의 역사는 공식적으로 1964년부터 시작되었지만, 페레로그룹 창립자 피에트로 페레로가 이탈리아 피에몬테에 작은 가게를 열어 헤이즐넛 크림을 팔아온 때부터 페레로를 이끈 한 세기에 걸친 주역이다. 한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성장에서 쇠락으로 곡선을 그리기 마련이지만 누텔라는 탄생 이후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프로모션의 라이프사이클로 대체되면서 끊임없이 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누텔라가 이탈리아 작은 소도시의 제과점에서 지구상의 모든 아침식탁으로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엮어내고 있다. 

누텔라의 첫 번째 성공비결: 품질 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텔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누텔라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이다. 사회가 변화하고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지만, 누텔라의 DNA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소비자들은 누텔라에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질감을 기대한다. 페레로는 “일곱 가지 원료들을 이용해 수십 년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언제나 최상의 품질을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 예로 최상의 헤이즐넛 원료를 얻기 위해 페레로그룹은 세계 최대의 헤이즐넛 재배자가 되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3부의 7장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누텔라의 두 번째 성공비결: 지역에 맞는 브랜딩 재정립 

제품 자체는 변함없는 품질을 유지해야 하지만, 브랜드가 계속해서 생기를 갖기 위해서는 상품의 본질에 충실함과 동시에, 숨을 쉬고, 대화하고, 웃고, 진화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누텔라 성공의 두 번째 비결이다. 누텔라는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에서 서로 다른 관습을 지닌 소비자들에게 접근해야 하는데, 각 시장에 맞는 이야기와 언어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이성과 감성에 소구하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다. 이 책의 2부는 이처럼 누텔라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법을 담고 있다. 

누텔라는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텔레비전 광고, 브랜드 홈페이지, 소비자 커뮤니티,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까지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해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누텔라는 제품 자체의 풍부한 영양이나 좋은 맛에 그 가치를 한정하지 않는다. 소비자들과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좋은 느낌을 만들어내는 데 마케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빵, 아이들, 아침식사, 낙천적인 생활 같은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아침식탁에 에너지를 더한다”거나 “행복을 바른다” 같은 가치를 소비자들과 공유해왔다. 그 결과 지금 누텔라는 ‘누텔라 세대’를 만들어내고 이들에게 마치 프루스트 효과처럼 어린 시절의 행복한 아침식탁을 떠올리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 누텔라 세대는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러한 새로운 흐름 속에서 누텔라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왔다. 러브마크로 올라서는 데 전환점이 되기도 한 ‘나만의 병 누텔라’ 캠페인은 개별 고객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파격적인 마케팅이었다. 이 캠페인 기간 매출이 세계 각국에서 10~40퍼센트 증가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바라며, 누텔라는 이제 전 세계 소비자들의 것이 되었다. 

페레로를 성공으로 이끈 기업철학 다섯 기둥 

페레로를 성공으로 이끈 첫 세 기둥은 고객, 직원, 제품이다. 첫 번째는 단연 고객으로, 페레로는 최상의 제품품질을 기반으로 고객만족을 추구한다. 두 번째는 직원이다. 페레로는 직원들을 위해 긍정적인 근무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페레로의 모든 사업장에는 직원과 직원들의 가족을 위한 지원팀이 조직되어 있다. 또한 은퇴한 이들에게는 페레로 재단에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세 번째는 제품이다. 제품이야말로 페레로의 중심이다. 페레로의 제품들은 최고의 품질, 특별함, 신선함, 독창성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페레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중심도 다름 아닌 제품이다. 페레로는 원료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2011년에 작고한 피에트로 페레로 회장은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페레로 연구소에 큰 관심을 가졌다. 연구소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원료를 생산단계 초기에 걸러내어 폐기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그리고 페레로는 이탈리아 기업 중 최초로 해당 기술을 실제 공정에 도입했다. “우리의 제품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페레로의 기업철학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네 번째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 전부터 페레로는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옮겼다. 공장 건설 초기였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페레로의 근로자 다수인 농부들을 위해 농번기 근무시간을 조정해주고 통근버스를 운용했다. 사회적 책임을 위한 페레로의 활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됐다. 오늘날 페레로는 저소득 국가들에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많은 사람들의 자립을 돕고 있으며, 기업의 이익 일정 부분은 해당 지역의 교육과 보건에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은 혁신이다.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범위는 제품 그 자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포장, 원료의 처리, 광고, 유통, 제조공정 등이 모두 들어간다. 페레로는 소레마텍이라는 혁신기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기술 및 마케팅 부문의 연구를 통해 신제품 개발 및 출시, 기존 제품들과 생산공정의 혁신 및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누텔라는 빵에 바르는 초콜릿 크림이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포장용기는 초기에 다양하게 실험했으나 이후 ‘펠리칸 자’라는 누텔라만의 병을 개발했다. 다양한 페레로의 혁신 역량이 누텔라를 독립적인 브랜드로 만들었고, 그 결과 누텔라는 페레로그룹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자생적인 역량을 지니게 된 것이다. 

레이디 가가, 마리아 샤라포바, 알랭 뒤카스, 라파엘 나달, 그리고 역대 이탈리아의 총리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누텔라를 열렬히 좋아한다는 것이다. 연예인, 작가, 언론인, 예술가, 기업가, 정치인,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누텔라를 사랑한다.

페라리 전 회장인 몬터제몰로는 이렇게 고백했다. “미켈레 페레로 회장님은 파티시에였고, 엄청난 통찰력으로 여러 제품들을 개발했습니다. 그 시작은 누텔라였지요. 그분의 창의력, 대중의 입맛을 이해하는 능력, 과감하게 도전하는 용기, 이런 것들 덕분에 누텔라는 세계 최고의 상품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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