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구글의 72시간...최악의 지진 현장에서 재해 대응 서비스를 개발하기까지 고군분투한 구글의 생생한 기록 
[신간] 구글의 72시간...최악의 지진 현장에서 재해 대응 서비스를 개발하기까지 고군분투한 구글의 생생한 기록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2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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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에서 2011년 3월 11일 일어났던 동일본 대지진을 상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전대미문의 최악의 지진 재해 앞에서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태 앞에서 주목할 만한 일들이 기적처럼 펼쳐졌다. 

구글은 지진 발생으로부터 불과 1시간 46분 후인 16시 32분에 동일본 대지진의 특설 사이트 ‘재해 대응(Crisis Response)’을 만들었고, 그 서비스의 하나로 일본어판 ‘퍼슨 파인더(안부정보 확인 사이트)’를 공개했다. 이후 구글은 20여 일만에 TV 뉴스의 인터넷 생방송, 자동차·통행실적 정보맵, 반려동물의 안부를 확인하는 ‘애니멀 파인더’, 동일본 비즈니스 지원 사이트, 미래로의 기억 등 30건이 넘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 후에도 구글은 복구지원 관련 서비스 개발과 새로운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은 동일본 지진의 여파로 발생된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그리고 각종 재해? 재난 상황 속에서 2018년의 대한민국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기록이다. 구글과 같은 IT 업계, 각종 매스미디어, 정부 부처,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개인 모두 갑작스러운 재난과 재해 앞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좋은 정보를 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평상시’라는 단어이다. 구글의 발 빠른 대처는 모두 평상시에 구축된 것이고, 위기순간에 내려야 하는 각종 기관과 리더의 결정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평상시에 마련한 매뉴얼 없이는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며, 평소 IT에 무관심한 개인은 평상시에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위기 상황 속에서 중요한 생존 정보의 흐름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해 상황에서 구글은 어떻게 놀라운 속도로 많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나?

이 책은 ‘구글 재해 대응(www.google.org/crisisresponse/kiroku311/)’에 게재되었던 <동일본 대지진 재해와 정보, 인터넷, 구글>을 재구성하고 내용을 더해 정리한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기업들이 재해 대응을 시작했고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이 IT 기업의 활약이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트위터(Twitter)로 정보 교환이 빈번히 이루어졌고 구글(Google)과 야후 재팬(Yahoo! JAPAN)은 발 빠르게 재해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공개했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글의 임무이고,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생각이었다.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직접 사람을 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글 직원들은 ‘위급한 재해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사람을 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구글 못지않은 대활약을 보여준 야후 재팬은 ‘지금이 바로 라이프 엔진으로써 힘을 발휘할 때다’라는 사장의 메시지를 필두로 재해 대응은 최우선 사항이 되었고 직원들의 의식도 하나가 되었다. 라이프 엔진이란 ‘사람들의 생활과 인생의 인프라’라는 야후 재팬의 결의를 나타내는 캐치프레이즈다. IT 기업의 이런 정신은 재해 상황 속에서 가장 필요한 행위, 즉 재난 구조와 재난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빨리 모으고 최대한 널리 알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구글의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는 곧바로 30종이 넘는 재해 대응 서비스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발전시켜 오고 있다. 당시 구글 재해 대응팀이 검토한 프로젝트는 총 207개였다. 구글은 무엇을 위해 재해 대응을 나선 것일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런 재해에 어떻게 이 정도로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을까. ‘72시간’은 재해 발생으로부터 72시간을 경계로 중상자의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는 경험치를 토대로 한 것으로, 재해 대응의 골든타임이자 초기대응의 중요성과 긴박감을 나타낸다. 이때, 구글은 발 빠른 재해 대응 서비스 개발로 재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느라 고군분투했다. ‘스피드’, ‘조직력’, ‘유연성’을 갖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진 구글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의 1장과 2장은 동일본 대지진 기간 구글의 활약에 초점을 맞춰 재해 직후 재해 대응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용되었는지(혹은 이용되지 못했는지)에 대해 소개한다. 

구글 전문통인 저자는 수십 명의 구글 직원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구글 기업의 특성을 3장에 정리하고 취재를 통해 깨달은 점을 4장에 정리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정보기술이 어떤 분야에 도움이 되고, 어떤 곳에서는 전혀 기능하지 못했을까.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대책이 보인다 

이 책은 인간의 IT 기술이 재해?재난에 대처하며 어떻게 정보지원을 하고, 새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했는지 보여준다. 인터넷 등장 이전의 정보는 일방통행이었으며 서로 연결하기 어려웠다. 디지털로 기록된 정보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상을 쌍방향, 다방향으로 흐른다. 한 개인의 경험도 디지털화됨으로써 모두와 공유된다. 그래서 낯선 사람과 지역의 기억을 공유해 실시간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기록이 컴퓨터로 처리하기 쉬운 형태로 공개되면 그것들을 조합해 지금까지 없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보도 곧바로 모두와 공유할 수 있다.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해서 모두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화된 기록을 공유하면 새로운 가치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음을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신 스마트폰은 고성능 카메라와 GPS 기능을 갖고 있다. 위치정보를 기록하면 그 사진이 언제 어디서 촬영되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들 사진을 대량으로 모아서 컴퓨터로 처리하면 재해 피해상황과 피난 루트를 분석하는 실마리가 된다. 

그런 이해가 일반인에게 확산되면 결과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정보공개가 활발히 이루어져서 보다 신속하고 유연한 재해 대응이 가능해진다. 동일본 대지진에서는 구글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TV 뉴스가 실시간 중계되고, 정부가 정부발신을 위한 도구로 트위터를 사용했다. 전력수급 상황 고지 등의 중요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도쿄전력도 폭주하는 접속에 견디지 못하는 자사 공식 홈페이지의 보완을 위해 구글과 손잡았다. 

IT 도구는 기존 도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발 빠른 대처가 시급한 상황에서 시간적 ? 지리적 제약을 초월해 사람과 정보와 기업, 정부를 이었다. 

IT가 사람의 선의를 잇다, 그리고 기업은 진화하다 

IT는 따뜻할까. 인간의 마음을 읽고 감정을 이해할까. 재해 ? 재난 앞의 IT는 그랬다. 가장 먼저 가동된 서비스 중 하나인 ‘퍼슨 파인더’는 재해 ? 재난 앞에서 가장 확인하고 싶은 정보인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생존과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5,000명의 구글 사외자원봉사자의 도움 없이는 구현되기 힘들었다. 엄청난 피해를 입은 현지 기업들을 돕기 위한 ‘비즈니스 파인더’의 구현도 그랬고,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위해 마지막까지 보류되었지만 ‘20% 룰(업무 시간의 5분의 1을 업무 내용과 관계없이 좋아하는 프로젝트에 쓸 수 있는 구글만의 독특한 제도) ’을 활용한 구글 직원의 열정으로 탄생된 ‘애니멀 파인더(반려동물 안부 확인 서비스)’ 서비스에도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온기를 잊지 않은 구글의 서비스는 위기 상황이 끝난 후에도 기업의 주요 콘텐츠로 진화했고,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 기업 이미지를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재해 ? 재난 속에 움직인 IT 기업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진화를 이루었다. 

평상시라면 가능하지 않은 각종 발 빠르고 융통성 필요한 조처들도 커다란 재난 앞에 각 부처 간, 기업 간, 개인 간의 이해 속에 국가를 오가며 무리 없이 조정됐다. 멀리 호주에서, 핀란드에서, 자국의 위기 앞에 어떻게든 힘을 보태고 싶었던 한 개인의 선의를 이은 것도 IT였다. 

구글 재해 대응 서비스를 위해 급히 조성된 구글 ‘코어팀’ 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이루어 낼 수 없던 각종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게 사람의 온정과 선의가 도왔다. 그런 조력 없이는 어떤 서비스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그리고 구글은 최악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어떻게 서로 도와 극복해 갔는지를 앞으로 다시 올 재해? 재난을 대비해 ‘미래에의 기억’ 등의 철저한 기록으로 남겼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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