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의 의사를 밝힌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후임으로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를 발탁하면서 김 전 기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기자는 당초 문 대통령 취임 초 초대 청와대 대변인에 거론되기도 했으나, 직을 고사하고 한겨레에 남았다. 김 전 기자는 지난 7월 16일 한겨레신문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전 기자는 지난 2016년 9월 K스포츠재단 배후에 이른바 비선실세 최순실이 있다고 보도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공신’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계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등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권 초 논란이 되어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지 못한 언론사 기자 출신을 대변인으로 발탁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라며, “현직에서 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괜찮다는 말이냐”면서 “현 정권에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의 기자 출신을 대변인으로 발탁하는 것은 내부 인사적 성격이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김 전 기자가 특별한 관심을 받는 것은 그간 그가 쏟아낸 칼럼 등 다수의 글 때문이기도 하다. 김 전 기자의 청와대행은 한겨레신문사에 재직하면서 이전 정권을 향해 날카롭게 지적했던 그의 주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어서다.
김 전 기자는 지난 2013년 5월 16일자 칼럼 <들이대는 녀석들의 심리학>에서 성추문 의혹에 휩싸였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윤창중의 들이대기는 여성뿐만 아니라, 권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이후 그가 쓴 모든 신문 칼럼과 방송에서 한 말들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들이댄 것이다. 자신을 써달라는 구애 행위”라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 쓴 칼럼과 발언들이 최고 권력자에 대한 들이대기였을 뿐이라며 맹비난한 김 전 기자 역시 당시 야권의 ‘의심할 바 없는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글들을 여럿 썼다.
눈 뜨고 못 볼 문재인 미화
대표적으로 몇 편을 꼽아본다면, 김 전 기자는 2012년 12월 9일자 칼럼 <문재인의 서재, 박근혜의 서재>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상대 박근혜 후보와 비교하면서 우호적으로 묘사했다.
“문재인의 서재를 구경한 적이 있다. 첫 느낌은 ‘인권변호사, 맞네!’였다. 1980년대 사회과학 서적이 손때가 묻은 채 책장에 빼곡했다. 월간지 <말>도 창간호 무렵부터 쌓여 있었다. 74년도에 나온 <전환시대의 논리>도 눈에 띄었다. 문재인이 특전사 일병 시절 간 크게도, 장교에게 읽어보라고 건넸다는 당시의 특급 금서다. 노무현 대통령이 ‘운동권 83학번’이라고 불렸는데, 그쪽 경력으로 따지면 문재인이 한참 선배인 셈이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딱딱하지만은 않았다. 시·소설 덕이다. 특히 웬만한 대하소설은 다 있는 듯했다.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도 있었다. ‘총선 징발’을 피해 달아난 뒤 덥수룩하게 수염 기르고 히말라야 산등성이를 어슬렁거렸던, 그의 낭만성이 그런 책들에서 배태되었지 싶다.“
김의겸 전 기자의 2015년 3월 18일자 칼럼 <“노무현 2배의 학습능력”…문재인의 경제 실력은?>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몇년 전 숨어사는 문재인을 취재하러 갔다가 그의 서재를 구경한 적이 있다. 책은 사방을 가득 채웠고 그 빛깔은 다채로웠다. 변호사답게 낡은 법서들이 제일 좋은 자리에 모셔져 있었다. 1980년대 사회과학 서적은 손때가 묻은 채 책장에 빼곡해 젊은 시절의 고뇌와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뭉텅이 뭉텅이로 눕혀져 있는 대하소설은 서재를 흐르는 강 같았고, 드문드문 보이는 야생화 도감은 책 먼지 사이에서 풀꽃 같은 향기를 피우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서재를 본 소감을 이처럼 다양한 형용사를 동원해 극도로 미화했던 김 전 기자는 이 칼럼에서 경제에 관심이 없어 보였던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변했다”며 자신과 당의 운명을 온통 경제에 다 걸었다면서, 한 참모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학습능력이 두 배는 뛰어난 것 같다”고 했다며 다시 미화했다.
김 전 기자는 칼럼 마지막에 “지도자에게는 개인의 학습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게 사람을 쓰는 방법이다. 문재인의 경제 실력도 누구를 모셔 오는지에서 결정날 것”이라는 충언(?)을 덧붙이긴 했지만, 칼럼 전체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안목과 노력을 칭찬한 논지였다.
이 같은 글들은 김의겸 전 기자가 윤창중 전 대변인을 비난한 논리대로라면,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들이댄 것이다. 자신을 써달라는 구애 행위”란 평가가 가능하다.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김의겸 전 기자를 선택한 것을 두고 향후 “언론 보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언론노조 기관지격인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5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한겨레 윤리 정신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상태로 가는게 청와대에도 부담이 될 것 같았다”면서 “(내정 소식과 관련해) 28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야 할 일의 무게감과 중량감 때문에 걱정이 많이 앞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미화와 칭송으로 지면을 메꾸었던 김의겸 신임 청와대 대변인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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