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체가 아니라 진화가 답이다
국정원, 해체가 아니라 진화가 답이다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1.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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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나’라는 말로 구설수에 올랐던 대통령 후보 정치인이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정치인에 대한 찬사 일색의 책을 쓴 사람이 두 차례나 간첩죄로 복역한 운동권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사면을 받았다.

간첩사건은 그 숫자가 줄었다고 해도 최근까지 국정원에 의해 현재 진행형으로 조사 확정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불거진 일심회 간첩사건에서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비서관이 연루된 혐의를 조사하려던 국정원장이 사표를 쓰는 일마저 있었고, 왕재산 간첩사건(2011)과 이석기RO 사건(2014) 등 대형 공안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2014)에서 국정원이 코너에 몰린 건 국정원의 증거물과 관련한 논란 때문이었다. 서울시에 취직해 공무원 신분으로 북한을 드나들며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전달한 유우성 씨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는 법원이 그를 간첩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유 씨가 북한을 드나들었다는 국정원의 증거 확보가 불법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미래한국 고재영
@미래한국 고재영

하지만 이른바 진보진영은 국정원을 인권 탄압이나 하는 악마적 기구로 매도하던 종전의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정원 해체’라는 요구를 당당하게 내놓기에 이르렀다. 국회에서 국정원의 보안 업무와 예산이 공공연히 공개되는가 하면 요원들이 청문회장에 불려나가 민간인 사찰문제를 이유로 대공수사의 과정, 절차 등까지 공개를 요구 당하는 정치적 압박에 시달렸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결국 지난 11월 국정원의 대공수사 업무를 폐지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방첩 업무를 제거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 푯말을 손에 들고 요구했던 것처럼 사실상 ‘국정원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구 모사드는 ‘침묵의 구원자’라고 불린다. 모사드는 해외공작기구이기에 그들의 활동은 합법과 비합법을 넘나든다. 암살, 납치, 파괴와 같은 모사드의 ‘부도덕한’ 작전들은 이슬람 국가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을 받지만 이스라엘 의회는 내부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단 한번도 모사드의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 의회가 모사드의 비합법을 넘어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동에 마저 침묵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의 생존과 안전이 그 어떤 국제법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사드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내부적으로 고도의 도덕적 훈련과 교육이 이뤄진다.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여러 정권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이용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남북분단체제의 특수성과 민감한 비밀업무를 다루는 업무의 성격상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정원의 성공과 실패는 대통령이 국정원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국정원을 정치·이념적 차원에서 해체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용 여지를 제거해 진화시키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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