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잊은 정부가 평창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본질’을 잊은 정부가 평창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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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김수현 청와대는 대변인은 지난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평양올림픽이라는 딱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작은 가지가 본질을 못 가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평양올림픽 딱지’라는 의미는 ‘북한과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즉 ‘평창올림픽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 국민정서’가 바로 ‘평창의 본질을 가리는 작은 가지들’라는 뜻이 되겠다.

박수현 대변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성공을 염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의 뇌리 속에 ‘평창’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다름 아닌 ‘현송월’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정작 한국정부와 언론의 관심은 오직 현송월과 북한 측 협상대표단 의전에만 가 있는 분위기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작금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평양올림픽’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독려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열렬한 러브콜을 북한은 번번이 무시했다.

나중에는 ‘남조선 집권자의 혓바닥부터 응징하겠다’고 으르렁거리기까지 했다. 한국 정부에 북한 정권은 그야말로 내 맘 몰라주는 야속하기 그지없는 짝사랑 그 자체였다.

그렇게 차갑기만 했던 북한 정권의 태도가 어느날 갑자기 돌변했다. 김정은이 2018년 새해 신년사에서 남조선의 겨울철 올림픽 대회를 걱정해주면서 올림픽을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올림픽 개최를 불과 1개월 앞둔 시각에 북한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리선권을 단장으로 한 회담 대표단과 한때 ‘김정일의 애첩’이라고 알려졌던 모란봉악단의 현송월을 남파했다.

‘평양올림픽’은 민심이다

지난 1월 9일 첫 남북회담 자리에서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은 “자신들의 핵은 남한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니 남한은 안심하고 우리민족끼리 잘 해보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다시 말하면 ‘내 칼은 네 형을 죽일 무기니까 동생인 너는 안심해도 된다’는 말이 되겠다. ‘한미동맹을 포기하라’는 직설적인 협박 메시지인 것이다.

북한은 첫 회담 이후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을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와 성공적 개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구 조건을 계속해서 제기했다.

북한은 우선 ▶비핵화는 말도 꺼내지 말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전면중단하라 ▶한미동맹을 폐기하라 ▶남한 내 친북인사들의 방북 허용하라 ▶12명의 탈북종업원들 북송시켜라,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한국 내 언론들을 통제하고 ▶인공기 소각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라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요구조건들로 결국 남북관계가 한순간에 파탄 나고 평창올림픽의 흥행 실패까지 이어지는 ‘연쇄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15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우리민족끼리’에 실린 선전화에는‘평창’을 뺀‘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라고 표현되어 있다. 마치 평창올림픽을 자신들이 주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연합
지난 1월 15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우리민족끼리’에 실린 선전화에는‘평창’을 뺀‘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라고 표현되어 있다. 마치 평창올림픽을 자신들이 주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연합

정부는 지난 1월 20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과도한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북한이 남한 언론의 북한 관련 보도에 불편해 하고 있으니 적당히 하라’는 뜻이다. 북한은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국내 언론을 통제할 것을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현송월이 사전점검단으로 방남한 1월 22일 서울역에서 일부 시민단체가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 소각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에 북한은 소각 당사자들을 처벌하고 한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사과하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경찰은 곧 인공기 소각에 대해 집회 미신고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집시법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방한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회연설 당일 반미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우고 트럼프 얼굴 모형에 빨간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과격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경찰은 그 사건에 대해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왜 ‘평양올림픽’이라 하는지 정말 모르나

지난 1월 15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남북회담에서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그런 문제를 답변하기 아주 민감한 시기 아니겠느냐. 이해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한 정부가 눈치를 볼 만큼 북한이 그렇게도 두려운 존재인가. 만약 ‘민감한 시기’가 아니었다면 어떤 답변을 했을지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인 2월 9일부터 3월 18일까지 한미연합 훈련을 연기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문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보다 앞서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남북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올림픽 참가·성공적 개최의 필수요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월 18일 대북억제력 강화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 예정이었던 미 해군소속 핵잠수함인 텍사스함이 한국 측의 거부로 입항이 취소돼 본토 기지로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남북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미 핵잠수함의 부산항 입항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가져올 수 있으니 보는 눈이 많은 부산항 대신 진해 기지로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7함대 측은 ‘한국 방문을 없던 일로 하겠다’며 부산항 입항을 취소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난 얼굴이 그려지는 부분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10여일 앞둔 최근 북한이 뜬금없이 인민군 건군절을 기존의 4월 25일에서 올림픽 개최 전날인 2월 8일로 바꾸더니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북한군이 대규모 열병식(군사퍼레이드)을 준비하는 정황을 민간 위성이 포착했다는 사실을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미국이 평창올림픽 이후로 한미 훈련을 연기했듯이 북한의 2월 8일 군사퍼레이드를 연기할 것을 북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월 23일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보수 정권 때 연기되었던 전작권 환수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빨라지는 분위기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명분이 약해지고 결국 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전작권 환수로 한국군 단독의 자주국방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북한 정권이 건재하고 있는 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기능이 현저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결국 ‘평창올림픽’이라는 문 정권의 잔칫상에는 북한 정권이 원하는 맛있는 요리들만 올라 있는 셈이다. 남한은 열심히 차리고 북한은 군침을 삼키며 빨리 먹어보자고 보채고 있는 상황이다.

평창 잔치에 참가할 다른 하객들은 전혀 안중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평창올림픽’이라는 ‘국제파티’인가 아니면 ‘평양올림픽’이라는 남북만의 잔칫상인가.

무시당한 평창, 버림받은 태극기, 소외된 스포츠

동계올림픽에 마땅히 내보낼 선수가 없어 참가 신청도 하지 않았던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피나는 노력으로 22명씩이나 출전하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문 정부는 뜬금없이 ‘남북단일팀’이라는 것을 급조해 버렸다. ‘기회 균등, 공정 경쟁’의 ‘정의구현 가치’를 최우선시 한다는 문재인 정권이었다.

그런데 소위 ‘대승적 차원의 남북평화와 평창올림픽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국민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으로 2030세대의 80% 이상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렸다.

거기에 “(한국)아이스하키팀은 메달권이 아니다”라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젊은 층의 불만이 증폭됐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정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남북 공동입장 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시상식에서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태극기 마크를 제거한 유니폼에 KOREA 대신 COREA를 새겨 넣기로 결정해 국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을 위해 사전점검단 단장으로 서울에 도착한 현송월에게 기자들이 방남 소감을 묻자 그를 경호하던 한국 측 요원이 “(현송월 단장이)불편해 하신다. 질문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 권력층에서 서열도 애매하고 한때 김정일의 애첩이자 김정은의 애첩으로도 소문났었던 현송월이라는 별 볼일 없는 여자에게 국빈 모시듯 굽실거림으로써 또 한 번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동계스포츠 종목과는 전혀 상관없는 삼지연관현악단(오케스트라)에 엉뚱한 태권도 선수단까지 순수 동계스포츠 선수(22명) 숫자의 30배나 되는 불청객 500여 명이 우르르 내려오는 것도 이상한데 그들의 남한 체류기간의 숙식을 나라 세금으로 보장해준다는 것을 국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청년층의 싸늘한 반응에 대해 청와대는 ‘대승적 차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북한 역시 ‘남한의 진보적 인민들과 민주화의 주체인 청년학생들이 이번 기회에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민족끼리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고 연일 선동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북한 정권은 변화된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주사파가 창궐하던 80~90년대 한국이 아니라는 것, 옛날처럼 ‘우리민족끼리’ 환상에 사로잡혀 태극기를 버리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멍청하게 좋아할 국민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촛불을 들었던 민중이라고 모두 과거 주사파 운동권들의 친북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본질’을 망각한 쪽은 국민이 아니라 북한 정권과 한국 정부 자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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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시민 2018-02-01 07:39:42
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의 제전, 하지만 평창올림픽은 북한홍보를 위한 평양올림픽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어 한반도평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지만 국민이 보기에는 목불식정,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공론금지, 주한미군철수를 말하는데, 우리만 태극기를 한반도기로 대처하고 인권유린 마식령스키장에서 단일팀 어거지로 구성해서 4년동안 피땀흘린 선수들 기회를 박탈하는 김정은 비위맞추는 올림픽다. 문정부가 추구하는 올림픽의 본질, 평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평화인가? 국민들이 보기에는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비굴한 위장된 평화지, 북한 주민들과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세계인을 위한 평화는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