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동의해준 한국당에 분노했다”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동의해준 한국당에 분노했다”
  • 인터뷰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30 13: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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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이 된 이유"…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뷰]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 인선 발표 당시 명단에는 뜻밖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정치권과는 누구보다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가 바로 그다.

헬조선 논쟁과 같이 우리 시대에 따끔한 화두를 간간이 던지던 그는 무슨 이유 때문에 정치권으로 갔을까. 직접 정치를 하려는 것일까. 미래한국은 1월 19일 서울 홍릉 소재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을 찾아 이 교수를 만났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분이란 인상을 받아서인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난 정기국회 때 한국당 모습을 보고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국가예산에서 보조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켜준 것, 특히 법인세를 올린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시장경제와 글로벌경제를 이해해야 하는 보수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지난 정부에서 야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같은 노동시장 개혁법안을 국회선진화법으로 다 막았는데, 왜 지금 야당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통과시켜줬느냐는 겁니다. 한국당이 시장경제나 보수가치를 지키자는 집단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내리면서 애플이 해외에 쌓아뒀던 현금을 다 미국으로 가져오고 있잖아요.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도 해외 법인이 수없이 많은데 법인세를 올리면 미국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지요.

그렇게 분노하고 절망하던 차에 김용태 혁신위원장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김 위원장이 저를 설득했는데, 이 분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자유도는 높여 시장이 작동하게 하고, 사회정책에 대해서는 젊은이들의 진보적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런 가치 체계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하더군요.

그런 뜻이라면 알량한 저의 지식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과거를 보면 경제민주화와 같은 좌파적 정책 흐름이 한국당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정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잘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당이란 정치집단이 시장경제 논리를 믿고 신념화해서 중심적인 가치로 삼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중심이 되는 정책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한국당이 아니더라도 보수적 가치, 즉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정책을 채택하겠다는 정당이 있었다면 저는 어떤 정당이라도 저의 아이디어를 전해주고자 했을 겁니다. 특정 정당 이름을 거론해서 안 됐습니다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금까지 봐온 결과, 적어도 경제정책에 한해서는 절대로 시장경제가 아니고 민주당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바른정당도 유승민 의원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보면 전혀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실패했기 때문에 대안으로 사회적경제를 만든다고 선언하면서 만든 것이지요.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공약도 시장경제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이 분이 개혁적 보수를 자처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안보뿐입니다.

한국당이 한심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나마 보수적 가치를 정강정책에 반영하고 가치 집단화하겠다고 나섰고, 제가 돕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2기 혁신위원들 구성은 잘 꾸려졌다고 보십니까. 저도 혁신위 일원이기 때문에 아직 평가가 어렵습니다.

이제 시작이고 이렇다 할 산출물이 없으니까요. 다만 명망가들 중심으로 했던 과거와는 다르지요. 혁신위는 두 가지 축으로 돼 있습니다. 한 축은 문재인 정부의 계획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는 준거의 틀을 만들고 시장경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분들이 있고, 다른 한 축은 노인, 꼰대, 웰빙정당의 이미지로 젊은층에 외면 받는 한국당을 바꿀 분들이 있습니다.

개인과 경제자유도를 높이는 게 내 역할

- 한국당 혁신위원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실 건가요.

개인과 경제자유도를 높이는 일입니다. 이번 정부가 최근 들어 시장개입을 서슴없이 하고 있어요. 우리는 실패의 결과를 원인도 따져보지 않고 시장에 책임을 전가하곤 하는데,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

대부분 실패의 원인은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에 있습니다. 마치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지요.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이야기만 나오면 제가 경기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 사람들은 마치 경제가 정의, 자비, 윤리 이런 도덕성으로 작동되는 것처럼 여겨요. 이건 시장경제 원리를 모른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의 논리에 소위 보수주의자들이 방어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 사람들이 틀렸고 우리가 맞는데도 왜 틀렸는지 말을 못합니다.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과 철학,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지요. - 말씀하신 대로 선동논리를 잘 깨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소득 양극화 이야기하면서 소득분포가 재난적 수준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거든요. 여러 통계에서 소득분포는 개선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데도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지니계수를 예로 들어볼게요. 지니계수(소득불평등지수)가 확대되면 잘못된 것일까요?

독일이 하르츠 개혁한 뒤 고용률이 65%에서 75%로 경제인구 가운데 일하지 않던 10%가 노동에 참여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우리와는 정반대로 유연하게 자투리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4시간, 6시간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로 예를 들면 4대보험 가입과 같은 의무는 부담지우지도 않고요. 지니계수 격차는 우리처럼 크게 벌어졌죠.

하지만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정규직 고용률이 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영세기업한테 4대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겁니다. 그거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가입하기 싫어해요. 자기도 반을 부담해야 하니까. 현실에 맞지 않는 이상론이 만들어 낸 제도입니다.

8시간 정규직만 뽑으니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없고, 집에서 육아하는 주부, 노인도 일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이 사람들이 시간제, 임시직으로 많이 들어오면 일하는 사람 사이의 임금격차, 소득격차는 확대되지만 경제의 질은 좋아집니다. 실업자에서 급여를 조금 받는 노동자가 되는 것이니까요.

- 통계를 정확히 읽을 줄 알면 양극화 선동 같은 건 깰 수 있을 텐데요.

그러니까 어떤 통계를 읽는 이해력도 없는 겁니다. 지니계수가 확대됐으니까 나쁘다는 단순논리도 못 깨는 거예요. 지니계수가 확대된다고 하면, 어떤 모습으로 확대됐느냐를 봐야죠. 고용률이 늘지 않고 지니계수가 확대되면 나쁘지만, 고용률이 늘어나면 당연히 지니계수는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이런 것들이 다 조건적인 것인데 구조는 안 따지는 겁니다. 또 사실은 축소되고 있는데도 확대된다고 하고 있고. 이런 허위를 검증할 능력도, 통계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능력도, 국가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상대 프레임에 갇히고 수세에 몰리는 것이지요.

- 한국당은 좌파의 프레임에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프레임에 당한다는 이야기가 뭐냐면 이런 겁니다. 지식의 격차가 없을 때는 말 주변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나 지식 격차가 있어 진실 여부를 따질 수 있으면 프레임을 타파할 수 있는 것이지요. 프레임에 당한다면 보수정당 정치인들의 지식, 이해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김종인 씨의 경제민주화가 헌법에 들어간 이후로 우리 사회는 시장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가치가 시장경제인지 아니면 정부에 의한 시장 할당과 간섭인지 기준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그러니 선거 때마다 경제민주화가 세를 얻고 김종인과 같은 인물들을 민주당도 쓰고 한국당도 쓰고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한국당도 과거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민주당과 똑같이 최저임금 대폭 올려준다고 했잖습니까. 한국당이 명분이 안 서는 게 자기들도 똑같이 대선 때 공약해놓고 민주당을 비판하려니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것이지요. 일관된 지식과 철학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제가 기여해주고 싶어 한국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겁니다. 지난 번 정기국회가 아니었다면 그럴 생각은 안 했을 겁니다. 그때 분노가 치밀어서 며칠 밤잠을 못 자겠더군요.

- 한국당에 대한 분노가 교수님을 한국당으로 이끈 셈이네요.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지적 빈곤 상태에 있게 된 것인가. 그 많은 국가들 가운데 왜 하필이면 베네수엘라, 브라질, 그리스, 스페인과 같은 망한 나라를 보고 가느냐 이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말하면서 ‘작은 정부에 대한 미신은 옛날부터 깨졌어야 했다’며 IMF, OECD 통계를 마구 인용합니다.

그런데 두 기관의 권고(recommendation)를 보면 사실이 다릅니다. 우리나라가 급변하는 사회이고 노인 빈곤도 많아지니까 정부가 이 점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달라요.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개혁해야 한다는 게 두 기관의 일관된 지적이에요.

고용된 사람은 더 유연하게 해주고, 고용 안 된 실업자들은 보호를 강화해서 사회통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지금 고용시장 경직성이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이 진짜 하라는 건 뒤에 다 있는데 그건 하나도 안하고, ‘돈 많이 써라’ 앞의 그 이야기만 인용합니다.

한국당 사람들은 그 보고서를 안 봤나 봅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저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해도 한국당 대변인이든 누구든 반박이 나오지 않아요. 기가 막힌 일이지요.

비트코인 열풍에 대한 정부의 오해

- 비트코인(가상화폐) 열풍이 계속 이슈인데요, 정부도 기성세대도 한편으로는 이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이 여기에 빠진 이유, 열풍의 본질은 뭘까요.

제가 언론보도나 정부 대응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어떤 현상이 있으면 현상을 분명히 볼 수 있는 통계가 있느냐는 겁니다. 우리나라 젊은이 몇 명 중에 몇 명이 투자하고 있고, 얼마를 투자했다는 근거가 없어요. 비트코인에 빠진 젊은층이 200만이라는 주장도 엉터리입니다.

비트코인이 갑자기 뉴스가 되다보니 암호화폐 관련 앱 다운로드가 며칠 사이에 14배가 늘었고, 200만이 넘는다는 정도에요. 앱을 다운로드 하는 것과 실제 투자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요. 그리고 우리보다 이런 현상이 먼저 일어난 곳이 일본입니다. 그런데 거기선 비트코인 열풍이라고 마치 나라가 뒤집어질 듯한 사회병리 현상처럼 다뤄진 적이 없습니다.

왜 우리만 유독 그러느냐 이겁니다. 비트코인 투자로 인생이 망가졌느니 하는 것도 극히 소수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나라가 비트코인 거래량이 전 세계의 15%쯤 된다고 합니다. 거래량은 보유량과 다르니까, 하루에도 몇 번 사고 팔면 거래량은 많아지겠지요?

그러니 보유량은 10%라 치자 이겁니다. 10%면 30조이지요. 요즘 같으면 한 20조 될 겁니다. 이걸 200만 명이 투자한다고 치면 한 사람당 100만 원 가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근데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기 전에는 지금처럼 1500만 원이 아니었지요.

저의 경우는 2달러일 때 20개, 4만원 정도로 구매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투자 원금이 얼마인지를 보면 상당히 적은 금액인 것이지요. 젊은이라고 어른보다 바보가 아니잖습니까. 가격이 이렇게 쉽게 변동하는데 거기에 내 인생을 건다?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1억, 2억 이상 투자한 사람이 몇 명이고 10만 원 이상 투자한 사람은 또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를 알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비트코인 문제가 막 뜨기 시작했을 때 국회가 정부에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답을 합니다. 그러다 사회 문제가 됐지요? 그래서 다시 ‘당신들이 예의 주시한 결과가 뭐냐’고 물으면 아무 데이터도 없다는 겁니다.

그동안 뭘 주시한 것일까요? 신문기사만 본 것이지요. 이게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 입안 수준이라는 겁니다.

앞서가는 미래세대와 3류 정부 인식 차이 보여준 비트코인 논란

- 그렇다면, 비트코인 열풍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할까요.

증권투자는 수중에 돈이 없어도 증권회사에서 내 주식을 담보로 신용대출 받아 투자할 수 있어요. 이걸 마진투자라고 합니다. 작은 돈으로 전세 끼고 아파트를 사서 그 아파트를 담보 잡으면 자기 자산보다 몇 배, 몇 십 배 투자하는 부동산 갭투자도 우리나라에선 가능하고요.

하지만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깡통계좌가 된다든지, 집값이 폭락할 경우 대출금 상환능력이 없으면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이게 금융권 부실화로 이어져 사회 문제가 되는데, 비트코인은 투자한다고 누가 융자해주나요? 없죠. 다 자기 현금 가지고 하는 겁니다. 설혹 망한다고 해도 자기 투자 현금 외에는 아무런 사회적 영향이 없습니다. 얼마나 웃깁니까.

이슈가 아닌 것을 이슈로 삼아 이 난리인 것이지요. 반론이 나온다는 게 기껏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비트코인 탓에 공부안 하고 잠 안 잔다는 겁니다. 남의 인생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것 아닌가요? 지금 30대까지는 가상화폐 현상이 하나도 새로울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을 사고팔면서 현금화하는 시장이 있었고, 그것으로 돈을 번 사람들도 많습니다. 리니지 게임머니나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네트워크가 발행한 머니냐의 차이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지요. 청년들은 이미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왜 가상화폐 거래가 많은가 하면 청년들에게는 하나도 새롭지 않다는 것, 우리나라는 가상화폐로 거래하고 돈 버는 데 익숙한 젊은이가 다른 나라보다 많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것, 그리고 중국이 불법화돼서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정부는 다만 가상화폐를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돈세탁 문제 등과 같은 부작용 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1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2차 정례회의에 참석한 혁신위원들.
1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2차 정례회의에 참석한 혁신위원들.
“경제 논리를 뛰어넘는 정치” 궤변이 문재인 정부의 수준

- 문재인 정부 9개월, 경제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정부가 경제원리를 부정하고 있어요. 단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용섭 일자리부위원장이 제가 얼마나 현 정부에 비판적인지 모르고 전문가 의견을 듣겠다고 저를 부른 적이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는 공공부문에 고용이 너무 적어서 앞으로 많이 고용해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공공부문 고용률이 7%인데 반해 북구 유럽은 고용의 31%를 공공부문에서 한다는 OECD 데이터를 들고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 데이터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지 물었어요. 그 데이터가 어떻게 왜곡됐느냐 하면, 유럽은 의료와 교육이 다 공공부문에 속합니다. 영국도 헬스케어 전체의 사적 시장 고용이 8%예요. 92%는 다 공무원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전통적으로 교육, 의료를 민간한테 맡기고 가격을 통제하는 모델이지요. 교육도 공립학교가 몇 개 안 되고 대부분 사립입니다. 가격통제를 공립하고 똑같이 하지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사립대학 교수, 중·고등학교, 유치원 교사 다 집어넣고 병원들 고용 인력을 다 집어넣으면 그냥 OECD 평균입니다.

유럽의 공공부문 고용 숫자가 왜 그렇게 높은가 하면 아무리 사립이라고 해도 정부 보조금이 1원이라도 들어가면 공공부문으로 카운트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용섭 부위원장에게 ‘이런 데이터를 읽을 줄 모르니 대통령도 전 국민 앞에서 공무원 숫자가 적다고 사기를 치는 것 아니냐, 사기 치는 줄도 모르고 사기를 치느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말문이 막힌 모양이더군요. 이 부위원장이 또 이런 말도 합디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많다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아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근로시간 계산은 총근로시간을 노동자수로 나눈 것인데, 파트타임 노동자가 많으면 그 숫자가 뚝 떨어집니다. 풀타임 노동자가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지요.

우리나라 풀타임 노동자가 2100시간 일하는데, 독일 풀타임 노동자라고 1300시간 일하겠습니까. 공무원들 일하는 시간은 똑같습니다. 독일은 노동개혁 하니 하루에 3시간, 4시간 일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고 평균 근로시간은 뚝 떨어진 것이지요. 일본은 우리보다 과로사 피해가 훨씬 많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근로시간이 적습니다.

왜냐하면 노인 등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제가 이 부위원장에게 ‘그런 황당한 지식을 가지고 노동정책을 만드느냐’ 그랬더니 또 말이 막힌 겁니다. 계속 반박당하고 말문이 막히니까 이 부위원장 결론이 뭐냐면, “이래서 경제논리를 뛰어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정치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선거는 선동으로 되지만 정책은 과학이여야 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저를 안 부르더군요. (웃음) 이것이 현 정부가 가진 경제지식 수준입니다. 이념에 눈이 가려서 현실은 안 보는 것이지요. 지금 정부가 딱 이 수준입니다.

- 웃지 못 할 에피소드이군요. 경제정책은 과학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데이터라는 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경제분야에서도 유독 ‘좋은 일자리’ ‘헬조선’과 같은 선동적 용어가 많은데요, 우리나라가 유독 선동에 약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느 나라든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 정치에서 극단주의가 승리합니다. 경제 불황 심리는 어느 나라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미국은 샌더스가 아닌 트럼프가 승리했잖습니까. 그런가하면 영국에서는 메이가 상당히 타격을 받았지요. 노동당이 갑자기 부상했습니다.

익스트림한 경제불황이 높아졌을 때는 인기영합주의가 승리하는데, 그게 좌냐 우냐는 그때그때마다 좌우되는 것이지 반드시 한쪽으로 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문 대통령이 탁현민을 안 버리는 이유를 좋게 보면, 연출을 잘 한다는 것 아닌가요? 대통령의 메시지를 잘 전달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지요.

한국당 혁신위가 구성되면서 젊은 여성이 과거보다 많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똑같은 이슈라도 접근하는 데 있어서 여성들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다르지요. 이런 부분이 보수정당에도 필요한 겁니다.

- 동의하지만, 보수정당의 정치는 그래도 감성보다 이성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미국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2년의 검증과정을 거쳐 살아남는다는 사실입니다. 바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구조이지요. 많은 사람이 그렇게 트럼프를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잖습니까. 트럼프가 옳든 그르든 2년여 동안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미국은 적어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검증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 선거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짧으면 지명도 있는 사람밖에 될 수 없는 구조이지요. 재수, 삼수 하는 사람밖에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정치구조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아까 저쪽이 프레임을 잘 만든다고 했는데, 그렇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 보수가 프레임을 못 만든다고 보면 되는 것이지요. 철학과 확신이 있으면 당당하게 말하면 됩니다. 마가릿 대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레이건의 능력은 다 시장주의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것이지 연출이 아닙니다.

오바마나 클린턴이나 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웅변가예요. 자기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국민이 인기영합에 휘둘리는 건 어느 나라나 똑같은데,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 이야기인지는 이야기하는 사람 능력에 달린 겁니다. 남 탓하면 안 되는 겁니다.

보수는 그동안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었던 겁니다. 메이 영국 총리도 재정적자 확대 문제로 사회복지 축소 차원에서 노인 복지를 줄인 걸 노동당에서 바로 ‘치매세’라고 딱지를 붙이는 바람에 완전히 맛이 간 것 아닙니까.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치매세’ 공격에 대응을 못하고 실패한 것이지요.

지금 여당 의원 중에는 비유를 들어 상대방을 완전히 압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TV토론에 나가 이길 만한 변변한 토론자도 한 명 없다는 겁니다. 이 당이 집권 의지가 있다면 그런 사람을 빨리 발굴해 키우겠지요.

- 서강대 경제학부가 운영하는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교육생들이 선정한 최우수 강의상을 받으셨어요. 인기의 비결이 뭘까요.

자기가 생각 못한 이야기, 미처 보지 못했던 면을 볼 수 있게 해주면 자신들의 시각이 넓어졌다고 생각하지요. 저는 경제학이 아니라 경영학을 했습니다. 또 IT를 하는 사람이고요. 정보경제학이라고 해서 경제학 지식을 빌려다 세상을 바꾸는 걸 연구하는데요, 굳이 비결이라고 하면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독서라고 할까요. 많은 분야의 책을 폭넓게 읽습니다.

‘끈이론’과 호킹 박사의 물리학책, 경제학 서적, 또 역사책, 철학책도 좋아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편집능력이 생기지요. 통섭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많은 분야를 섭렵하여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비결이라면 제가 경영대 교수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01년에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자문해준 기업이 많습니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최고의 조직들이 고민하는 걸 함께 고민하고 구경하는 등 경험한 것이 많지요.

제가 파리바게트 제빵기사 논란과 관련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CJ그룹을 자문해주면서 식품 사업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들이 다른 교수들과 차별화가 된 것 같아요. 또 유학을 가기 전 20대 때 기업의 오너 밑에서 여러 역할로 일을 해본 것, 여러 나라를 다니며 그 나라의 기업을 보고 경험한 것도 비결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험과 독서를 통한 지식, 연구활동 이런 것들을 적절히 스토리텔링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전공이 IT이다 보니, 수요가 많은 것도 한 이유이겠지요.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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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2018-01-30 16:24:32
가치관과 근거가 명확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내용을 알려주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교수님을 믿고 따르는 것 같습니다.
멋진 분 이병태 코수님 화이팅

안용성 2018-01-30 14:52:57
참 쓰레기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는것 같네요~진정 자한당스러운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