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단일팀 과정보고 ‘평창 유감’ 떠 올랐다"
“올림픽 단일팀 과정보고 ‘평창 유감’ 떠 올랐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31 10:46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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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유감’ 벌레소년 인터뷰- “평창유감 인기에 당황…더 잘 만들 걸”

무명의 청년 뮤지션이 만든 랩 곡 ‘평창유감’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욕설이 너무 심하다” “시원한 사이다” 양 극단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닉네임 ‘벌레소년’이 만든 이곡은 급기야 30일 네이버 실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듣기에 따라 적잖이 불편한 욕설과 가사 내용 속에서도 번뜩이는 촌철살인의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랩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29일 ‘평창유감’ 유튜브 동영상에 메일 주소를 남겨 인터뷰 요청 의사를 전달했다. 답장은 곧장 왔다. ‘3류 개인 뮤지션에게 관심을 보여주어 고맙지만 신분 노출을 원치 않아 인터뷰는 사양하겠다’는 것.

그래도 궁금증은 풀어야했기에 놓지 않았다.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최대한 신분노출을 하지 않고 이메일 인터뷰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평창유감을 만든 벌레소년이라며, ‘무명의 3류 뮤지션’으로 소개한 그와의 인터뷰를 1, 2부에 걸쳐 소개한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느낀 벌레소년은 예상보다 정치와 세상일에 밝았다. 몇 군데 오타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민감한 몇 문장을 제외한 전문을 거의 그대로 소개한다.

벌레소년 '평창유감' 유튜브 영상 캡처 이미지
벌레소년 '평창유감' 유튜브 영상 캡처 이미지

- '평창유감'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조회수도 굉장하던데, 사람들이 얼마나 봤는지 혹시 카운트 해봤어요?

지금 확인해보니 23만 명이 넘었네요.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평창유감이 인기를 끈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 같은 무명 뮤지션은 오히려 무관심에 더 익숙하다보니 사실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당황스럽고 믿겨지지 않아요. 그래도 생각을 해보니까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이 쌓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 됩니다. 최근 친 정부 성향의 사람들로 방송 사장들이 교체 된 이후에 너무 편향된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심지어 예능마저도 친 정부 사람들이 출연하여 다소 불편하신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여기에 문꿀오소리들의 댓글 조작행태와 언론 기자들에 대한 탄압, 정치 보복에 따른 보수 진영의 긴장감 심화가 저 같은 B급 음악인의 콘텐츠에 강한 흥미를 느끼게 만든 원인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자사고, 외고 폐지, 블라인드 채용, 비트코인 사태, 권력을 이용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 등이 젊은 층에겐 불만사항으로 쌓여가던 상황이었고요. 그러다가 올림픽 선수들까지 국가의 권력으로 개입하는 모습에서 전 연령층이 강한 공감대가 형성된 시기에 관련 내용을 다룬 제 음악이 나와서 큰 이슈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녹음, 믹싱, 마스터링 죄다 3일 컷이라고 소개했는데, 3일 만에 혼자 완성한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 제 기준으론 대충 만든 음악인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심혈을 기울일 걸 하는 약간의 후회(?)도 하는 중입니다. ㅋ

- 인기를 예상했어요? 가사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둬서 썼는지도 궁금합니다.

제 노래가 이렇게 알려지고 공유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고요. 인터뷰도 상상도 못한 일이고요. 예상을 못하고 있어서 어디 출연 제의나 인터뷰에도 소극적으로 임하는 중이에요. 이번 일은 1회성에 불과한 현상으로 보고 있어요. 이런 현상의 연속성은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사는 단순히 올림픽단일팀 문제만이 아닌, 반복된 현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결국 운동권 좌파들의 잘못된 국가관과 민주주의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에서 적절히 깊이를 조절하는 쪽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즉, 평등한 결론을 만들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과정의 불공정성과 기회의 불평등성이 발생된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같아서 다음 곡들로 나머지 퍼즐 조각을 맞추어 갈 생각이에요.

- 이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어요?

탄핵 이후에 너무 급하게 지도자가 선출되다보니,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어설픈 선거가 돼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는 어설픈 외교나 경제 정책, 대책 없는 예산 정책 등에서 이미 확인이 된 부분이겠고요. 이런 문제들의 원인이 운동권 좌파들의 그릇된 국가관에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비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계속 했었는데, 음악으로 만들기 좋은 소재가 올림픽 단일팀 과정에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원래 다른 노래를 만들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평창 유감’이라는 제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결국 이 노래부터 만들어야 다른 작업도 하겠구나 싶어서 3일 만에 만들었어요.

- 평창유감이 인기를 끌다보니, 벌레소년이 누구냐는 궁금증도 일고 있는데요, 본인 소개 좀 해주시죠.

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공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요. 일베 회원에 대한 반감과 정치 음악인에 대한 이질감, 제가 느끼는 저란 사람에 대한 모자람 등이 뒤섞여서 최대한 저를 숨기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ㅋ 한 개인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한국사회에서는 1회성에 불과할 수도 있는 제 노래에 대한 반응만으로 저를 노출하는 게 그리 현명하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공개해드릴 수 있는 저에 대한 정보는 저는 한국 남성이고, 이성애자이며, 이퀄리스트, 반종북주의, 안티 막시스트(마르크시스트)이자, 안티 페미니스트, 그리고 음악 하는 일베 회원이라는 점입니다. 벌레소년의 뜻은 음.. 일단 ‘벌레’는 네티즌들끼리 서로 벌레 취급 하는 B급 문화의 상징으로 설정한 것이고, 감성적 도구인 ‘음악’을 한다는 관점에서 감성적인 단어인 ‘소년’이라는 말을 뒤에 붙여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 흔히 2030세대는 문재인 정부를 끌고 가는 주축 세대 586 운동권 세대와 다르다는 분석을 하는데, 2030세대로서 동의하세요?

2030 세대를 보면, 탈이념화가 심한 편이면서도 상당히 이기적인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희망이란 걸 별로 경험해본 적도 없고, 단 한번 세상이 좋아져 본 적도 없는 그들 세대의 입장에서 유일하게 세상에 들이 밀 수 있는 잣대라고는, 윗세대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풀며, 더 엄격한 감시 속에, 더 치열한 경쟁을 거쳐 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했다는 경험뿐이죠.

결국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관습에 강하게 저항하는 세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정유라나, 정용화 사건 등에서도 올림픽 단일화 문제처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봅니다. ‘유명인이나 운동선수들, 재력가들을 특혜를 줘서라도 유치하면, 너희들 모두 좋은 인맥을 쌓게 되는 것이고, 학교레벨도 올라가는 거다‘라는 식의 주장이 어느새 학연이 먹히지 않는 낮은 취업률과 맞물려서, 기괴하게도 과정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화염병이나 던져가며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고, 논문표절이 당연하던 586 세대들에겐 이런 사고방식과 여러 면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물론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자신도 학연, 혈연, 지연의 특혜를 누릴 수 있다 해도, 과연 똑같이 과정의 공정함을 주장할지는 미지수지만요. 헤헷. 끝으로 저는 2030세대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다르다면, 뭐가 가장 크게 다를까요?

이기적인 부분에선 어느 세대나 별 차이는 없겠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민주화 과정의 공정함과 민주성에서는 큰 차이가 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86 세대는 자신들의 무능력함과 잘못된 방법들에 대해 역사적 미화로만 해소하려는 경향이 큽니다. 허위 사실과 거짓으로 국민을 속인 방법마저도 ‘민주화’라는 결과 속에 모두 합리화시켜버립니다. 그것의 도덕적 책임과 반성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죠.

하지만 더 이상 과정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그들의 주장이 퍼지긴 힘들다고 봅니다. 수정주의 역사관을 악용한 막시즘이 대학가에 침투하기가 쉽지 않아진 것은, 지금의 대학생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 동기와의 조별 발표 점수가 똑같이 분배되는 것에 대해 이미 부당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히려 막시즘보다 페미니즘이 주입되는 게 더 빠를 정도죠.

그것은 ‘나’라는 개인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 586 세대는 ‘우리와 적’이라면 지금의 젊은 층들은 ‘내가 먼저 그 다음이 너일 수도’라는 개념으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이기주의가 역설적으로 과정의 부도덕함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거부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직 젊은 층들이 살아갈 날이 더 많으므로, 그들이 과연 586 세대처럼 카르텔을 형성해서 아래 세대에게 흡혈귀 같은 존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요.

(2부에서 계속)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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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소년악보구해요 2018-02-27 09:16:03
베토벤의 천재성 + 살리에르의 전문성 = 한국의 벌레소년

북핵책임진다더니 2018-02-02 06:15:54
비비고!(Boy Bugs Go!) 자기들 혼자만 엄청 정의로운 양 유난히 유세를 부리기까지 하는 별놈의 각종 '운동권 뽈갱이'들을 정죄할 최후의 날이 머지않았다.

노무현 군단장 2018-02-01 13:14:09
유시민이나 김제동같은 생각없는 사람들보다 100배 낫습니다.

ㅁㄴㅇㄹ 2018-02-01 03:27:25
★ 유시민 류의 얼치기 진보(?) 지식인들보다 니가 백배 낫다

일베충 2018-02-01 00:27:56
게이야 격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