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 폐지 북의 간첩활동에 고속도로 내주는 것”
“국정원 대공수사 폐지 북의 간첩활동에 고속도로 내주는 것”
  • 사회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1.31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급좌담] 국정원 대공수사 폐지 문제없나
국정원 대공수사업무를 경찰로 이관하는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되면서 국가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 내부도 당황스럽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불안하기만 하다. 국정원 대공수사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이를 경찰에 이관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 국가 정보기관의 일선에서 전문가로 활동했던 3인의 긴급 좌담을 통해 진단과 처방을 모색해 본다.

좌담 참석자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소장·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좌측), 송봉선 전 국정원 북한단장·양지회장(중간), 유동열 현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우측)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소장·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좌측), 송봉선 전 국정원 북한단장·양지회장(중간), 유동열 현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우측)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사회자= 정부가 국정원의 대공수사 업무를 폐지하고 경찰로 이관하는 정책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한 총평을 먼저 부탁드립니다

송대성 = 국가정보기구에 근무했던 경험과 해외 시찰을 해본 경험으로 말한다면 국가정보기구에는 크게 다섯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첫째는 헌법수호기능입니다. 그 나라의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헌법수호청이 그렇습니다. 둘째는 국가기밀 보호기능입니다. 보안이라고도 합니다. 어느 나라든지 지켜야 할 비밀이 있습니다. 셋째는 방첩기능입니다. 흔히 대공업무라고 합니다. 국가존립기능 중에 중요한 기능입니다. 적국은 항상 자국을 노리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자국의 산업보호기능,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가자료 존안기능입니다. 보안기능하고도 비슷한데 좋은 나라일수록 각종 질 좋은 자료를 존안합니다.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국정원의 방첩업무와 직결됩니다. 경찰업무는 치안입니다. 우리나라는 국정원, 기무사가 방첩 기능을 하는데 이 가운데 국정원이 약 80%를 수행합니다.

대공수사는 방첩업무와 뗄 수 없는데 고도의 보안과 전문성, 그리고 공작을 포함합니다. 이런 방첩 업무를 이삿짐 옮기듯이 경찰에 이관하는 것은 방첩 업무를 모르는 발상입니다. 방첩기관이 4개 정도면 하나 정도를 이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공수사 자료는 대개 공작 자료들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역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옛날 자료들은 현재와 관계가 있는데 이것을 경찰로 이관하면 이관 받는 이가 맥락을 알 수 없어 대공수사 자료를 이해하거나 해석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업무가 불가능해집니다. 물론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들이 그대로 경찰로 옮겨가면 되는 문제라고 하지만, 다 갈 수도 없거니와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공수사 업무라는 것이 현직 뿐만 아니라, 은퇴자 OB그룹들과도 연계되어서 네트워크로 이뤄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송봉선 = 며칠 전 조국 수석이 국정원 대공수사 업무를 경찰에 이관한다고 했는데 이건 완전히 난센스입니다. 국정원이 대공 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징벌하는 수준에서 이관할 수 있지만, 여태까지 보면 60여 년 동안 국정원은 간첩 검거에 성과가 있었습니다.

직원수로 보더라도 경찰의 보안과나 군 기무사와 비교해 보면 대공수사인원이 얼마 안 됩니다. 대단히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공수사 예산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점에 비춰볼 때 특별히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잘못해 온 점이 없습니다. 문제는 서울시 화교간첩 유우성 사건인데, 인권 관계가 문제가 됐어요.

그가 북한에 탈북자 명단을 넘겨줬는데 누가 봐도 첩자가 분명했습니다. 동생도 오빠가 간첩이라고 자백했어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중국 출경증(출입증)을 떼어오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게 쉬운 것이 아닙니다. 조선족 에이전트를 활용했는데 급하다보니 가짜 서류가 만들어졌어요. 본부에서 요구가 급해 에이전트가 실수를 했습니다. 그런 걸 싸잡아 인권 문제다, 가짜 서류다, 조작했다 하는데 사건의 본질이 사라졌습니다.

대공수사가 매도됐고 새 정부가 이참에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아마추어리즘을 가지고 했다는 비난이 있었는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국내 정치 개입 부분은 잘못이 있다고 해도, 대공 방첩 업무는 국정원이 잘해왔습니다. 예산이나 활동면에서 잘 해왔고 특히 국내와 국외 경계선이 없는 간첩을 잡아야 하는 문제를 지나치게 오도시켜 국민들을 현혹시켰는데 전직자로서 좀 야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유동열 = 먼저 대공수사권 개념 정리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공수사권을 간첩 잡는 것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국정원법상 대공수사권은 형법상 내란 및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와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관한 수사, 그리고 국가보안법 수사입니다.

무엇보다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게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안보수사 공백이 생깁니다.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대공 수사 정보, 공작기법, 신문기법 등은 경찰이 취약합니다. 경찰은 이적단체 등 국내 안보 수사는 잘합니다. 하지만 북한 및 북한의 해외망과 연계된 지하당 사건 등은 취약합니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대공수사의 70% 이상을 경찰이 했다고 하지만, 경찰이 한 것은 주로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 이적단체 등과 같은 것이었지 지하당 사건과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현재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북한의 간첩활동에 고속도로를 깔아 주는 것과 같습니다. 북한은 국정원을 없애라고 매일 선동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호응하는 것이 됩니다. 북한의 정찰총국이 그동안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과거의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그리고 현재 국정원의 대공수사국이었습니다. 즉 대공수사국을 극복하지 못했기에 대남적화 사업이 성사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경찰이 방첩 업무를 할 수 없는 이유 

사회자 =국정원의 대공수사 업무를 경찰로 이관하면 방첩기능에 문제가 생겨 안보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논의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경찰 현업을 잘 아시는 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안보대책실에 근무했던 유동열 원장님부터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동열 = 경찰도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경찰은 정치권력에 취약합니다. 과거 경찰이 안보수사를 하게 되면 야당 등에서 온갖 정치적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국정원은 대통령 직할이어서 문제가 다릅니다. 과거 일심회 간첩사건을 보자. 당시 청와대 모 비서관과 일심회 총책 마이클 장이 수십통 전화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 당사자를 불러 수사를 하려 하자 청와대가 방해했습니다.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이 이러한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고 힘을 실어 줘 일심회 수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다 아는 바와 같이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원장을 해임했습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대공수사권을 넘겨 받은 경찰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경찰이 꺾일 것입니다.

또한 경찰만이 대공수사를 전담하기 어려운 점은 대공수사의 전단계인 정보수집단계에서 합법과 비합법을 넘나든다는 점에도 있습니다. 대공수사는 3단계로 진행됩니다. 초기에는 간첩활동 탐지, 수집하는 내사 단계인데 이때 공작을 합니다. 둘째는 검거하여 신문 등 조사 단계, 셋째는 사법처리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초기 대공수사는 필요하다면 도청, 교란, 기만, 해킹, 절취 등과 같은 간첩정보를 탐지하는 과정에서 합법과 비합법의 영역을 넘나들게 됩니다. 문제는 경찰은 합법활동 조직으로 이러한 비합법의 활동을 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국정원과 같은 비합법 공작에 소요되는 활동비 등 예산은 경찰로서는 편성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송대성 = 유동열 원장께서 국정원 대공수사 업무를 경찰로 이관하는 것은 북한의 대남혁명사업에 고속도로를 깔아준다고 했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지적입니다. 북한은 숙원사업으로 항상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기무사 해체 등을 단골 메뉴로 해왔습니다. 결국 대공 방첩 업무 불능화를 목표로 주장하는 내용 입니다. 결국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결과적으로 대공 방첩 업무의 폐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무엇보다 자료 차원에서 큰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국정원에는 은퇴한 대공수사 직원들 모임인 덕우회라고 있는데,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현직자는 그 사건의 역사성을 알아야 하기에 은퇴자들을 찾아가 사건의 시작과 전개 과정, 해석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군 기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공수사 업무는 은퇴자 몇 백 명이 늘 현직 후배들을 돕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 일부가 경찰로 가더라도 OB그룹들을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대공수사업무는 현직과 은퇴자 OB그룹이 서로 연계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자료는 이관시켜 간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가지 않으면 해석이 안 되게 됩니다. 현 정부의 대공수사업무 이관 발상은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충 이삿짐 옮기듯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작 업무와 자료는 사람과 함께 옮겨 가야 하고, 옮겨 가는 사람도 현직만 옮겨 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료와 공작, 수사의 역사성 때문에 전직 OB그룹들도 함께 움직여야 하는 문제가 있게 됩니다.

이 문제는 유동열 원장께서 지적하신 대로 경찰조직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이념을 알아야 하고 북한의 대남정책과 전략에 대한 학술적 차원의 학습과 해석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업무 실행 자체가 불가능한 분야입니다. 경찰은 그런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정보기관이 자료를 이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구 소련의 경우도 공산당이 해체되고 새로운 국가정보기관이 등장했지만 KGB가 해체되거나 그 자료가 다른 기관으로 이관되어 설립된 것이 아니라, KGB가 이름만 바꾼 것입니다.

송봉선 = 대북 및 대공 업무를 30년 해왔습니다. 대공수사에는 공작 여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북관계 에이전트들을 활용해서 그들이 일본, 중국과 같은 제3국을 통해 작업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해외 공작 네트워크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경찰 같은 경우 북경, 워싱턴, LA 정도에 정보망이 있지만 국정원은 전 세계에 다 있습니다. 그런 망을 통해서 공작 여건이 마련됩니다. 경찰은 그런 거미줄 같은 해외 공작망이 없기에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갑니다. 또 국정원은 공관과 같은 곳에서 일하는 화이트 요원과 기업으로 위장한 블랙요원들이 활동합니다. 그런 구조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업을 해야 공작 여건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해외공작망은 대공수사에 결정적이라 할 수 있어요. 이런 조직을 경찰이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유동열 원장도 잘 아시겠지만 북한의 공작부서는 정찰총국과 국가보위성이 활동합니다. 정찰국 산하 225국은 남한내 고첩망을 구축하고 35호실은 간첩을 양성해서 요인 암살, 테러, 납치 등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통전부가 있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여러 공작기관이 있는 반면, 남한에는 국정원 하나 밖에 없어요. 정보사나 경찰도 일부는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국정원에는 국정원장 밑에 대공수사국, 해외정보국, 대북공작국 등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해외공작국이나 대북공작국에서는 제3국에서 북파 에이전트나 해외 북한 공작요원 그리고 휴민트를 통해 간첩활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됩니다. 국정원처럼 하나의 원장 밑에서는 정보 업무의 이관과 조정이 어느 정도 수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부서 끼리도 자신의 정보와 업무를 타 부서에 넘겨주는 것을 싫어하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경쟁마저 합니다. 대개 성과가 있어서 포상이 내려질 때 대공수사부처가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다른 부서에서 섭섭한 감정들과 시기, 질투마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공작수사 첩보가 있어도 국정원 부서끼리 잘 넘겨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공수사 부서에서는 수사공작관을 장기 제3국에 파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렇듯 한 원장 밑에서도 잘 안 되는데 국정원이 업무나 정보를 경찰에 순순히 넘겨줄 거라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국정원 내부에서도 부서끼리 정보 차단벽을 쳐서 무엇을 하는지 서로 모르는 상황인데 국정원과 경찰 사이에 정부와 업무 교류가 가능하겠습니까.

그 다음에 자꾸 정보와 수사 분리를 주장하는데 잘못된 것입니다. 대공 수사와 정보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같은 국정원 기관 내에서도 차단 원칙 때문에 정보 공유가 안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국정원과 경찰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정보와 수사가 융합되어야 합니다.

흔히 미국의 FBI를 말하면서 수사만을 담당하는 것 같이 말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FBI도 정보 업무와 수사를 동시에 같이 합니다. FBI가 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이유도 정보 업무 때문입니다. 대공 방첩에 있어 정보와 수사를 분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입니다.

유동열 = 국정원 대공수사 인력들이 경찰에 합류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경찰공무원법 상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들을 경찰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정원 대공수사 간부들과 경찰 간부들간에 직급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정원 대공수사 국장은 경찰계급으로 치면 경찰청 차장 즉 치안정감급입니다. 수사국 단장들은 경찰에서는 치안감급입니다. 전국의 지방경찰청장이 치안감계급입니다. 국정원 대공수사 처장들은 3급입니다. 군대로 치면 원스타, 경찰로 치면 경무관급입니다. 00명의 숫자입니다. 과장들은 총경급입니다. 이 역시 00명입니다. 이 많은 계급이 경찰로 오면 기존의 보안경찰 직제가 간부화되고 수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인사적체로 인한 갈등의 소지마저 있습니다. 결국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긴다 하더라도 점진적 방법을 통해 경찰이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후에나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대공수사는 해외공작망 있어야 가능

사회자 = 결국 국정원과 경찰간에 업무 성격상 자료와 인력의 공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왜 경찰은 대공수사 업무를 국정원처럼 할 수 없는 것입니까?

송대성 = 간첩을 잡고 방첩을 하려면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 네트워크라는 것은 조직 대 조직으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과 조직원간에 구축됩니다. 문제는 이 조직원 네트워크라는 것이 조직원 개인들 간에 상당한 신뢰가 생기지 않으면 구축되기도 어렵지만 조직원이 바뀌면 네트워크도 사라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국정원에는 망()이라는 이런 네트워크가 국내와 해외에 많이 있는데 만일 대공수사 업무가 경찰로 가게 되면 이 네트워크가 그날로 죽어버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국정원 대공수사 업무가 경찰로 이관되면 경찰 내부에서 누가 어떤 망을 맡을지 결정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상대 조직원들이 상대를 해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믿고 상대하겠습니까.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간에 조직 대 조직의 네트워크가 있지만 대부분 정보 교류는 조직원 개인들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만일 국정원 대공수사 업무를 이관 받은 경찰의 누군가가 미국 측을 만나 제가 앞으로 네트워크를 하러 왔습니다라고 하면 미국 측은 상대를 해주지 않게 됩니다.

아울러 방첩수사의 장기성이 문제가 됩니다. 군 정보기관에 근무했던 경험으로 말하자면 대공수사는 마치 장뇌삼 심어 거두듯이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오랜 기간 대상을 관찰하고 분석해야 가능합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학교에서는 어떤 강의를 하는지, 심지어 학생으로 위장해 강의를 듣고 강의 내용을 분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기적 관찰과 정보 수집의 내용은 역사성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업무가 넘어가는 순간 보안이 유지도 안 되고 흐트러지고 무너지게 됩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업무를 경찰에 이관할 때 생기는 문제 중의 중요한 하나는 국정원이 쌓아놓은 정보분석 자산이 경찰에 이관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와 달리 간첩활동은 사이버상에서 활발히 일어나는데 국정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기관에 하루 2억 개 정도의 해킹 시도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이러한 사이버 방첩에 대한 자산과 정보를 통해 대공수사 업무를 해왔습니다. 따라서 경찰에 대공수사 업무를 이관하려면 이 사이버 방첩 자산과 노하우가 함께 가야 하는데 이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됩니다. 결국 국정원에 대공수사 업무를 중단시키게 되면 실질적으로 국정원이 해체되는 것과 같게 됩니다.

아울러 경찰, 국정원, 기무사에서 대공수사와 관련된 교육 내용을 보면 경찰과 국정원의 교과과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경우 북한의 대남혁명 전술의 역사성과 이론성을 교육하기 때문에 대공 용의자를 심문할 때 그가 말하는 내용을 토대로 용의자가 북으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 맞는 조사와 심문이 이뤄지지만 경찰은 그런 교육을 시키지 않기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경찰 대공수사 요원들에게 국정원에서 하는 교육을 시킬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국정원은 이념적 전사(戰士)로서 교육되어야 하는 반면 경찰에게는 특정 이념을 강요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송봉선 = 제가 근무하던 대북공작팀의 업무실은 아주 작은 공간으로 집약되어 있고 보안을 위해 다른 과 직원들도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만일 경찰에 이 업무가 넘어가면 단계별로 거쳐야 할 사람들과 조직들이 많은데 보안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대공수사는 적어도 3, 5, 10년 걸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가 도중에 정보가 조금이라도 새어 나가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됩니다. 이석기 RO사건의 경우 정말 용케도 잘한 것입니다. 이런 대공수사는 보안이 유지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제 경험으로 말한다면 황장엽 씨 귀순을 공작하면서 1년간 정말 피 말리는 보안유지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AB 두 요원이 황장엽 씨 귀순 의사 정보를 제공하는 측근 김덕홍 씨와 만나 정보의 진위를 크로스로 체크하면서 1년간 비밀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과연 그런 업무를 경찰에 넘기면 보안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간첩을 잡는 방식이 사이버 수사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 전 PC방에서 간첩에 포섭된 자를 국정원이 현장을 덮쳐 잡아낸 것도 첨단 사이버 첩보 및 수사 장비와 운용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물론 경찰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지만, 국정원의 경우 최고 과학기술 엘리트들이 조직 파벌이나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고 그 분야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유동열 = 또 하나의 문제로는 해외 방탐(防探)망이 경찰에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과거 해상, 수상, 육상으로 간첩이 침투해 왔는데 2000년 이후에는 98% 이상 해외에서 우회침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 방탐망(방첩탐지망)이 있어야 간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국정원에는 많은 해외 IO(정보담당관)들이 활동하고 있는 반면, 경찰의 경우 해외에는 경찰 영사 정도가 한계입니다. 경찰 영사의 업무는 국정원처럼 해외 방탐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민들의 현지 안전과 치안을 관리하며 보호하는 것입니다. 업무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에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간첩을 잡으려면 해외 정보망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일 대공수사업무를 경찰이 맡게 된다면 이 해외정보망을 새로 구축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송대성 = 대공수사 업무라는 것은 입사 초기에 그 분야에서 학습과 경험을 통해 고도로 전문화가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대공수사 업무 가운데 공작이라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간첩은 위장성, 잔혹성, 현란한 사술성(邪術性)을 특징으로 하기에 이들을 상대하는 대공수사는 젊을 때부터 이 분야에 노하우를 아는 이들이 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업무를 이관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대공수사 업무를 하려면 첨단 장비를 다룰 줄 아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정보기관에서 이행하고 있는 청파(聽罷)업무는 암호해독, 난수표해석과 같은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능력은 단시일 내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획득되는 능력입니다. 특히 기술들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첨단 장비들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만일 경찰이 이러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공수사 업무가 이관되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업무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송봉선 = 송대성 소장께서 첨단 과학장비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바로 본 것입니다. 국정원에는 연구단과 전국 통신 기지가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대공수사에 필요한 정보들이 캐치되고 분석됩니다. 문제는 국정원이 이러한 시설을 경찰에 넘겨 줄 수 없다는 것인데, 국정원도 정보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찰이 이러한 시설들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인데 가능하겠습니까. 이중비용이 듭니다. 시설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경찰의 경우 이런 시설들을 활용하고 운용할 만한 인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훈련과 교육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동시에 보안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국가정보원의 주요 대공수사 사례
국가정보원의 주요 대공수사 사례
대공수사 경쟁과 견제가 동시 필요 

사회자 =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업무를 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은 거의 다 나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처방이 필요합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현재로서 충분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송봉선 = 국정원의 대공수사에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정보협력입니다. 각국의 정보기관끼리 정보협력이 이뤄지는데 북한의 경우 우리와 외교가 동시에 수립된 겸임국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참사나 대사, 영사들의 활동을 상대국과 정보협력을 통해 첩보로 얻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누가 간첩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얻어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공 정보 활동들이 자주 국회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인데 국익 차원에서 상당히 주의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간첩을 잡는 일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 만큼 정보기관의 여러 분야 업무들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세계는 자국의 정보기관 업무들을 융합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지난 9·11테러를 막지 못했던 배경으로 테러 정보를 알고서도 CIAFBI 등이 정보 협력이 안 되었다는 점이 나중에 지적됐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50여개 정보활동을 하는 기관들의 업무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큰 곳만 해도 17DNI(미국국가정보국)로 통합을 했습니다. 프랑스도 국내 정보 부문과 해외부문을 합쳤고 이스라엘도 그렇게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국내 담당 신베스와 해외 담당 모사드의 정보를 부수상과 위원회가 통합합니다.

한국에는 CIAFBI 지부가 모두 나와 있습니다. 이 두 기관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정보들이 나중에 DNI 책임자에 의해 다 통합되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정보 업무를 경찰과 국정원이 각자 하고 나중에 통합은 결국 대통령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가능한 이야기겠습니까. 지금 있는 국정원의 기능을 그대로 두고 개선점을 찾아야 합니다. 대공과 정보기관의 업무는 자꾸 조직과 기구에 손을 대면 망하는 쪽으로 갑니다.

유동열 = 대공수사 업무에서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입니다. 현재 대공수사 업무는 국정원, 경찰, 기무사 세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공수사에서 3부처가 경쟁과 견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데, 예를 들어 기무사의 경우 군을 상대로만 대공수사를 한다지만 국정원도 군형법상 반란죄과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죄 등에 관한 것을 수사할 수 있어서 기무사와 경쟁관계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군 기무사만이 독점을 할 경우 권한남용이 될 수도 있기에 국정원과 경쟁 관계 속에서 서로 견제할 수 있게 됩니다. 대공수사권의 경우도 경찰과 국정원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 속에서 이뤄질 때 적절한 균형이 이뤄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공수사권을 한 곳에 몰아넣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 무너져 권력집중과 권한남용이 생기게 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아울러 국정원, 경찰, 군기무사 이 세 개의 기관이 협력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해방 후 구국전위라는 지하당 검거였습니다. 당시 구국전위사건의 상부선은 국정원이 조사하고 있었고 군 기무사는 일본 연계망을 수사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하부선을 수사했습니다. 이 세 개 기관이 서로 경쟁하면서 수사하며 올라간 결과, 구국전위의 실체가 모두 드러나고 일망타진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공의 개념과 방첩의 개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부터 대통령령으로 방첩업무 규정이 시행됐습니다. 이 문제가 상당히 중요한데, 방첩의 개념은 외국이 우리 국가의 안보를 해치려는 행위로 규정됩니다. 문제는 현재 형법 98조의 간첩죄입니다.

간첩죄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활동을 할 때 행위를 처벌하는 것인데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므로 북한 간첩은 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고 국가보안법 상 목적수행 간첩죄로 적용합니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 등 우방 국가의 (산업)스파이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형법 98조 간첩죄 적용이 어려워, 국정원에서는 외국인이나 단체의 안보 위해 행위를 탐지, 제어하는 활동을 방첩이라고 보고, 북한 간첩 등은 대공수사라고 개념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공수사권의 경찰이관보다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으로 (가칭)국가정보기본법을 만들어서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정보위원회를 두고 이의 조정과 감독 하에 국가안보수사청과 국가안보정보원을 두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국가안보수사청에서는 대공수사뿐만 아니라 방첩, 테러와 대테러, 사이버테러, 산업스파이 등의 모든 국가안보 정보와 수사 업무를 전담하고, 국가안보정보원에서는 북한정보와 해외정보만을 수집,분석, 전파하는 역할을 맡는 방법입니다.

송대성 = 결국 국정원의 대공수사는 칼과 같은 것이어서 그 칼을 잘 쓰려는 대통령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칼이 위험하다고 내다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첩 업무는 결국 상대방 간첩의 대정부 전복 활동을 막는 것이 됩니다. 방첩 업무를 소홀히 다루면 정부 전복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현재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역대 정권 때마다 국정원 직원들은 충성스럽게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비난과 징벌뿐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정원 직원들은 피로감에 싸여 있습니다. 현재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어 있는 국정원 직원들 사기를 고조시켜야 합니다.

그 한 방안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 방문해 직원들의 사기를 돋워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원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 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나는 절대로 국정원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다고만 해주면 사실 끝나는 문제입니다. 국정원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대부분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지, 국정원 직원들 스스로가 그렇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 좋은 말씀에 감사합니다. 결국 국정원 문제는 정치권이 국정원을 정치적 이해 관계에 동원해 왔기 때문이지, 국정원 그 자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에 공감이 갑니다. 그런 차원에서 국정원에 30년간 몸담으셨던 송봉선 전 북한단장님의 마무리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송봉선 =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잘못해서 귀책사유가 있다면 대공수사권을 조정 이관하는 문제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국정원 대공수사의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것은 서울시 화교 간첩사건(일명 유우성 사건)이 유일합니다. 이 문제는 사실 유우성의 활동이 충분히 간첩행위에 해당할 수 있었음에도 그 증거를 국정원이 재판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확보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국정원 뿐만 아니라, 경찰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권 침해, 권력 남용 우려는 기우입니다. 실제로 2011년 왕재산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인권 침해, 변론권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가중적 양형 요소로 참작하고 관련 준항고(14)를 모두 기각한 바 있습니다.

국정원이 인권을 무시하거나 고문을 하는 그런 행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지 국정원 해체나 다름없는 대공수사권 이관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정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보기관은 자꾸 손을 대면 퇴화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실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은 멈춰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실제로 2017년 이후 간첩 검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국정원의 정보 활동과 대공수사 업무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정치권과 관련된 국내 정보 활동 부분만 명백하게 규정을 하고 나머지는 보완하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