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진 불법해임은 권력의 테러
공영방송 이사진 불법해임은 권력의 테러
  • 정민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변호사모임’ 상임변호사
  • 승인 2018.02.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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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을 말한다' [바른언론 및 시민단체 연대토론회]

나치가 정권을 잡은 후 가장 공을 들인 것도 괴벨스를 내세워 나치즘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지속적인 선전과 선동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선전, 선동의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은 방송이고 그래서인지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다.

최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해임,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발 및 해임처리나 KBS 강규형 이사의 해임 등 일련의 조치들은 기존 정권들의 유사한 시도와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거칠고 실체법적, 절차법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우려스럽다.

최근의 공영방송 장악은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정교한 사전 기획으로 시민단체, 정부 부처 등을 총동원해 개인비리 폭로 및 퇴진운동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마지막은 수사기관 고발, 징계 회부 등 법률적 수단을 통해 완결하는 등 시민사회와 범정부부처 간에 종합적, 협업적 접근방법을 취한다는 점이다.

민노총,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등의 과격한 좌파 시민단체가 전위대로 나서 먼저 대규모 집회 개최를 통해 사장, 이사 퇴진운동의 여론몰이를 시작하고 그 뒤를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문화진흥회가 유관 정부부처인 고용노동부, 감사원의 협조 아래 현 야당 추천의 이사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표적감사에 의해 업무비리나 개인부정을 잡아내고 마지막으로 검찰고발이나 해임절차 개시 등으로 합법적으로 해임절차를 완결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이전 정권에서 임용된 공영방송 이사 퇴진을 위한 대의명분 축적을 위해 민노총,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등 다양한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를 동원해 인터넷, SNS 상에서 망신주기 여론몰이를 조성하고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통해 물리적, 심리적 압박을 가해 상대방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절차의 문제점

실체법적 정당성 결여

문화방송의 김장겸 사장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고소 및 해임 처리,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에 대한 해임 등의 주된 징계사유로는 방송법 제4조(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제2항 위반, 노동조합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 제1호 위반 등을 들고 있으나, 이는 본안소송에서 다툼의 여지가 많고 충분한 증거의 뒷받침이 부족한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측의 일방적 주장이므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

한국방송공사의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 사유 중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 부분도 감사원이 조사에 착수하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고, 명확한 증거도 없이 업무추진비의 모호한 경계 영역에서 발생한 사안을 확대해 단죄하는 표적 감사의 혐의가 너무나 짙어 보인다.

더군다나 강규형 이사의 모욕 혐의나 폭행 혐의를 해임 사유에 추가한 것은 노조 측에서 먼저 강규형 이사가 재직하는 대학과 집에까지 찾아가 퇴진을 압박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도발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보면 공정하고 정당한 해임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해임처분에서의 적법절차 위반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적법절차의 원칙을 헌법상의 대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행정절차법에서 해임처분과 같은 침해적 행정처분에 대하여는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처분의 이유제시, 사전통지 및 의견정취절차 등을 거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청문이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진행되어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강규형 이사에 대한 해임처분은 위의 헌법과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여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처분이므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청문일 당시 청문주재자인 김경근 고려대 명예교수는 행정절차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한 처분의 내용, 그 원인이 되는 사실 및 법적 근거 등은 설명을 하지도 않은 채,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적절한 언동으로 청문회를 공전시켰다.

이어 구체적으로 청문주재자 김경근 교수는 약 1시간 동안 ‘방송은 힘 센 놈이 먹는 것 아니냐?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이사직을 물러나야지. 강 교수가 타깃이 된 것은 교수라서 그렇다. 교수가 제일 만만하고 힘 없는 것이 아니냐?’며 청문회 의제와 전혀 관련 없는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나가며 청문회를 희화화시켰다.

고대영 KBS 사장이 2017년 10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질문받고 있다./ 연합
고대영 KBS 사장이 2017년 10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질문받고 있다./ 연합
정치적 목적에 의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설령 강규형 이사의 업무추진비 유용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가 해임처분에 이를 만한 사유인지에 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사실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유용금액이 약 320만원으로 소액이고 업무추진비의 용처 판단에 관하여 모호한 점이 있어 고의나 중과실로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정직 또는 감봉 사유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중징계 배제처분인 해임에 처한 것은 대통령이 징계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 되어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문화방송 김장겸 사장과 방문진 고영주 이사에 대한 해임도 마찬가지로 해임사유로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비위의 정도가 그렇게 중하지 않고 고의나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해임에 이를 사유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므로, 결국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되어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법적 대응 방안 및 향후 분쟁시 유의점

향후 다양한 형태의 방송 장악을 위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최종적으로 해임처분, 조사 및 감사, 수사기관 고발 등 법적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들에 대하여 실체법적인 위법성이나 절차법적인 하자를 찾아내고 즉각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기본적으로 해임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신청을 하는 등 개별적인 사건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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