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재인 정권의 ‘뜨거운 감자’ 벌레소년 ‘평창유감’
[기고]문재인 정권의 ‘뜨거운 감자’ 벌레소년 ‘평창유감’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2.05 10:4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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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억압의 상징 권력이 된 386운동권과 신저항세대의 탄생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네티즌 댓글 하나에도 히스테릭한 더불어민주당이 뜻밖에 ‘평창유감’이라는 랩송에 잠잠한 것은 이유가 있다. 자신이 일베충이며 3류라고 소개한 무명 청년 래퍼에 집권당이 정색하고 언급에 나서는 순간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벌레소년 인기를 전지구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과 대한민국 집권세력의 모순을 세계에 알아서 자동 폭로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 올림픽으로 신경이 곤두선 미국과 세계의 시선이 평창에 쏠려 있고, 평창 올림픽이 평양 올림픽이냐며 집권 세력을 신랄하게 디스한, 게다가 꽤 괜찮은 완성도와 대중성까지 보인 랩송을 선보인 무명 뮤지션은 벌써 100만뷰를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니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웹서핑을 해보니 영국 BBC에까지 이 랩송이 뉴스로 소개가 된 것도 눈에 띤다. 한겨레나 경향, 미디어오늘과 같은 좌익 언론이 모두 벌레소년에 침묵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 아니겠나.

최고급 호텔 도시락 좌익 386 VS 컵라면 흙수저 2030

민주당은 안 그래도 북한에 저자세 일변도인 정권에 불만인 국민들 분노에 벌레소년이란 청년이 도화선 역할을 하게 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평창유감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수사해달라는 청원이 계속 올라와도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정치적 매커니즘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정부 비판 글을 쓰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 구속되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을 분명히 기억하는 게 민주당이다. 그때 민주당 대변인과 국회의원들은 뭐라고 정부를 규탄했나. “'미네르바' 체포는 인터넷 논객마저 두려워하는 이명박 정부의 허약 체질을 그대로 입증한 셈”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절 막걸리 마시다 정권을 욕했다는 이유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는 어둠의 시절로 돌아간 느낌” “이명박 정권이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고 야간통금을 실시했던 '야만의 시대'를 부활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명박 정권은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무엇이 두려워 소통 대신 통제를, 자유 대신 억압을, 민주 대신 독재를 획책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제와 억압은 또 다른 저항을 낳을 뿐이고 독재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더욱 뜨겁게 할 뿐이다” 문재인 정권에 와 다시 되돌아 봐도 주옥과 같은 말들이다. 벌레소년의 등장은 이제는 대한민국 주류 세력이 되어 자신들이 그토록 증오하던 과거 군사정권처럼 권력을 남용하는 좌익 운동권에 대한 저항세대의 부상을 의미한다. 청와대에 모여 ‘품질관리가 잘 된’, 원가 10만 원에 달하는 최고급 호텔 일류 도시락을 까먹으며 회의하는 386세대에, 알바를 전전하고 방구석에서 컵라면 먹어가며 자기 꿈을 꾸던 2030세대가 드디어 짱돌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게 과연 권력으로, 힘으로 억누를 수 있는 현상일까.

‘권력에 대한 저항’ 벌레소년 평창유감은 현대판 민중가요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철권 군부시절이 막을 내리게 하는데 386이 역할을 했다는 데 동의한다면, 386세력이 막을 내리는데 신저항세대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보는 것은 상식적인 분석일 것이다. 또 본디 그것이 변하지 않는 역사의 철칙이기도 하다. 386들의 전성기 80년대 대학가를 휩쓴 민중문학, 민중가요, 민중미술과 같은 예술은 약자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집단을 위한 것이었다. 군부독재 타도라는 명분에 힘이 있었을 때는 계급주의 사관에 종속된 예술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관치화 돼 버린 예술, 권력 타도가 아니라 권력에 예속된, 권력에 복종하는 집단주의 예술은 매너리즘에 빠진 반동, 한낱 시대착오에 불과하다. 3류, B급을 자임하는 벌레소년의 평창유감이 현재의 ‘민중가요’ 버전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조짐은 그래서 역사의 비극적인 되풀이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그 비극이 새 시대를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아이러니하다.

집권 여당의 가짜뉴스대책단이 네티즌 국민을 상대로 고소고발에 매달리고,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기사에 ‘매크로’ 방식의 댓글이 달린다며 경찰수사를 의뢰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래서 어리석다. 그들 스스로 역사의 진보를 재촉할 뿐이다. 뉴스타운과 같은 언론사를 탄압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뉴스타운은 전국민 탄저균 백신송 공모전까지 열었다. 이런 문화적 저항운동이 계속된다면 제2의 벌레소년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벌레소년의 인기는 본인 말대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모른다. 집권세력이 벌집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평창 올림픽 기간에나 반짝하고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집권 세력이 역사 앞에 겸손하지 않고, 평창올림픽 기간 내내 보인 이제는 느끼하기까지 한 쇼통의 잔꾀를 버리지 못한다면 지표 아래 마그마처럼 끓고 있는 소위 민중의 누적된 분노는 언젠가는 더 크게 표출되고야 만다. 그 시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좌익 집권세력에게 벌레소년 평창유감은 해체가 힘든 폭발물이 되었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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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2018-02-07 11:12:17
운동권은 정치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dik 2018-02-06 07:56:39
그럴듯한 해석.

김 뻐꾹 2018-02-05 21:30:16
오~~ 그렇군요

박동수 2018-02-05 13:26:34
멋진 해석, 시각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