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4개월만에 소환 ‘MBC일본 특파원’ “우리 직장은 열린사회였으면”
파견 4개월만에 소환 ‘MBC일본 특파원’ “우리 직장은 열린사회였으면”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06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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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소환, 이의신청 절차도 없었다…특파원 전원 평가 기준 알고 싶어”

문화방송 MBC(사장 최승호)가 해외에 파견된 특파원 전원에 오는 3월 5일자로 복귀명령을 내려 파문이 인 가운데, 강OO 도쿄 특파원이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을 통해 “힘이 있을 때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체제로 회사를 바꿔 주셨으면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 특파원은 파견 4개월 만에 소환됐다.

앞서 MBC의 특파원 복귀명령이 알려지자 내부에서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김장겸 전 사장 시절 해외에 파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소환명령을 내리는 무리수를 뒀다”며 반발이 나왔다.

강 특파원은 먼저 “사장님께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며 운을 뗐다. 이어 “2017년 하반기에는 전 사원 인사평가조차 '불공정' 우려 때문에 보류시키면서 특파원 전원에 대해 갑자기 평가를 하셨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고 싶다”며 “임기축소가 되었다는 말만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고 이의신청 절차도 없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회사 홍보국이 특파원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사규에 '3년이 원칙' 모집공고에 '2년이 원칙이고 1년+1년+1년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다”면서 “차치하고 같이 간 가족들이나 식구들을 생각하더라도 특파원이 조기소환이라는 압박 속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결국은 사장님과 보도국장님 보도본부장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기 때문에 특파원은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면 항상 특파원도 전 정권 때 사장이 보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제히 바뀌어야 하는 것인지요?”라고 반문했다.

또한 “특파원 제도에 고비용 구조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도쿄의 다른 방송사나 신문사들은 특파원의 업무추진비, 지사운영비, 교통비, 차량 경비 등을 먼저 줄인 뒤에 그래도 안 되면 사무실과 직원을 줄이고, 마지막에 특파원의 수를 줄인다. 그런데 저

희는 다른 모든 제도는 그대로 두고 특파원부터 일제히 소환했다”며 “이는 누가 보더라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강 특파원은 “저는 우리 회사와 뉴스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을 자유가 직장에서 보장되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도 팩트와 저널리즘에 비춰 부끄럽지 않다면 선후배로 서로를 존중하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직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옛날 사람들이 못마땅하더라도 그들이 현 정부의 잘못한 점을 팩트로 지적한다면 그리고 저널리즘적으로 합당한 문제제기라면 받아들이는 열린사회가 우리 직장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이하 전문 -

사장님께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특파원 전원복귀명령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는 사장님이 부임해 오시자마자 열흘쯤 지나 특파원 전원에 대한 평가위원회가 열렸습니다. 2017년 하반기에는 전 사원 인사평가조차 '불공정' 우려 때문에 보류시키면서 특파원 전원에 대해 갑자기 평가를 하셨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임기축소가 되었다는 말만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고 이의신청 절차도 없었습니다.

둘째는 회사 홍보국이 특파원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사규에 '3년이 원칙' 모집공고에 '2년이 원칙이고 1년+1년+1년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차치하고 같이 간 가족들이나 식구들을 생각하더라도 특파원이 조기소환이라는 압박 속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결국은 사장님과 보도국장님 보도본부장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기 때문에 특파원은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항상 특파원도 전 정권 때 사장이 보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제히 바뀌어야 하는 것인지요?

세 번째 질문은 특파원 제도 개혁과 관련한 것입니다. 특파원 제도에 고비용 구조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도쿄의 다른 방송사나 신문사들은 특파원의 업무추진비, 지사운영비, 교통비, 차량 경비 등을 먼저 줄인 뒤에 그래도 안 되면 사무실과 직원을 줄이고, 마지막에 특파원의 수를 줄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다른 모든 제도는 그대로 두고 특파원부터 일제히 소환했습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1노조 선후배들과 동료들 중에는 월급 못 받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농성할 때 특파원 체재비까지 받아가면서 살았으면 조용히 있지 무슨 글을 쓰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회사와 뉴스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을 자유가 직장에서 보장되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도 팩트와 저널리즘에 비춰 부끄럽지 않다면 선후배로 서로를 존중하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직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사람들이 못마땅하더라도 그들이 현 정부의 잘못한 점을 팩트로 지적한다면 그리고 저널리즘적으로 합당한 문제제기라면 받아들이는 열린사회가 우리 직장이었으면 합니다.

물론 사장님이나 보도본부장님도 특파원들은 그럴 말 할 자격이 없다. 지금까지 전 사장 때 간부들이 사원들을 괴롭힌 것을 생각하면 먼 훗날이나 가능한 일이다 라면서 황당해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힘이 있을 때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체제로 회사를 바꿔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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