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창유감 ‘현송월·김여정 타령’ 언론유감
[기고] 평창유감 ‘현송월·김여정 타령’ 언론유감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2.09 13: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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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치 선전선동에 끌려가는 넋 나간 대한민국 언론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평창동계올림픽이 시작도 전에 김빠진 맥주가 되어 버린 건 확실히 언론 탓이다.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라는 급조된 명함을 들고 대한민국에 온 북한 현송월 보도만 봐도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현송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해 당장 눈에 띠는 기사 몇 개만 봐도 안다. 조금 과장해서 북한의 선전물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현송월 동문 "대학땐 조용한 그녀···최우등 졸업했다" (중앙일보)

운동화 신은 현송월 단장 '카리스마 눈빛'…공연연습 돌입 (한국일보)

현송월 “강릉 사람들 따뜻하게 느껴진다” (한겨레)

'여유만만' 현송월, 이번에도 명품 핸드백…"700만원짜리 샤넬제품" (조선일보)

시민들 환영에 반색…현송월 단장, 서울 공연장 사전점검 (JTBC)

‘음란영상물’까지 올렸던 현송월 총살 보도 100% 활용법 (미디어오늘)

'현송월 총살' 보도 <조선>, 그들이 오보를 대하는 자세 (오마이뉴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온다…'백두혈통' 첫 방문 (MBC)

현송월 단장 '미모 과시' (스포츠투데이)

어떤가. 좌우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언론이 얼이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는 감이 확 오지 않나. 현송월의 방문 의도는 의심할 것 없이 명확하다.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스포츠 정신이 모인 평창 올림픽의 의미를 ‘하이잭’ 하겠다는 것이다. 선수는 고작 22명인데 임원은 24명에다, 예술단, 응원단, 생뚱맞은 태권도 시범단까지 부수적 인원이 수백 명이다. 거기에 북한 보위성 소속 미스터리한 인물까지. 이 정도면 바보가 아닌 이상 북한 의도는 뻔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대한민국 언론은 현송월 카리스마가 어떠니, 백두혈통이니,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했느니, 명품백이 어떠니 생난리다. 더 가관은 좌익매체들이 현송월 총살설을 보도한 언론더러 “정정보도 해야한다”고 쌍심지를 돋운다는 사실이다. 과거 숱한 악의적 조작, 왜곡 보도를 쏟고 탄핵사태에서 절정의 가짜뉴스 생산실력을 발휘한 가짜뉴스 진원지들이 이따위 주장이다. 이들이 정정보도는커녕 언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한 적이 있던가.

평창 이후를 걱정하게 만든 대한민국 언론

자국민 상대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짜뉴스를 만들면서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는 필히 정정해야 한다는 씨알도 안 먹힐 주장에 국민들이 신물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다가 조국의 진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청년들은 어떤가. 이들이 추위에 떨고 부실한 식사를 해가며 열악한 환경에 처했는데도 대한민국 언론은 현송월과 김여정을 미화하는데만 얼이 빠져있으니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방법이 있겠나. 북한 예술단이 오자 분노한 시민들이 인공기를 태운 것을 “극우 세력의 난동(노컷뉴스)”으로 묘사하고, 북한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우방국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를 향해 “남북 해빙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는 이 나라 언론에 절망하지 않을 도리가 있느냐는 말이다. 평창 올림픽을 정치화한 것은 북한이고 도우미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이 우리 정부다. 세계인의 순수한 마음이 모인 평창이 정치선전장으로 타락할까봐 오토 웜비어 아버지를 초청해 북의 의도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쪽은 미국이다. 평창 올림픽 정치화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 있나.

어느 모로 보나 평창 동계올림픽은 많은 국민에겐 보기 불편한 정치행사로 변질되었다. 이지경이 된데 대한민국 언론이 지대한 공을 세운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 선수 모자 욱일기에 분노하고 인공기 소각 죽일놈 만들면 국민도 무조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하나.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우리 민족끼리’ 식 낡은 프레임인가. 북한 노림수대로 현송월을 미화하고 김여정을 백두혈통으로 떠받드는 언론은 평창 올림픽을 망치려는 공범자에 불과하다. “잔칫집에 곡하러 온다”고 미국 탓 하는 집권당 사람들의 오만과 사리분별 못하는 언론 난장질이 올림픽 이후를 두렵게 한다. 펜스 미국 부통령은 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한 후 “미국은 곧 역대 가장 강력하고 가장 공격적인 일련의 대북제재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대북제재 방어망을 여기저기 뚫으려 잔머리 쓰는 북한과 그런 북을 도와주려 안간힘을 쓰는 대한민국이 유탄을 맞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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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8-02-12 21:29:20
대학에 얼마나 진보 사상이 뿌리내렸고 대학교에서 진보사상이나 주체사상 주입된 대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언론고시 공부하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