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발, ‘가짜뉴스’ 낙인으로 누른다?
국민 반발, ‘가짜뉴스’ 낙인으로 누른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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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더니…정권 잡자 돌변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비판적인 언론사 기사를 포함해 네티즌들의 댓글과 풍자물 등을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고소 고발에 나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 전 시민단체와 함께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와 같은 단체까지 구성해가며 이전 정부의 언론과 여론 대응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던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은 지난 1월 29일 가짜뉴스 유포 및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211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 고발했다고 밝힌 데 이어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인터넷 상의 선정적인 합성사진, 악성 댓글 등 106건을 추가로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포털 네이버 댓글 조작을 위한 이른바 ‘매크로(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 댓글 의혹을 제기하고, 특정 정치인 팬클럽 사이트에서 (악성댓글) 매크로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배포한 교육자료를 발견했다는 주장도 폈다.

민주당은 댓글조작·가짜뉴스가 없어질 때까지 고소 고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29일 고소고발 건은 △청와대에서 탄저균을 수입해 청와대 직원만 맞았다는 인터넷 매체 뉴스타운 보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18년 2월 24일까지라는 뉴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특활비와 관련된 뉴스 등이다.

또 문 대통령을 비하한 합성사진을 유포한 자유한국당 김진권 군의원과 박영선 의원 사칭 및 합성사진 유포의 건 등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그날,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업무보고’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가짜뉴스 처벌에 총력전을 펼치는 더불어민주당. 2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가짜뉴스 대책단. / 연합
가짜뉴스 처벌에 총력전을 펼치는 더불어민주당. 2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가짜뉴스 대책단. / 연합

언론계 및 학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 협의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민간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시켜, 독자로 하여금 가짜뉴스를 선별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간 협의체가 특정 기사를 가짜뉴스로 판별하면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가 ‘논란(disputed)’ 딱지를 붙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동시에 해당 매체에 경제적 제재를 주어, 광고 수익 배분을 받을 수 없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가짜뉴스 확산에 제동을 걸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제도적 남용이 우려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이념적으로 상대방 진영에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워 낙인찍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광우병 왜곡 보도를 옹호한 이효성 위원장의 방통위가 주도하는 민간 협의체가 편파적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짜뉴스를 선별할 민간 협의체에 참여할 언론계와 학계 등 인사들이 대부분 친정부, 친언론노조 성향을 띠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럴 경우 협의체는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적대적인 기사를 생산하는 특정 언론을 상대로만 검열 기능을 수행하는 신 검열기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학부 A 교수는 “가짜뉴스에 대한 명백한 피해도 입증하기 쉽지 않고, 법적으로도 위법적 구성 요건을 갖췄는지 증명하기 어려운데, 특정 성향이 우려되는 민간 협의체가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고, 그로 인해 광고를 줄인다면 (언론탄압, 여론탄압) 쓰리쿠션”이라며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은 자율규제에 맡긴다. 제일 바람직한 것은 언론사끼리 크로스 체크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민간협의체 모양새가 어떤 형태를 띠든 인사나 재원 측면에서 정부가 관여한다면 민간협의체가 아닌 준 행정기구에 불과하다”며 “(방통위 주도 민간협의체가) 정부에서 독립됐다고 볼 수 없고, 위험성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해 6월 독일은 사회민주당(SPD)주도로 도입해 올해부터 시행된 네트워크시행법(Network Enforcement Act·NetzDG)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업체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가 포함된 악성 콘텐츠를 방치하면 최고 5000만 유로(약 640억 원)의 벌금을 물리게 하는 제도로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대부분의 SNS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입법 당시 자유민주당, 녹색당, 좌파당 등 정당들은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특히 어떤 것을 가짜뉴스로 정할지 판단하는 주체가 사법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에 있다는 점을 들어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이 LTE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라며 비난하던 민주당

지난 2013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 명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입법을 공동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우리 국민은 조금이라도 정부와 권력을 비판하고 자극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입막음을 강요받고 있다.

말도 하지 말고, 글도 쓰지 말라고 권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최상위 가치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양승조·장하나 의원 제명안 제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차단·삭제된 인터넷글 10만 건 등을 표현 자유 억압의 예로 든 이들은 “정부와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다양한 의견은 ‘종북’이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히고, 명예훼손과 모욕죄 혐의로 고소·고발되고 기소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고 반발했었다.

이들은 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 △명예훼손제도의 악용 금지 △사전선거운동 금지 철폐 등을 위해 다양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는 2014년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와 출산 루머를 다룬 좌파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놓고 논란이 되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재 여당) 원내대변인 서영교 의원은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임무가 있고 국민은 정부를 비판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한국 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가 지나치다’라고 말하자 검찰이 LTE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종걸 의원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면서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언론인이 난데없이 징역 6년 구형을 받았다”며 비난했었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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