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또 얼마나 퍼줄까” 평창 보는 국민들의 우려
 “끝나고 또 얼마나 퍼줄까” 평창 보는 국민들의 우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8.02.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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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바 핵합의·6.15 남북공동선언·盧정권 민간 지원과 다른 형태일 듯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는 한국 국민들은 사실 불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한국 선수의 선전을 바라지만, 이보다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 때문에 불안함을 더 느끼고 있다. ‘대북 퍼주기’를 시작할까봐서다.

김대중 정권 때나 노무현 정권 때와는 전혀 다른 국제 정세와 북한의 상황은 국민들이 ‘대북 퍼주기’를 불안하게 보는 이유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의 대북송금

국민들은 김대중 정권의 불법대북송금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갖는 대가로 수 억 달러를 북한에 건넨 것이 나중에 드러났다. 공식적으로는 “김대중 정권이 현대그룹을 움직여 북한에 4억 달러를 비밀 송금했다”는 주장이 2002년 3월 미 의회 청문회 보고서에서 나왔고, 같은 해 5월 ‘월간조선’이 이를 보도하면서 2002년 12월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노무현 정권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고, 감사원도 자체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특검은 수사 결과 김대중 정권이 현대그룹을 압박해 북한 김정일에게 4억 5000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박지원 의원 등 김대중 정권 시절 대북송금 관계자들이 구속기소 됐다. 박지원 의원은 3년 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김대중 정권이 김정은에게 거액을 보냈다는 소식은 6·15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며칠 만에 세간에 흘러 나왔다. 당시 시중에 소문으로 떠돌던 대북송금액 또한 최소 5억 달러에서 최대 15억 달러까지 여러 가지였다. 이 소문은 김대중 정권의 핵심 실세 주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여서 신빙성이 높았다.

국민 대부분이 보는 ‘대북송금’은 이런 ‘뒷돈 제공’처럼 부정적이고 한국 정부가 북한 집권자에게 직접 거액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993년 소위 ‘민주화 정권’ 이후 ‘진짜 대북송금 통계’를 보면, 정권이 직접 북한 집권자에게 돈을 보내기 보다는 ‘민간 지원’을 허용한 뒤 그 금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북한 정권을 지원한 사례가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4월 20일 통일부는 ‘통일백서’를 통해 대한민국 건국 이후 북한에 송금한 돈의 통계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영삼 정권 시절 12억 2027만 달러, 김대중 정권 24억 7065만 달러, 노무현 정권 43억 5632만 달러, 이명박 정권 19억 7645만 달러, 박근혜 정권 3억 3727만 달러로 나타났다. 통계를 보면 ‘김영삼 시절에 그렇게 많이 퍼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김영삼 정권 시절 때 ‘고난의 행군’을 겪던 북한 주민들에게 준다며 인도적 지원을 해준 2억 8408만 달러의 현물을 제외한 9억 3619만 달러는 경수로 2기를 건설하는 데 들어간 돈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경수로 건설 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은 1994년 12월 제네바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북한이 1993년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공언하면서 1994년 6월 한반도 정세가 전쟁 직전까지 갔을 때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김일성과 만나고, 클린턴 정권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이것이 완공될 때까지는 매년 원유 50만 톤을 공급한다”고 합의하면서, 한국 정부가 그 비용의 75%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라는 것이 생겼고, 김영삼 정부는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위한 인력, 자재, 대북원유공급 등을 맡았던 것이다. 그 비용이 9억 달러가 넘는다.

노무현 정권 때의 대북 송금, 민간이 선봉

김대중 정권 시절의 대북 송금액 24억 7065만 달러 가운데 정부가 유·무상 차관 형태로 김정일에게 준 것은 5억 2476만 달러 상당의 현물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민간 지원’ 형태를 띠고 있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 북한에서 사업을 한답시고 이용료, 허가권료, 관광요금 등의 명목으로 갖다 바친 돈이 17억 달러가 넘는다.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 지원’ 명목으로 북한에 흘러들어간 현물도 2억 4000만 달러 이상이다. 노무현 정권 때의 대북 송금액은 43억 5632만 달러나 된다. 노무현 정권이 뭔가 새롭게 북한에 퍼주기를 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김대중 정권 때 만든 북한과의 각종 합작 사업, 임가공 위탁 사업, 민간의 대북지원 등을 한국 각 정부 부처가 적극 지원하면서 송금액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남북 ICT 분야 협력 등과 함께 한국의 소위 ‘시민단체들’이 북한과 공동행사를 하면서 갖다 바친 각종 요금과 현물 등도 포함된다. 노무현 정권 시절의 북한 퍼주기는 한국 내 소위 진보 진영이 앞장섰다. 이들은 묘목 심기, 빈곤층 의료·영양 지원, 서민층 주거시설 수리, 대학생 교육, 스포츠 경기 개최 등 김정일 정권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선전거리가 됐다.

당시 한 언론사가 금강산 일대에서 주최한 남북 시민 마라톤 대회도 유명했다. 이 언론사는 북한에서 마라톤 대회를 연다며 수 억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썼다는 것이 이후 밝혀졌다.

이 언론사는 “정부의 대북사업 지원 조건을 충족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들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노력 없이 인건비 절약만으로 돈을 벌려던 ‘한계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인건비가 거의 안 드는 개성공단 입주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이들은 이후 김정은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뒤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자신들이 들인 비용을 보전 받았다). 현 여당이나 그 지지 세력들은 노무현 정권이 김정일에게 직접 준 돈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북 민간 지원 또한 큰 금액이 아니므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송금으로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7년 4월 실제 북한에서 본 모습이나 그 후 11년 동안 북한이 보여준 모습은 이들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줬다. 2007년 4월 당시 민주노동당과 동행해 북한에 갔을 때 북한군은 모토롤라 무전기와 새로 생산한 트럭을 타고 있었고, 北 감시원은 현대 SUV를 몰고 다녔다. 이 감시원은  “개성공단이 우리 공화국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자랑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2월6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해 불을 밝히고 있다. / 연합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북한 예술단 본진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2월6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해 불을 밝히고 있다. / 연합

실제 정부와 국회 등이 내놓은 통계만 봐도 ‘인도적 대북지원’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4년과 2007년으로 각각 4230억 원과 4397억 원에 달했다. 이때 북한 정권은 가장 왕성한 대남공작활동을 벌였다. 다른 사례도 있다. ‘위키 리크스 코리아’는 2011년 9월 주한 미 대사관이 2006년 미 국무부에 보낸 비밀 전문을 번역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 금괴가 개성공단 육로를 통해 한국으로 밀반입, 홍콩에 팔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북한 금괴를 개성공단 육로를 통해 모두 6번 밀반입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3번만 실행했다고 한다. 이때 밀반입한 금괴는 102kg, 시가로 135만 달러 상당이었다고 한다. 당시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이 문제를 한국 외교부에 문의했으나 “우리는 전혀 몰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때 19억 7645만 달러, 박근혜 정부 때 3억 3727만 달러가 대북 송금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북한 김씨 왕조에게 ‘달러’를 보낸 ‘파이프’를 빨리 없애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가 故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5.24조치’를 실시하고, 박근혜 정부가 김정은의 개성공단 폐쇄 협박에 동일한 대처를 하면서 북한으로 흘러드는 돈은 크게 줄어들었다.

‘비트코인’통한 송금 가능성

2016년 1월부터 시작된 김정은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2018년 2월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10개가 됐다. 독자 대북제재를 시행 중인 나라도 한국, 미국, 일본, 호주, EU, 캐나다 등 20여 개국 가까이 된다. 이처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에게 ‘송금’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과연 그럴까.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더 불법적인 외화벌이에 관심이 많다. 김정은은 통치자금과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개성공단을 가동해 만든 의류, 외화벌이를 위해 걷어 들인 수산물과 석탄을 주민들에게 팔아 돈을 챙길 정도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중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등에 사이버 부대와 보위성 요원들을 함께 보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몸캠 사기’와 ‘불법 온라인 도박’,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 해킹 등을 벌이고 있다.

이런 김정은의 외화벌이 부대가 최근 관심을 갖는 분야가 바로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다. 모든 거래가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쪼개져 암호화된 뒤 각 사용자에게 흩어지는 암호화폐는 해킹이 어렵다. 그러나 암호화폐에도 맹점이 있는데 바로 거래소다. 암호화폐 자체가 디지털 신호의 모음인 만큼 암호화폐 거래소 또한 현물이 없이 전자 신호만 모으는 곳이다.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 시스템이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이를 노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2월 국가정보원은 “올해 있었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4건은 모두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2018년 1월 말 일본에서 일어난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또한 북한의 소행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본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는 2월 초부터 거래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0원 짜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채굴’이라고 부르는 암호해독 작업에 드는 비용이 큰 탓에 거래가격이 700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정상적인 국가의 기준일 뿐 인건비와 전력요금, 장비비용이 들지 않는 김정은에게는 일단 거래 가격만 있으면 입수할 가치가 있다.

따라서 만약 한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북한에게 송금을 하려 한다면 암호화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 많다.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150만 명에 가까운 중국인이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 은행보다는 환치기 조직을 이용해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낸다.

중국과 한국 정부 기관 집계에 따르면, 이들이 중국으로 보내는 돈이 매월 10억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북한은 중국에도 국가보위성, 225국 소속 공작원들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들은 조선족들이 많은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에 가장 많다. 이들이 중국 환치기 조직을 모를 리가 없다. 한편 한국에서는 위안화 환율이나 러시아 루블화 환율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은행들이 매일 고객들에게 보내주는 일일 환율지표에도 위안화는 아래 부분에 표시돼 있고 루블화는 아예 빠져 있다. 이 두 통화의 거래량 또한 특이 동향이 나타나도 금융당국을 제외하고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암호화폐의 김치 프리미엄과 위안화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러시아 또한 GDP 1조 달러 이상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이런 나라들의 통화에서 몇 억 달러가 오가는 것은 시장 동향에 큰 영향도 주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만약 대북 송금을 한다면 이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에게 대북송금을 하려 한다면, 암호화폐 거래소와 중국 위안화를 동시에 활용할 수도, 중간에 중국 정부를 끼고 움직일 수도 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기 전에 세계적으로는 암호화폐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있었다. 암호화폐의 한국 내 가격이 세계 가격보다 최소 20% 이상 비싼 것을 의미했다. 때문에 한국의 암호화폐 시세는 국제 거래가 지표에서 아예 빠져 버렸다. 그런데 2017년 하반기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는 매우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다.

매수 세력의 상당수가 중국 위안화로 대금을 치르고 암호화폐를 무조건 사들이고 있었고, 이를 한국에서 다시 매도해 한국 원화로 바꾼 뒤 다시 위안화로 환전해 가는 동향이 포착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한두 곳이 아니어서 음모론까지 나왔다. 실제 2017년 11월에는 위안화로 암호화폐를 산 뒤 다시 한국에서 원화로 바꾸고, 중국 현지에서 다시 위안화로 찾는 환치기 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이들의 환치기 규모는 120억 원이었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이들을 ‘피래미’로 간주했다. 이런 식으로 환치기에 사용된 암호화폐 거래량이 조 단위라는 주장도 나왔다. 2017년 하반기 한국에서의 암호화폐 가격 급등세로 보면 이런 돈이 10조 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암호화폐를 자주 다루던 몇몇 언론사는 “한국 차이나 타운에서는 중국에서 채굴한 비트코인이 쌓이고 그 대신 외화가 빠져 나간다”고 보도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처럼 정상적인 흐름을 거치지 않는 중국 위안화와 암호화폐를 사용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에게 거액을 송금한다고 해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못 잡는 대북송금을 한국 언론이나 정치권이 먼저 포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즉 문재인 정부가 만약 김정은에게 거액을 송금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며, 이것이 드러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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