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교장공모제,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
  • 천승일 서울 동신중 교사
  • 승인 2018.02.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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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에서 2월 5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친 교육부의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추진이 논란이다. 전면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교총이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70년간 보완·검증되어온 교원 인사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교단 안정성을 저해하고 교직 사회를 분열시켜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교직 경력 15년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므로 보직교사 경험 등 중견교사로서의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교사가 선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교직 사회는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관리직으로서의 리더십과 학교 경영능력보다는 학연·지연 등 외적 요인이 우선되어, 학교를 선거·정치의 각축장으로 만들고, 그렇게 생긴 교육공동체 간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열심히 근무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모두가 기피하는 담임·보직교사 등을 맡아 다른 이보다 열심히 교육을 위해 수고하기보다는 학교경영계획서를 잘 만들어 발표만 잘하는 자가 학교장이 되면 힘든 담임, 보직교사, 도서벽지 근무 등에 열의를 다해 교육활동 헌신을 하려는 교원이 없어져 교직 사회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또한, 과도한 공모비율로 기존 승진체제의 신뢰이익을 침해하고 승진적체 심화로 부장교사 이상 교육계의 중추세력의 교심이반(敎心離叛)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다.

기준은 없어도 실력은 있다?

정부의 입장을 찬성하는 단체들은 실력 있는 젊은 평교사를 교장으로 뽑아 민주적 학교 운영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진짜로 그럴까. ‘실력 있는’이라는 구호가 대중에게 호소력 있게 들리는 부분은 아마도 승진제가 무능한 연공서열식 제도라는 인식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교장 승진제도를 포함한 공무원들의 승진제도는 연공서열로 운영되는 제도가 아니다. 근무 평가, 연수 점수, 연구 실적, 부장 업무나 도서벽지 학교 근무 같은 기피 업무 실적 등의 점수를 200점 넘게 쌓아서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따져 승진 후보자가 갈리는 제도다.

연공서열이라는 인식은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을 지내지 않은 평교사의 경우 25여 년 정도에 걸친 장기간의 경력 평정이 필요한 탓에 생긴 오해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경력 평정으로 인해 연공서열식 제도라고 낙인찍을 수 있다면, 다른 공무원 조직의 승진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법관, 검찰, 경찰, 군인, 소방, 행정기관의 장도 모두 무능한 연공서열식 제도의 수혜자들이고, 공모제로 이들의 임명을 대체해야 한단 말인가?

현실에서는 아무리 연공서열이 높아도 근무평가, 담임 및 보직교사 등 경력, 연구실적, 염수점수, 도서벽지와 같은 가산점수 등 법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노력하지 않으면 승진을 꿈조차 꿀 수 없다. 오히려 요구하는 조건이 너무 촘촘하고 까다로워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실수로 길이 막힌다는 문제점은 있을지언정 열심히 준비하지 않은 교사가 승진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반면,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어떤가. 요구하는 요건은 단 하나, 15년 경력이다. 15년 동안 교육활동을 게을리했어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다. 결국, 다른 기준이 없으므로 심사위원과 교육감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15년 경력에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소수의 심사위원이나 교육감과의 친분일 것이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보면 어떨까.

한국교총이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규탄하는 모습. / 연합
한국교총이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를 규탄하는 모습. / 연합

너무 엄정한 승진제도 때문에 법령이 정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학교장이 될 방법이 무자격 교장공모제밖에 없다고. 혹자는 자기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 그리고 면접 심사가 있으니 실력을 볼 수도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도교육감이 전교조 지부장 시절 함께 집행부를 한 모 교사가 1학기 S초 공모에서 탈락하고 난 뒤에 2학기에 H초에서 공모로 임명됐다.

심사에서 탈락한 자를 기어코 교장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 학기에 다른 학교에서 다시 공모하게 한 점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 과정에서 두 학교가 환경이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학교 이름만 바꾼 똑같은 학교경영계획서를 제출하는 자기 표절을 했음에도 공모 교장이 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얼마나 실력에 대한 검증이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학교경영계획서 표절로 논란이 된 사례는 경기, 세종 등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투쟁 이력 늘어놓는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는 또 어떤가.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전희경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자.  “저는 1987년 ○○교사협의회(전교조의 전신)에 발기인으로 참여하였으며, 1989년 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1991년 전교조 초등지회장을 시작으로 참교육실천위원장, 수석부지부장을 거쳐 ○○지부장(2007~2008)을 역임하면서 교육개혁을 위한 실천 활동을 학교 안팎에서 끊임없이 계속하였습니다.” 전교조 활동 이력을 쓴 자기소개서다.

전교조 활동 이력은 전교조 지부장 선거에서나 자신을 입증하는 근거가 돼야 한다. 학교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입증하는 자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기소개서로 임명된 무자격 공모 교장이 즐비하다. 전 의원은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그 해 임명된 무자격 공모 교장 16명 중 10명이 자기소개서에 전교조 활동을 노골적으로 기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된 후 현 ○○○ ○○교육감이 합법노조 지부장으로 당선되고 ○○초등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을 필두로 ○○지부 정책실장과 본부 정책기획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치며 ○○은 물론 전국단위로 무대를 넓혀가며 활동했습니다.”

실력 대신 연줄을 증명하는 서류

심지어 교육감이 전교조 지부장이었던 시절에 함께 활동했다는 것이 자기소개의 내용이다.  이런 자기소개서 역시 여러 개가 발견되고 있으며, 어느 지역의 경우는 전교조 지부장 출신 교육감이 자신과 함께 집행부를 했던 부지부장과 지회장을 차례로 모두 공모로 임명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도의 모 교사는 공무원에게 금지된 교육감 선거운동을 하고 그 사실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국가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아야 했으나 그 후보가 교육감이 되자 그는 무자격 교장공모를 통해 징계 대신 2계급 특진의 보은을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감과 절친한 사람이 내정되어 있다는 설이 도는 학교에는 다른 교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도 있다. “보은행정에 대가성 인사”, “○○○교육청, 교장공모제 ‘담합 의혹’ 확인” 등 이런 불공정 사례는 계속 보도되고 있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의 낙하산 공모 교장’

이런 불공정한 보은·측근 낙하산 인사의 과정을 거친 무자격 교장공모제 시행 결과는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지적됐다. 가장 최근에 시행한 국정감사인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울, 광주, 전남 등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100% 전교조 출신, 수도권은 90%가 전교조 출신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5년을 기준으로 살피면 전국의 80%가 전교조 출신이며 대부분 간부 출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게다가 전교조 간부가 아닌 나머지도 그냥 일반 조합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A교사는 지부 간부가 아니지만, 혁신학교 조직인 ○○○○ 지부 상임위원이다. B교사는 전교조 소속도 아니다. 그러나 역시나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는 단체인 ○○○○○○○○의 간부 출신이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로 승진점수를 쌓지 못했을 뿐 열심히 교육활동을 해 온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거라는 일부 평교사들의 생각은 착각이다.

지금까지 운영된 결과를 보면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투쟁 이력, 전교조 간부 경력, 전교조 교육감의 정책에 앞장선 경력 등 전교조식 승진 점수를 쌓은 자들에게만 열리는 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런 변명도 한다. 불공정한 일을 막을 수 있도록 학교심사위원회의 권한을 더 강화하고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지금까지 이 제도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얘기다. 전국 교원의 10% 남짓한 전교조 중에서도 지회장급 이상의 요직 출신의 무자격 공모 교장 비율 70%가 넘는 결과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본격 시행을 앞둔 2010년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 자료를 보면 이해가 된다.

“경기 C초 공모제 준비 - 교장공모제를 학교 개혁운동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공모제 준비를 위한 작업 시작. 분과작업을 통하여 학교경영계획서 작업을 진행.” C초는 교육부 고위직 간부가 첫 무자격 공모 교장으로 있던 학교다. 이 연수의 계획대로 다음 해 해당 학교는 무자격 교장공모를 한다. 공모에 임명된 교장은 그가 직접 초빙해온 모 교사였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작업하여 공모를 진행하니, 조직이 없는 일반 교사나 학부모의 공모 과정 참여로 결과를 바꾸기란 대단히 어렵다. 지역 주민의 영향이 강한 ○○도 S초가 거의 유일한 사례지만, 교육감 입장에서는 이 사례처럼 실패해도 다음 학기에 다른 학교에 공모를 진행해버리면 되는 일이다.

소수의 심사위원으로 후보자가 결정되고, 교육감이 최종 선정하는 구조 하에서 조직적 개입과 교육감 권력이 좌지우지되는 결과를 두고 마치 학교 구성원이 참여해서 뽑는 제도인양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젊고 유능한 공모 교장? 승진 교장과 차이 없어져  

허상은 민주적으로 선출한다는 구호만이 아니다. 승진 교장을 연공서열에 의한 무능한 자들로 낙인찍으려 하다 보니 자주 쓰는 ‘젊은’이라는 표현도 사실과는 다르다. 승진 교장 중에서도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교장이 되는 사례가 있다. 빠르면 40대 중반도 간혹 있다. 반면 무자격 공모 교장의 나이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무자격 공모 교장들도 50대 초반에 교장이 됐다. 결국, 무자격 공모 교장도 교원노조 핵심활동가 중심으로 공모가 이뤄지다 보니 승진 교장들과 비슷한 연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젊고 유능한 공모 교장이라는 말은 허상일 뿐 사실이 아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지지하는 자들이 하는 또 다른 거짓말은 자신들이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원형이자, 과거 전교조 내에서 주장되던 ‘교장선출보직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2월 7일 발표된 전교조 설문조사의 마지막 질문도 ‘교장선출보직제’에 대한 선호다. 그들이 정말 교장을 ‘보직’으로 생각하는지는 지난 10년간 운영된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 S초 모 교사는 무자격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되고, 본청 과장을 거쳐 교육장이 됐다. 경기 B초 모 교사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교육장이 됐다.

이들이 교장을 ‘보직’이 아닌 ‘승진’, ‘승진’을 넘어선 ‘특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후에도 평교사로 돌아가기보다는 초빙형 교장으로 이동하거나 교육청 주요 보직 등으로의 전직을 통해 더 높은 자리로 나아갈 것이 의심된다.

일반학교에 비해 유리한 공모학교

이런 모든 불공정의 과정을 거치고 임명된 공모 교장들이 만드는 학교가 어떤 학교일까. 정말로 민주적이고 혁신적으로 운영될까? 찬성론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도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자격 교장공모제 지정학교는 자율학교로 이중 대다수는 혁신학교에 해당된다. 자율학교, 특히 혁신학교는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물론 일반학교와는 다른 많은 행·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25명 이하의 소규모 학급 운영과 체험활동 중심 교육이 가능한 재정지원, 교육감의 전폭적인 홍보 등은 일반학교보다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기 B초는 혁신학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홍보된 학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방문해 “학교폭력도 자연히 없어진다”는 홍보까지 했다. 그러나 그 해 1차 학교폭력 전수조사에서 26건의 학교폭력 피해응답과 67건의 일진 인식 건수를 보였다. 이후에도 지속해서 수십 건의 학교폭력 응답이 조사됐다.

서울의 대표적인 무자격 공모 교장 혁신학교로 알려진 S초는 혁신학교 지원금을 받아 청소용역에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 혁신학교에서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간식비로 쓰거나, 체험학습과 교직원 행사에 썼다는 사례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익숙할 것이다. 학교운영비마저 빠듯한 일반학교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나저러나 교육 본질과 무관하여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가까운 혁신학교 지원금으로 혜택을 준 결과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가 좋아지는 것을 두고, 전적으로 공모 교장의 효과로 치부할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할 아무런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자격 공모를 15%에서 100%로 전면 확대하는 입법예고를 단행했다.

전면 확대, 철회가 정답

입법예고가 나오자마자 좀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던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 3당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후 이어진 교총의 교원 1645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 현장 교원의 81.1%가 제도를 반대하고 80.8%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물론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일부 단체의 찬성 입장도 있지만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학교바로세우기전국연합,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누가 봐도 불공정한 낙하산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육계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면 확대를 강행하는 것이 진정으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국정운영인지 묻고 싶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는 철회가 정답이다. 

천승일 서울 동신중 교사월간 문예사조 문인협회 시인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
천승일 서울 동신중 교사
월간 문예사조 문인협회 시인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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