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 자유한국당, 이대로는 파산”
“내우외환(內憂外患) 자유한국당, 이대로는 파산”
  •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
  • 승인 2018.02.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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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을 보면 당 내외에서 엄습하고 있는 위기를 제대로 느끼지도 대처하지도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와 당 하부조직에서는 ‘지방선거 필패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제대로 된 현실 인식도 위기를 극복하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묻어나지 않아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 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은 1월29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대안을 갖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에 대안을 갖고 견제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어떤 자세로 어떤 방법으로 견제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김용태 위원장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로 고민을 하고 있기에 당 혁신을 위해 심도 있게 고민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권과의 싸움’, ‘문재인 정권 방송 파괴 온몸으로 막을 것’, ‘문재인 정부, 좌파 천국 만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한판 붙겠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떠난 집토끼를 다시 오게 하려는 고육지책이지만 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내우(內憂)

홍준표 대표가 친박세력들의 반발 속에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과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해 친박청산의 이미지를 보여 줬지만 국민들한테 변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불복하는 것도 그렇다고 분명하게 탄핵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행동을 취한 적도 없었다.

그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버려야 할 사석(捨石)인데 소수 열광적인 지지층을 의식해 죽지 않을 대마(大馬)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옛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의 실패와 탄핵의 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새 출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정체 요인으로 ‘반성’ 부재를 첫 손에 꼽았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이지만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2월 2일 국회에서 열린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이지만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2월 2일 국회에서 열린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

당 대표는 바뀌었으나 진정으로 반성한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탄핵 반성’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지난 5·9 대선과 마찬가지로 ‘탄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월 7일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반성으로 출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신(新)보수주의의 출발은 과거 보수정치의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국민 탄핵 반성 이벤트가 1회성 ‘정치 쇼쇼쇼’로 국민들에게 비쳐도 단 1표라도 도움이 된다면 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을 위한 예의다. 홍 대표가 나름대로 열심히 당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왜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정체되어 있을까.

그것은 홍 대표의 언행도 한 몫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개·바퀴벌레·고름·충치 등과 같은 원색적인 독설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 홍 대표의 거친 말과 잦은 말 번복에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어떠한 지략(智略)을 내놓아도 자유한국당 간판으로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외환(外患)

선거는 이슈와 인물, 구도에 의해 그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구도가 이슈와 인물을 만들어내지만 반대로 이슈와 인물이 좋은 구도도 만든다. 구도란, 출마지역구에서 선거를 둘러싼 당시의 지역적 정치 환경, 출마자 경쟁 상황, 그리고 전략적 대립 구도 등을 말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은 선거구도 측면에서는 상당히 불리하다.

같은 지역과 계층을 기반으로 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해 바른미래당이 창당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16%로, 더불어민주당 4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10%로 3위를 기록한 자유한국당보다는 6%p 높은 수치다.

통합신당은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한국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TK에선 통합신당 16%, 한국당 20%였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월 5주차 정례조사에 따르면 통합개혁신당의 정당지지율은 11.3%로 집계됐다. 국민의당(4.6%), 바른정당(4.8%)의 개별 정당 지지율을 합산한 9.4%보다 1.9%포인트 높았다.

통합 이후 각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9.2%, 자유한국당 16.1%, 통합개혁신당 11.3%, 민주평화당 7.0%, 정의당 6.8%로 조사됐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보다 지지율이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정당이 50%에 가까운 보수기반을 양분해 더불어민주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가 지방선거까지 지속되면 자유한국당은 6곳 수성은 커녕 대구와 경북을 제외하곤 모든 광역단체장들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강남3구는 물론 서울지역 기초단체장 모두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이다. 물론 바른미래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하지만 잃을 것이 없다. 되레 모든 패배의 중심은 자유한국당이 짊어지게 된다.

탈출(脫出)

자유한국당은 지난 2004년 이후 위기에 강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흥미를 줬고 위기에 처했을 때는 새 얼굴을 발굴해 신선한 모습을 보여 줬다. 17대 국회에서는 121석의 의석을 갖고 과반수가 넘는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뛰어넘어 정국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려던 국가보안법 철폐, 원포인트 개헌, 대연정 등을 무력화 시키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2004년 3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역풍과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당 지지율은 8%까지 추락했다. 2004년 3월 25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취임 첫날 ‘한나라당’ 간판을 뗐다. 따뜻한 여의도 당사를 버리고 천막당사로 옮겼다. 지도부는 부패 이미지와 절연하고자 당 연수원을 팔아 국고로 헌납하는 등 신뢰 회복에 집중했다.

이후 궤멸된 한나라당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해 4월 15일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며 기사회생하더니 각종 재보궐선거에서의 승리는 물론 2006년 지방선거에 대승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거쳐 2012년 대선까지 정권 창출은 물론 재창출까지 했다. 그 이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와 반대편에 있던 김덕룡, 이재오 전 의원을 옆에 두고 통합정치를 구현한 것도 한 몫 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단순히 친박이라는 주홍글씨를 찍어 배척하라는 것 아니라 탄핵을 찬성한 모든 이들과 함께 통합을 이뤄야 한다. 또한 홍 대표가 신뢰를 받고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뚜렷한 목표, 확고한 원칙, 일관된 자세 등을 통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금 정당 구도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지 못한다.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면 당내 경선 흥행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반영해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며 없앴던 전략공천제도도 다시 부활시켰다. 하지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지나치게 유·불리를 계산해 전략공천을 한다든가 하면 자유한국당은 더 크게 패배할 수 있다.

경선에 참여한 사람은 본선에 참여할 수 없지만 전략공천에서 낙천한 사람은 본선에 나갈 수 있어 그나마 있는 표도 분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불리한 구도 하에서도 승리하려면 당원이 참가해 직접 후보를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이 돼야 한다. 친박(親朴)이든 비박(非朴)이든 친홍(親洪)이든 비홍(非洪)이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승리하면 홍 대표 반대파도 친홍(親洪)이 되고 패배하면 친홍(親洪)도 비홍(非洪)이 된다. 자유한국당이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탄핵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현재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국민들로부터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 양치기 소년이 된다. 또한 프로기사가 반집승을 거두기 위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듯이 냉철하게 형세를 판단해야 한다.

한 정당이 대선 후보급 인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20년 이상 소요된다. 홍 대표는 계속 자유한국당을 이끌어갈 보수우파의 지도자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자의든 타의든 홍 대표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회복불능이다. 공(功)도 과(過)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홍 대표는 당무에만 전념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영입해 지방선거의 공천부터 선거까지 주도 하는 선대위 체제 구성도 한 방법이다.

홍 대표 주도의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면 ‘중도개혁보수’를 주창하며 보수 민심을 끌어안겠다고 나선 바른미래당과의 선거연대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정치 지망생들이 많아 쉽지 않다.

최소한 전국 광역단체장과 서울·수도권 기초단체장은 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 승리해야 한다. 행정·입법·사법 권력이 더불어민주당 손아귀에 있는 판에 지방·교육 권력마저 내준다면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권 천하(天下)가 될 것이다.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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