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은 박정희’ 그럼에도 우파의 원천
‘예전 같지 않은 박정희’ 그럼에도 우파의 원천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8.02.23 18: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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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박정희의 길’ 앙코르 공연 앞둔 복거일 선생 [인터뷰]
“文정부 탄압 강도 盧 때보다 10배 이상…우파의 반성 절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는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해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직접 쓴 희곡으로 공연 연출까지 맡았던 소설가 복거일 선생을 서울 마포 가든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2월 말경 연극 ‘박정희의 길’ 4번째 공연을 앞둔 복 선생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까지 안고 가라앉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지난 해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초연한 뒤 공연을 이어오는 동안의 소감과 문화예술계에 대한 진단을 미래한국이 들어봤다. 6년 전 간암 선고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의 얼굴은 여전히 밝고 따뜻해 보였다.

복거일 선생
복거일 선생

- 연극 ‘박정희의 길’ 공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요.

공연이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라 군데군데 합니다. 작년 11월 3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초연했고, 서울에서도 2번 공연했지요. 이번이 네 번째 공연입니다.

- 관객들은 대부분 박정희 전 대통령에 향수를 갖고 있는 연령대이겠습니다.

아무래도 박정희 대통령을 기억하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죠. 그런데 공연해보니 지금은 박 전 대통령 향수가 좀 줄었고, 열기도 그전과 달라요. 대구 공연에서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같이 안고 가라앉은 느낌이 들어요.

또 정권이 바뀌어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것이 주류가 되니까, 불이익을 받을까 겁내 사람들이 참여를 안 합니다. 공연단을 구성하는 자체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대한민국에서 연극계, 공연계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니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어요. 이 정권 하에서는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요. 개인적으로 섭섭하단 말이 나올 수 없어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 말씀하신 대로 비용이나 연극팀 구성에 어려움이 많았겠습니다.

비용 문제는 예상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게 사람의 문제예요. 우파에서 연극 비용 조달은 힘들 거라 예상했는데, 사람들 열기가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은 뜻밖이었어요.

이것도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었겠다 싶지만, 그래도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선전선동에 능한 정권 하에서 우파 예술 운동한다는 건 실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기업들이 전화하면 받질 않아요. 노무현 정권 때 겪었던 것보다 열 배는 심한 것 같아요.

그때는 만나주기라도 했지 지금은 책을 보내고 사정해도 아예 만나는 것 자체를 거부합니다. 기업 입장에선 몸을 사리고 사려도 칼을 들고 덤비는 판인데, 찍히면 안 되니까요. 동정심이 생기지 섭섭하단 생각도 안 듭디다.

- 참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 공연 활동이 만만치 않겠습니다.

우리 우파가 언제 운동을 대단하게 했나요. (웃음) 작은 것은 게릴라식으로 하면 되는데, 다만 큰돈이 드는 사업하려면 막막하지요.

- 공연을 하자면 최소 비용이란 게 있는데, 조달 문제가 큰 고민이겠습니다.

그것보다 겁이 나는 건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예요. 출연할 가수와 배우가 안 나오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작년 의정부에서 미2사단 창설기념공연 때 기념 인순이 씨 공연이 취소된 사태가 있었지요.

의정부 시장이 여당(현재 야당) 출신인데도 콘서트 중단 사태를 못 막았단 말이에요. 그 콘서트는 의정부에 있던 미 2사단이 떠나게 돼 주민들이 그동안 생계를 유지하게 해준 고마움에서 환송회를 열어 준 거 아닙니까.

마음에서 우러나와 환송회를 했는데, 좌파단체에서 ‘너희 거기 나가면 다시 공연 못해’ 이러니까 인순이 씨가 무대에 올라와 울고 인사하면서 내려갔잖아요. 그런 사태가 발생하는 현실이니, 지금은 더 하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게릴라식이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요.

- 공연에 참가하는 팀은 따로 유지하고 계신가요?

그렇지 않아요. 공연 할 때마다 그걸 계기로 팀원을 모으는 것이지요. 예전 문화미래포럼 할 때 멤버들 통해서 하는 겁니다.

- 공연할 때마다 팀이 달라지겠네요.

그렇습니다. 공연을 두 달, 석 달 만에 하는데, 다 같을 순 없지요. 극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극단이 있으면 박해를 받을 테니 오히려 못하지요. 이 공연은 정부 돈과 무관하게 하는 거니까요. 포스터엔 제 이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못 올라가요.

제목뿐인 공연 포스터. 배우와 장소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제목뿐인 공연 포스터. 배우와 장소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장 불이익을 받는데 어떻게 올리겠습니까. 음악 감독도 포스터에 못 나갑니다. 그나마 내가 문화미래포럼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지, 지금은 아무것도 못해요. 문화계는 지금 완전히 한데(집밖, 고생을 의미) 지방이에요.

노무현 정부 때 문화미래포럼 하면서 힘들었기 때문에 각오는 했는데, 이번엔 강도가 달라요. 나한테는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전화를 안 받아요. 그래서 전 속으로 그러지요. ‘재주껏 견뎌들 봐라.’

문화는 지엽, 도덕적 반성부터

- 문화계에도 정권교체 여파가 큰가 봅니다.

예컨대, 이런 게 있어요. 작년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거창하게 했잖아요. 그런데 공연이 성사된 게 그거 외엔 없어요. 하나는 우리가 초연한 뒤에나마 취소했던 구미시가 다시 한 거예요.

예산도 많을 수 있는 단체가 겁이 나서 (박정희 관련) 공연을 못했다니까요. 그리고 롯데호텔에서 박정희 탄생 기념 음악회를 열었어요. 그런데 전 공연을 통해서 박정희라는 이름이 한 번도 언급이 안 됐어요.

포스터에 이름 넣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자나 관람하는 사람도 그랬던 거예요. 거기 모인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에서 호의호식했던 고관대작들이에요. 근데 그 사람들조차 박정희 이름 한마디 꺼내질 않았단 말이에요.

이게 진짜 추문이지요. 우리가 좌파로부터 핍박받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들이 그렇게 다 배신하는 것은 우리가 반성해야 돼요. 이건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무능 탓만이 아니에요.

좌파는 전략, 전술과 같은 것들을 반성하는데, 우리 우파는 반성할 줄 몰라요. 우리는 그게 없어요.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반성을 시작해야 합니다. 문화이야기는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지요. 우파가 도덕적 반성부터 해야 돼요.

우파는 도덕 아니면 설 땅이 없는 종족들이에요. 자유주의 체제라는 게 도덕에 바탕을 뒀기 때문이죠. 전체주의에는 도덕이 설 땅이 없어요. 근본적으로 우파가 성찰이 없잖아요.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대표가 예상보다 선전했는데도, 결과가 현재 성적으로 안 나타나잖아요. 분열하고 비전이 없지요. 도덕적 반성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 공연 추진하면서 사연들이 많았겠습니다.

기막힌 사연이 많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가졌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소중하지만 자기 독자적으로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겠지요.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냉랭한 면이 있었어요.

자기 아버지라서가 아니라 위대한 대통령 100주년 기념이라면 당연히 성대하게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면 대통령이 설령 그렇더라도 참모들이 나서서 대통령 꾸중을 듣더라도 해야 하는데 한 사람도 없었어요.

그러니 지금 다 배신하잖아요. 내가 공연하면서 그런 면에서 비애를 느끼는 거죠. 다행히 박정희 기념재단 좌승희 이사장이 도와줘서 내가 안식구(아내)한테 “이번에 돈좀 나가” 했는데, 안 나가고 가까스로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요. 4번 공연에, 할 때마다 새로 시작하는 셈인데 극단이 아니기 때문에 돈이 줄줄 셉니다.

- 박근혜 대통령도 공연 소식을 알고 있는지요.

박근혜 대통령에 (공연) 원고를 보내드린 것이 5년 됐는데 답변이 없었어요. 아마 이권 청탁으로 아셨나봐요. 그래서 제가 그분을 늘 변호하고 다녀요. 청와대에서 곱게 자란 분이라 무엇이 고마운 것이고, 무엇이 아부하는 것인지 판별을 못하셔서 그렇다 하고요.

박 전 대통령은 무엇이 진심인지 무엇이 가식인지 구별할 수 없을 겁니다. 처음엔 섭섭했지만 스스로 달랬어요. 연민이 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슷한 걸 하겠다고 했겠어요.

복거일도 그 중 하나였던 것이지요.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계셔서 말씀 못 드리니 다른 유족한테라도 마지막 공연 소식 좀 전해달라고 아는 사람을 통해 청을 넣었어요. 유족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요.

앙코르 마지막 공연 우리가 했다고, 박근혜 대통령 아버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려달라고 얘기했어요.

- 문화지형에 대해 정리 좀 해주시죠.

원래 가장 자유로운 나라에서도 문화는 좌파로 흘러요. 왜냐하면, 예술은 본래 픽션 아니에요? 언어를 매개로 하는 문학이든, 음악이든, 연극이든, 영화든, 픽션이라는 것은 현재 존재하는 것이 좋다고 하면 작품이 안 되잖아요.

이 세상이 잘 돌아간다, 최상이다 하면 말이 되겠어요? 비참한 사람, 억울한 사람 있다 해야 예술이 되는 것이지요. 예술은 본질적으로 개혁적이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사회 원리를 잘 아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마르크스나 민중주의에 잘 빠집니다. 본질적으로 예술은 사회 분석도 얕고 민중주의적인 처방을 내놓게 돼 있어요. 그건 미국이든 영국이든 다 똑같아요. 또 그게 나름 공헌하는 면도 있거든요.

대본 표지. 한글과 일본어로 정리했다.
대본 표지. 한글과 일본어로 정리했다.

세상이 그래요. 본질적으로 문화적인 지형은 좌파로 기울게 돼 있어요. 그걸 인정해야죠. 문제가 되는 건 스펙트럼이 넓은 마일드한 대부분의 좌파가 아니라 선전선동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파괴하려는 일부 사람들이지요.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검열의 방식이 아니라, 국민에게 그들을 알리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걸 못한 것이지요. 문화지형은 앞으로도 늘 이럴 거예요. 공산주의 국가에는 선전선동만 있고 예술가는 없습니다.

세상이 이만하면 살 만하다 그러는 건 나 밖에 없어요. 그러니 책이 팔리겠어요. (웃음) 5공 때 쓴 <비명을 찾아서> 이 하나만 팔려요. 사회를 비판했으니까.

- 그러면 복 선생님께서는 비유하자면 이 정권에서 물 만난 물고기가 된 셈 아닌가요.

그러니 내가 바쁘지요(웃음). 요새 바빠지는 직업이라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다녀요. 좌파들은 맨날 광주사태, 제주4·3을 우려먹잖아요. 지금 좌파 애들이 문재인 대통령으로 뭘 하겠어요? 영화가 되겠어요? 안 되지요.

좌파 사람들 먹고 살기는 괜찮겠지만, 예술적으로 고난의 시기 만난 거예요. 좌파는 과거 역사만 비틀지요. 예전엔 그나마 북한을 팔았지만 지금은 안 먹히잖아요. 소재가 더 줄어들었지요.

- ‘박정희의 길’ 앙코르 공연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2월 27일 오후 3시 능동 어린이회관에서 합니다. 좌석번호도 없고 조명도 제대로 안 되지만 처음엔 극장을 못 구하다 겨우 구했어요.

- 그렇다면 박정희 공연은 이번에 마무리 되는 건가요. 다른 공연 기획하고 계신 것 있으십니까.

네, 이제 다른 공연도 준비해야죠. 우파는 박정희 아니면 이승만이지 뭐 다른 것 있습니까. 두 위인이 있으니까 평생해도 소재 고갈이 안 되지요. (웃음) 두 위인은 우리면 우릴수록 진국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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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to 2018-02-26 16:48:44
대한민국 우파에서 친일이 빠져야 진짜 우파가 되는데, 끝까지 친일을 비호한다면, 대한민국 우파의 미래는 없습니다. 친일과 군국주의로 이어지는 그 연결고리가 고 박정희 대통령 각하입니다. 그의 업적은 눈부시지만 과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내세울 것은 내세워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대한민국 우파는 궤멸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