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더의 명화수업
[신간] 리더의 명화수업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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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주헌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이후 『한겨레』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학고재 갤러리와 서울미술관 관장을 지냈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이야기꾼으로 활동하면서 미술로 삶과 세상을 보고, 독자들이 좀더 쉽고 폭넓게 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꾸준히 글을 쓰고 강연을 한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위시한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미술에 리더십을 접목한 강의를 해왔다. 

지은 책으로 『지식의 미술관』 『역사의 미술관』 『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그리다, 너를』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2』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 『신화, 그림으로 읽기』 등이 있다. EBS에서 「이주헌의 미술 기행」 「청소년 미술 감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양미술의 주요 장르인 역사화는 주요 위인들의 삶과 투쟁을 화폭에 표현해왔다. 역사화 속 주인공들은 도전하고, 투쟁하고, 실패하고 좌절하며, 또 승리를 거둔다. 이 주제의 그림들은 삶이 매우 웅장하고 다채로운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는 삶이 바람직한지, 또 이를 위해 치러야 할 희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양한 시점에서 들여다보게 한다. 그렇기에 이 그림들을 감상하여 그림 속 위인들의 삶에 대해 숙고해보는 일은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짚어보고 삶의 방향타를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리더들의 삶과 경험을 미술작품을 통해 만나는 이유는 그림이 이들의 삶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전달해줌으로써 큰 정서적 호소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그림이 갖는 힘이다. 일상에 매몰돼 있을 때 잘 보이지 않던 삶의 풍경을 미술작품을 통해 우회해 바라봄으로써 통찰자의 시점에서 여유롭게 개관하고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그림을 통해 리더의 상을 그려보아야 할까? 한국사회는 지난 몇 년간 국가의 리더가 관련된 불행한 사건을 호되게 겪었다. 그 과정에서 좋은 리더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되었고, 좋은 리더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 여러 건의 ‘갑질’ 논란으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리더는 더이상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모든 난관을 해쳐나가는 특출 난 개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따뜻하게 감싸안는 사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오늘날 필요한 리더의 상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는 특히 서양미술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리더십 주제의 그림들을 살펴봄으로써 오랜 세월 사람들이 품어왔던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중요한 관념들을 깊이 통찰해보고, 거기서 오늘날 필요한 리더의 자질을 찾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책은 리더의 자질이나 덕목을 눈?귀?가슴 같은 신체와 관련된 범주로 구분해 다루고 있다. 1장 ‘리더의 눈’은 비전, 상상력, 창의력, 몰입, 통찰력 같은 리더의 ‘보는 능력’과 관련된 그림들을 다룬다. 즉, 그림을 통해 혜안이자 선견자로서 리더의 자질을 살펴보는 것이다. ‘제대로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예술가들의 미술작품은 시각적인 측면에 바탕한 리더의 자질을 살펴보기에 더없이 적절한 창이기도 하다. 2장 ‘리더의 귀’에서는 경청, 공감, 관용, 배려, 독서, 지혜 등 리더의 ‘듣는 능력’과 관련된 그림들이 소개된다.

리더가 진정한 헌신을 보여줄 때, 사람들은 진정으로 리더를 따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헌신의 출발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장에서는 특히 ‘존중의 리더십’이 강조된다. 3장 ‘리더의 가슴’에서는 희생정신, 헌신, 용기, 열정, 자신감, 결단력, 끈기 등 리더의 가슴속 능력과 자질을 표현한 그림들을 소개한다. 리더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그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포기하기 위해 그 자리에 오르는 사람”이다. 타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을 때 다른 이들의 전적인 신뢰와 존경, 명예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여기서는 뜨거운 열정, 인내, 사랑을 보여주었던 리더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본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단 ‘위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신화나 성경 속의 일화를 다룬 그림들도 있고, 구체적인 인물 대신 어떤 개념을 표현한 그림들도 소개된다. 나폴레옹이나 워싱턴, 링컨처럼, ‘위인’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인물들도 있지만 조류학자 존 굴드와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 같은 학자들, 빈센트 반 고흐, 유딧 레이스터르 같은 예술가들도 본받을 만한 자질을 갖춘 리더로서 소개된다. 이처럼 그림들을 통해 살펴본 ‘리더의 자질’이 비단 지도자에게만 적용되는 것들은 아니다. 누구나 다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요, 또 특정 공동체나 조직의 리더가 아니더라도 각자 동등한 시민이자 주체로서 자기 삶의 리더로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으로서, 또 타인의 삶이 나아지도록 돕는 사람으로서 모든 개인이 갖추어야 할 리더의 자질을 그림 감상을 통해 마음속에 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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