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무엇이든 쓰게 된다...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신간] 무엇이든 쓰게 된다...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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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소설가 김중혁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은 이렇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혹은 “주로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나요?” 같이 난이도가 높은 유형이거나 “하루에 글을 몇 시간 쓰세요?”, “쉴 때는 어떤 일을 하세요?” 같은 생활형 질문들이다.

소설가 김중혁은 그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해 좀 더 실용적이고 멋있으면서도 정확한 조언을 모아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지금 무언가를 만들기로 작정한, 창작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존중하며, 그 결과물이 엉망진창이더라도 기꺼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김중혁 작가의 진심 어린 응원은 물론,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실용적인 글쓰기 비법이 가득하다. 

1부 「창작의 도구들」을 펼치면 김중혁 작가의 책상 위에 놓인 창작의 도구들이 인사를 건네온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적었던 노트이자 메모지가 되었던 A4용지, 책 위에 밑줄을 그을 때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연필 등 아날로그 도구부터 펜이 움직이는 좌표를 그대로 디지털화하여 자동으로 입력하는 스마트펜, 해마다 업그레이드되어 온 컴퓨터의 역사까지 지금 이 시대 창작의 도구들이 저마다의 쓸모를 뽐낸다. 더불어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이야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지정한다는 김중혁 작가는 음악이 소설 속 세계로 곧장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팁을 공유한다. 

2부 「창작의 시작」은 글을 쓰는 창작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산문을 쓸 때는 ‘실제의 나’와 ‘글 쓰는 나’가 대립하고, 소설을 쓸 때는 ‘글 쓰는 나’와 ‘상상하는 나’가 맞붙는다. 한 번 읽은 책으로 희열을 느끼는 것을 경계하며, 생각이 자유로이 드나들기 위해 생각을 붙드는 메모 대신 생각을 보류한 스크랩을 추천한다. 

3부 「실전 글쓰기」에는 김중혁 작가의 모든 글쓰기 노하우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첫 문장은 ‘최선’이 아닌 ‘하는 데까지 해본’ 문장일 것, 근사한 첫 문장은 끝을 보고 온 문장이라는 것, 솔직하고 정직한 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문장에 힘을 주기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문단을 나누는 법을 익힐 것, 내 안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깎아나갈 것, ‘대화를 상상하는 힘’이 곧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임을 잊지 말 것, 대상과의 거리 조절로 글쓰기의 리듬을 찾을 것 등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후 27년간 글을 쓰며 직접 느끼고 익힌 창작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4부 「실전 그림 그리기」에서는 서툴더라도 일단 선을 긋고 해방감을 느껴보라고 독려한다. 특히 선 하나로 마음대로 결말에 가닿는 한 편의 이야기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대상을 관찰하고 엉망이더라도 무언가 더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5부 「대화 완전정복」은 세상의 모든 ‘대화’에 집중해보는 문제풀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기 위해서 나누는 대화는 글쓰기에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극본부터 인터뷰, 수상 연설, 편지, 영화 속 대사 등 소설가 김중혁이 고른 지문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일관성 있는 캐릭터 만들기, ‘글 쓰는 나’에게 좋은 질문 던지기, ‘만약’과 ‘체험’ 사이에서 균형 잡기, 좋은 묘사와 나쁜 묘사를 구분하는 방법 등을 익히게 된다. 

소설가 김중혁은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으로 ‘관찰’을 꼽는다. 관찰이란 천천히 보고 오래 보는 일. 세상의 속도를 늦추면서 삶의 미세한 틈을 관찰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남들이 보지 못한 자신만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글을 쓰다가 새로운 비유나 묘사가 막힐 때면, 산책이 도움이 된다. 산책은 세상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하는 일이며, 새로운 것을 만날 때 비로소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가 지닌 또 다른 미덕은 은밀하게 드러나는 소설가의 사생활과 그 안에 품고 있는 ‘창작의 비밀’이다. “우주같이 막막한 흰 종이, 혹은 흰 모니터에 글자 하나를 찍”는 글쓰기 앞에서 우리는 평등하다. 빨리 입력을 시작하라는 ‘프롬프트 커서’의 지시를 받으며, 누르면 곧장 튀어 오르는 키보드의 대답을 받으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끊임없는 질문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우리는 문장을, 문단을,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그 길에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 어떤 것도 확언할 수 없다. 어떤 원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창작의 세계란 그래서 재미있다. 그럼에도 힘들다. 그래도 언젠가는 깨우침의 순간이 온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충고를 한데 끌어모았을 때, 그 교집합이 최고의 비법일까. ‘열심히 쓴다’, ‘꾸준히 쓴다’ 정도만 교집합에 남아 있겠지. 충고 따위 무시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해설을 보지 않고 문제집을 풀 때처럼, 작가들의 충고는 모두 잊고 혼자서 밤을 꼬박 지새우며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작은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자기만의 공식이 하나씩 생겨나고, 작가들의 충고가 무슨 말인지 몸으로 알게 되는 때가 온다. 그 사소한 깨달음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p.132)"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고 난 뒤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김중혁 작가는 소탈하게 고백한다. 

"소설은 끝났지만 이야기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다. 책상 앞에 앉아서 멍하니 마지막 문장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만 아는 이야기가, 누구도 그 존재조차 눈치채지 못한 이야기가, 하나 생긴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실패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는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을 썼고, 그럼에도 쓸 수 없는 것을 쓰지 못했다. 이번에 쓰지 못했던 것을 다음에 다시 쓰려고 할 것이다. 글쓰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p.60)"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패했지만,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 꾸준히 쓰려는 마음이 소설가를 소설가로 계속 살게 한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통해 소설가 김중혁은 단순히 글쓰기를 위한 전략을 전달하기보다 우리에게 넌지시 창작의 세계로의 초대장을 내민다. 그 세계는 “더 험해지고 거칠어져야만 버틸 수 있는” 현실과 다르며, 창작하는 사람들은 “강해질 수는 있어도 험해지지는 않는다”. 창작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나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고, 이렇게 재미있는 걸 함께 하고 싶은 창작의 세계로의 초대, 이제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응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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