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김영철이 넘어온 전진교
[현장르포] 김영철이 넘어온 전진교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8.03.02 13:3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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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삼일절이다. 나만의 3.1절 행사를 갖기로 했다. 차를 몰아 자유로를 내달렸다. 목적지는 바로 전진교’.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이 넘어온 전진교가 답사가 나만의 3.1절 행사다. T맵 내비게이션을 켰다. 목적지 전진교를 입력했다. 그런데 어라! 전진교가 검색되지 않았다. 다른 내비게이션 어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포털에서 어렵사리 전진교 찿아가는 길을 검색했다. 어느 블로그에 전진교를 찾아가는 글이 있었다. 두포리 나루터 또는 두포리 삼거리를 검색하면 그곳에 전진교가 있다고 설명되었다. 두포리로 검색하니 파평면 두포삼거리가 검색되었다. 집에서 120km.

전진교를 통해 넘어오는 김영철 일행의 버스. / 연합
전진교를 통해 넘어오는 김영철 일행의 버스. / 연합
전진교를 통해 넘어오는 김영철 일행의 이동경로. / 연합
전진교를 통해 넘어오는 김영철 일행의 이동경로. / 연합

차에 올라 유유자적하게 전진교를 향해 출발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하늘은 한없이 맑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러나 오두산 전망대를 넘어서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바로 코 앞이 북한지역이다. 곳곳에 군의 초소와 벙커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하늘에서 두두두두두하는 헬기 소리가 울렸다. 선루프를 열고 쳐다보니 주한미군의 탱크 킬러 롱보 아파치 2대가 임진강변 위를 날았다. 속으로 우리는 삼일절 휴일인데 주한미군은 훈련에 여념이 없군하면서 좀 미안한 감도 없지 않아 들었다. 도로 표지판에 통일대교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통일대교 교차로에서 10km 지나 눈에 들어온 전진교. 바로 앞엔 적 탱크 및 도하 방지 군사시설이 있다.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은 전진교는 1984년 민통선 내 군사목적으로 건설된 다리라고 말했다.
통일대교 교차로에서 10km 지나 눈에 들어온 전진교. 바로 앞엔 적 탱크 및 도하 방지 군사시설이 있다.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은 전진교는 1984년 민통선 내 군사목적으로 건설된 다리라고 말했다.

통일대교를 보니 몇 년 전 판문점을 취재했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놀랐던 것은 판문점 자체가 아니었다. 판문점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도 짧았다는 점이었다. 만에 하나 북한 기갑부대가 판문점에서 통일대교를 뚫고 달리면 일산까지는 눈깜짝할새다. 그만큼 서부전선은 북한과 가깝다.

통일대교로 가는 길을 뒤로 하고 전진교로 방향을 돌렸다. 내비게이션에는 약 12km가 남았다고 표시되었다. 통일대교 이후 길 양변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멀리 보이는 감악산에는 아직도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왼쪽으로는 임진강이 보이고 길 오른쪽으로는 더 촘촘하게 군의 방어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였다. K9 자주포가 콘크리트 포대안에서 북쪽을 향해 포신을 고정해 놓고 있었다. 여차하면 북을 향해 응징의 화염을 내뿜을 모습이었다. 순간 이런 모습을 김영철 일행이 모두 보고 갔겠구나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비게이션에선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내 눈엔 전진교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전진교 입구를 지나쳤다. 다시 차를 돌려 내비게이션과 지도를 살폈다.

네이버 지도는 소용이 없었다. 전진교 자체가 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지도를 봤다. 최대한 확대해도 희미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교차로가 아니라 토끼굴 같은 작은 옆길로 빠져 나가야 전진교 입구에 갈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차를 몰았다. 근처에는 도하훈련장 표지판이 있었다. 조심스레 차를 몰고 샛길로 빠졌다. 표지판에는 두포 나루터와 음식점 간판이 줄지어 섰다.

전진교 입구 식당 간판
전진교 입구 식당 간판

차를 세우고 음직점에 들어갔다.

아주머니 혹시 여기가 전진교 입구 맞나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 전진교 답사 왔는데 여기로 김영철이가 온 길 맞죠?”

예 맞아요. 여기로 왔어요.”

그런데 아무나 못 들어가는 것 같네요?”

여기는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가요. 강 너머 영농작업하는 사람한테 출입증 주는데 그것도 낮에만 통과됩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선 군사도로가 아니고 372번 지방도라고 그러더라구요?”

나의 이말에 음식점 주인은 히죽 웃으면서

군인들이 통제하는 다리인데 군사도로가 아니라고 하면...”

혹시 저 말고 다른 기자들이 취재 온 적 있나요?”

아니요. 아저씨가 처음입니다.”

 

식당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이런 중요한 일에 주요 언론사에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니. 정유라 취재 때는 멀리 독일까지 달려갔던 언론사들이 여긴 왜 안왔을까? 혹시 문재인 정부에 누가 되는 것은 서로 취재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합의라도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걸어서 다리 입구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인적도 없고 오직 군인 경계병만 다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다리를 두고 군사도로가 아니라 지방도라고 하는 국방부나 일반인이나 관광객도 다닐 수 있다고 말하는 어느 방송인이나 그들 머리엔 무엇이 들어 앉아 있는지 궁금했다.

직접 군인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다시 차에 올랐다. 전진교 입구까지 다가갔다. 초병이 다가와서 용무를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여기 전진교 맞죠?”

아무나 못가나요?”

출입증이 있어야 갑니다.”

그럼 여기 군사도로 맞네요?”

“...”

전진교 입구의 출입 통제용 바리케이드
전진교 입구의 출입 통제용 바리케이드

국방부는 김영철 일행이 넘어온 길은 군사도로가 아니라 372번 지방도라고 했다. 그러나 내 눈으로 직접 전진교는 군사도로임을 확인했다.

나는 취재차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와 통화를 했다. 그는 채널A에 나와서 김영철 일행이 넘어온 전진교를 군사작전도로가 아니라 지방도다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신인균 대표와는 구면이다.

그는 4.13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에 나섰다가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군사 부문에선 일반인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기에 그의 생각을 다시 듣고 싶었다.

전진교 입구. 현재도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다. 출입증이 있어야 통과할 수 있다.
전진교 입구. 현재도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다. 출입증이 있어야 통과할 수 있다.
팻말에 영농인 출입가능시간  6:50~ 18:50 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일반인이나 관광객이 출입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팻말에 영농인 출입가능시간 6:50~ 18:50 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일반인이나 관광객이 출입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전진교에 직접 가 본 적 있습니까?”

직접 가보지는 않고 근처는 다녀온 적 있습니다.”

그렇군요. 내가 직접 와보니 전진교는 군이 엄격하게 통제하는 군사도로인데 왜 군사도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까?”

그것은 군사전용도로가 아니라는 말이지 군사도로가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럼 군이 엄격하게 통제하고 작전하는 도로이니 작전도로는 맞다고 봅니까?”

당연하죠. 군사전용도로는 아니지만 군사작전도로는 맞지요.”

보통 일반적으로 군사작전도로를 군사도로라고 말하지 군사전용도로를 군사도로라고 말하진 않지 않습니까?”

뭐 남의 말에 대해 내가 맞다 틀리다라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와의 1차 통화는 이렇게 끝났다.

난 방송에서 그가 한 정확한 워딩(WORDING)’을 다시 체크했다.

"전진교 통과한건 저는 다르게 보는 중입니다. 그렇게 전진교를 '군사작전도로'로 본다면 한남대교 반포대교 등 수도권 다리(교량)가 군사작전도로가 아닌 곳이 없어요. 전진교는 민통선 구역이라 문제라고 하는데 여기는 민간인도 승인 받으면 다 오고가고 할수 있는 곳입니다. 1사단에서 관리를 하고요. 저기 주민들도 살고 있고... "또 전진교는 다른 교량(다리)과 다르게 아주 작은 다리이므로 지도에도 안나와서... 군사작전도로 인줄 아시는데..... 한마디로 말씀 드리면 전진교는 '군사작전도로'가 아닙니다" 

그가 방송에서 한 정확한 워딩을 확인하고 재차 통화를 했다. 

방송에서는 결론에서 군사작전도로는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앞서 통화했을 때는 군사전용도로가 아니지 작전도로는 맞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어떤 말이 맞습니까?”

군사작전도로만은 아니다 라는 말입니다. () 생략된 거죠.”

정확한 워딩은 군사작전도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약간의 한숨) . 그것은 말이죠. 방송에서는 시청자가 알기 쉽게 말하기 위해서 그런 겁니다.”

글쎄요. 오히려 혼선을 빚은 말 아닙니까?”

“...”

 

그렇게 2차 통화를 끝냈다.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은 북한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이 이용한 전진교는 1984년 민통선 내에 군사용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하면서 김영철은 우리 정부의 생각지 못한 과도한 친절에 군사구역 시찰이라는 횡재까지 얻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이번 답사를 통해 내 눈으로 직접 군 시설을 봤다. 내가 본 것 이상 김영철 역시 봤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음도 돌릴 겸 겸사겸사해서 근처에 있는 역사 유적지를 답사하기로 했다. 전진교에서 철원쪽으로 10km 가면 칠중성이라는 산성이 있다. 예로부터 임진강변은 우리 민족의 격전장이었다. 나당 전쟁 당시 임진강변은 우리 민족의 생명줄을 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인 곳이다.

그 중심지가 바로 칠중성이다. 당나라와 7번 뺏고 뺏겼던 곳이다. 김유신의 아들 원술랑이 칠중성 전투에서 패하고 도망을 했다가 어머니로부터 너는 더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곳이 칠중성 전투였다. 6.25 2전쟁터로 비유한다면 백마고지 전투와 같은 곳이다.

칠중성 설명 안내판
칠중성 설명 안내판

칠중성까지는 차로 올라가지 못한다. 약간의 숨을 헐떡이며 칠중성에 올랐다. 그러나 칠중성은 우리가 아는 유적지가 아니다. 현재도 군 작전지역이다. 포대와 교통호가 칠중성 둘레를 에워싸고 있다. 칠중성에 올라보면 임진강변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칠중성 옆길로 가면 바로 수색으로 연결되는 서울로 가는 핵심 요충지다. 그런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칠중성은 삼국시대에도 그리고 6.25전쟁 때도 격전지였다.

칠중성은 6.25전쟁 당시 영국군 글로세스터 연대가 중공군 사단에 맞서 3일간 분전을 했던 한국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이 전투를 설마리 전투라고 한다.

당시 칠중성을 지키던 글로세스터 C중대는 중공군의 공격에 끝내는 전멸했다. 그러나 3일의 시간을 벌어주고 유엔군이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이렇듯 임진강 일대는 예나 지금이나 군사요충지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김영철이 넘어온 길을 지방도라고 거짓말을 했다. 김영철 눈에 들어온 우리 군의 방어시설은 더 없이 좋은 군사정보가 된다.

 

칠중성에서 내려다 본  임진강변
칠중성에서 내려다 본 임진강변

만약 입장을 바꿔 우리가 북한 전연군단 밀집지역을 차로 이동한다면 얼마나 값진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 이번 김영철 일행에게 군사도로를 내준 것은 사실 이적죄로 다스려도 시원찮을 사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학용 위원장은 국방부는 김영철 일행이 이용한 도로는 지방도 372번 일반도로라며 김영철 행적 물타기에 급급하고 있다이 나라에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이 존재하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참담한 하루였다고 비판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시원하게 뚫리는 자유로를 보면서 갑자기 섬찟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북한 815 땅크 사단이 자유로를 달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그때 국방부는 뭐라고 변명할까?

 

눈덮인 감악산
눈덮인 감악산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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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민 2018-03-08 17:59:42
헐!이라는분 께서는 기자분한테 군기밀 유출 이라하고 전시 사형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김영철이 한테 길을 터준 놈들은 어떻게 처벌할까요? 능지처참?

안미옥 2018-03-03 16:57:10
한숨만 나옵니다.
기자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8-03-03 14:21:45
이거 군 비밀 유출급 아닌가??
전시상황이라면 기자 총살 급!!

애국제독 2018-03-03 02:21:32
힘들었을 고마운 기사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