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 어디로 갈까?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 어디로 갈까?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8.03.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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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아베 발언 공개 뒤 후폭풍 거세…국방부, 훈련 일정 안 밝혀

2월 25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3월 18일에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막을 내린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강릉행 KTX 개통식에서 외신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연례적으로 실시하던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뒤 우여곡절 끝에 한미 양국은 ‘키 리졸브’ 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국방부 안팎에서는 불안한 이야기가 새나오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결례와 후폭풍

지난 2월 10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만나 비공개로 나눴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윤영찬 청와대 수석은 “아베 일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의사 표시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므로 올림픽이 끝난 뒤 한미 연합훈련을 속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그 말씀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되는데 그건 우리 주권 문제이고 내정 문제이다’고 지적하고 ‘일본 총리께서 이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기자들은 해당 내용을 즉시 기사화했다. 동시에 “양국 정상 간의 비공개 회담을 이튿날 언론에 밝히는 것은 외교적으로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아랑곳 않고 “아베 일 총리의 내정간섭적인 발언이 문제”라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아베 총리의 발언과 여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박은 곧 일본 정치권 내에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중앙일보는 지난 13일 일본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관련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면서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앙일보는 ‘한일 정상이 벌인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둘러싼) 신경전은 12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의원들 간의 ‘미래 대화’로 이어졌다’면서 이때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베 총리가 잔칫집에 와서 분위기와 다른 말을 해 점수를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13일 자민당 외교부회 회의에서는 일본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또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자민당 의원들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비공개 회담 발언을 언급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았고, ‘한미군사훈련이 어떻게 단순한 내정 문제냐’는 비판도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일 자민당 의원들은 “한반도 안정에 있어 일본의 역할을 생각해 보라”며 “유엔군 후방사령부가 도쿄 외곽 요코다 미 공군 기지에 있고, 주일미군 기지 7곳에도 유엔군이 들어와 있는데 이게 어떻게 내정 문제냐”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 자민당 의원들은 이와 함께 아베 총리의 이번 방한이 과연 성과가 있었느냐며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일 자민당 의원들의 반발과 주장은 한국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될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냉전 질서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공공연히 통용되던 주장을 안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안보 분야에서 일본이 한국을 보는 시각

1950년 1월 12일 미국이 ‘애치슨 선언’을 한 뒤 6·25전쟁이 일어났다. 3년 넘게 계속된 전쟁으로 일본은 막대한 수익을 얻었지만 동시에 ‘냉전’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깊게 인식하게 됐다. 미국은 일본을 냉전 대결의 최전방인 한국을 지원하는 후방군수기지 역할을 맡도록 하고, 한국에 대해서는 군사력 증강을, 일본에 대해서는 군대가 없는 대신 경제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미국은 아예 일본 헌법에다 ‘군대를 가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일본 자위대가 창설된 이래 해군력과 공군력은 막강한 대신 육군 병력이 허약하고 전체 병력에 공격용 무기가 없는 이유도 이런 탓이다. 이런 구도가 60년 이상 이어져 오면서 일본 사회에서는 ‘한국이 대륙 세력의 위협을 막아주는 방패’라는 인식이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냉전 질서가 끝나면 이런 구도가 사라질 줄 알았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일본을 위협하고, 중국 또한 2000년대 이후 노골적으로 일본을 위협하면서 ‘한국 방패’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 게다가 현재 한국보다 많은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데, 이들이 일본 방어가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미군의 움직임은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2월 9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를 방문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 령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2월 9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를 방문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 령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력이 일본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면 “한국으로 가라”는 등의 외침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일본 언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부터는 아예 ‘한반도 정세’라는 특별 섹션을 상시적으로 운영할 정도로 한반도 군사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일본 언론들이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거나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때마다 메인 뉴스에 다루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국방부 “한미연합훈련 언제 실시하느냐” 질문에 묵묵부답

현재 한국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이 4월 중에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국회와 청와대, 국방부 안팎에서 흘러나온 소식을 취합한 소문을 바탕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난 5일 세계일보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를 방문한 송영무 국방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만나 한미 연합훈련을 4월 20일 전후에 실시하기로 최종 조율했다”고 보도한 내용도 큰 영향을 줬다.

당시 세계일보는 “당초 평창 동계 패럴림픽 폐막 이후인 3월 말 또는 4월 초로 예상됐던 훈련 일정이 다소 연기됐다”면서 “미 본토와 해외 주둔 미군 전력의 한반도 증원에 시간이 필요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일정과 관련해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협의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나오자 “당시 회담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실시 시기에 관한 사항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한미 간에 연합훈련 실시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에 있고 일정이 정해지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면서 “예년에는 훈련을 실시하기 직전에 일정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관심이 높은 만큼 저희가 판단할 때 적절한 시점이 되고, 모든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그때 발표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날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 당시 모습은 기자들이 볼 때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시기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도 아예 주지 않았고 “혹시 올해에는 훈련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며칠 뒤 한국에 온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국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혹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무기한 보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뒤 “성사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대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급속히 확산됐다.

한미 연합훈련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 비핵화”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자 미국과 일본에서는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 다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전문가들과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부 미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한미 연합훈련 속개를 바라는 이유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북한이 지난 25년 동안 보여준 협상 전략 때문이다. 북한은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합의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핵무기 개발을 선언한다.

이후 1993년 서울 불바다 발언과 1994년 영변 핵시설 타격작전 직전까지 가는 등 긴장이 고조된 뒤 제네바 합의를 통해 경수로 건설용 자재와 연간 50만 톤의 석유 공급을 받아 낸다.

세계는 이를 두고 벼랑 끝 전술이라고 불렀다. 북한은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표면적으로는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드러내지 않다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부터는 노골적으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선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시작된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은 한반도 주변국들과 협상을 거듭하며 사소한 양보로 지원을 얻어낸다. 세계는 이를 북한의 살라미 전술이라고 불렀다. 두 차례의 큰 사건을 통해 북한에게 골탕을 먹은 미국은 “더 이상은 속지도, 양보하지도 않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5년 동안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양보와 협상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런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집착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로 인해 북한에게 빈틈을 주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추진하는 것이고 북한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가 추구하는 목표이므로 한국의 상황만을 고려해 북한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한국에 온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방한 전부터 한국 측에 “평창에서 북한 관계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動線)을 짜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나 개막식 만찬 때 펜스 부통령이 헤드 테이블에 북한 김영남이 앉은 것을 보고서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나가버린 것 또한 북한에게 그 어떤 ‘빈틈’도 보여주지 않기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의지와 노력을 비집고 들어가 북한에 대한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 현재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 트럼프의 ‘쿨’한 대답 액면대로 받아들이면

최근 미 상원에서 열린 수전 손튼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 인준 청문회에서 “코피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또한 미국 정부는 한국의 남북대화 의지에 대해 “대북압박을 느슨하게 만들지 말라”는 말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코피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순진함인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을 바꿔보려 하니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자”고 계속 요청한 뒤 트럼프 정부가 “좋다, 그렇게 하자”고 ‘쿨’하게 대답했을 때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위험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같은 ‘비즈니스맨’들은 피아 식별을 하면서 적군과 아군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거기에 맞게 대응한다.

아군 가운데서도 친밀한 관계일 경우에는 불만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군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예의를 갖추고 배려를 해주면서 거리를 둔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아군으로 위장한 적군’이라고 판단했을 때다. 이때는 겉으로는 친밀한 관계임을 과시하고 배려도 해주지만 이를 이용해 ‘역정보’를 흘리거나 동시에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을 펼칠 것처럼 하면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린다.

동시에 역정보가 누구를 통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지켜본다. 그렇게 ‘적군’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는 서서히 멀어지면서 충분히 거리가 생겼다는 판단이 들면 공격해 박살낸다. 즉 트럼프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한미 연합훈련 보류 또는 취소’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한반도 정세에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 올인하고, 그 결과로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경제·안보 분야에서의 불안이 커지면, 한국인들의 불만은 대통령과 여당을 향하게 될 것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시중에서 느끼는 국민들의 정서는 다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참가시키겠다고 급하게 단일팀을 만든 것부터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예술단에 대한 지나친 수준의 경호 제공 등은 국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또한 김정은이 김여정을 보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꺼내자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과거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시절을 떠올리며 북한과의 대화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며 미국, 일본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한국 경제가 추락하게 만든다면 그 여파는 다음 번 대선에서 정권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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