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폐지는 대한민국 수호 포기’
‘대공수사권 폐지는 대한민국 수호 포기’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 승인 2018.03.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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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이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단행된 국정원의 적폐청산과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대공수사권 폐지와 이관’을 포함한 국정원법 개정안(일명 대외안보정보원법)을 2017년 11월 29일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월 24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의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청 산하의 ‘(가칭)안보수사처’로 넘겨주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와 경찰 이관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이 더 정교화, 공세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대공수사권을 이런 식으로 공중분해하는 것은 중대한 안보 위협 사안이다.

대공수사권이란 법률 용어가 아니라 안보수사기관의 실무용어이기 때문에 일의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현재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는 안보 부처에서도 각기 상이한 용어를 사용하는데, 국정원에서는 대공수사(대공수사국), 경찰에서는 보안수사(보안국, 보안수사대), 기무사에서는 방첩수사(방첩처), 검찰에서는 공안수사(공안부)라고 한다.

대공수사권의 개념과 범위

일반적으로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을 정의해보면 북한을 포함하여 불법적인 공산주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수사 권한을 의미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전신인 1961년 설립된 ‘중앙정보부’의 수사권에 기원을 두고 있다.

중앙정보부법(법률 제619호, 1961.6.10. 제정) 제1조(기능)와 제6조(수사권)에 명시된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에 근거하여 대공수사권을 행사해 왔다.

이후 1963년 개정된 중앙정보부법(법률 제1510호, 1963.12.14., 전부개정)의 제2조 (직무) 3에서 “형법 중 내란의 죄·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이적의 죄·군사기밀누설죄·암호부정사용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로 수사범위가 특정되었다.

이후 1973년 개정된 중앙정보부법(법률 제2590호, 1973.3.10., 일부개정)에서 ‘군사기밀보호법’이 수사범위에 추가되었다. 1994년 국가안전기획부법(법률 제4708호, 1994.1.5., 일부개정)에서 반공법이 폐지됨에 따라 수사범위에서 삭제되었고, ‘국가보안법 중 7조와 10조’에 규정된 죄도 수사범위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1996년에 개정된 국가안전기획부법(법률 제5252호, 1996.12.31., 일부개정)에서는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 전반에 대한 수사권이 다시 포함되었다. 이후 국가정보원법(법률 제5681호, 1999.1.21., 일부개정)에 규정된 관련 수사권이 그대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행 국가정보원법에 제3조(직무) 3에서는 <표1>과 같이 이른바 대공수사권의 범위가 규정되어 있다.

여기의 내란의 죄는 형법 제2편 제1장에 규정된 죄로 제87조(내란), 제88조(내란목적의 살인), 제89조(미수범), 제90조(예비·음모·선동·선전), 제9조(국헌문란의 정의)를 의미한다.

외환의 죄란 형법 제2편 제2장의 죄로 제92조(외환유치), 제93조(여적), 제94조(모병이적), 제95조(시설제공이적), 제96조(시설파괴이적), 제97조(물건제공이적), 제98조(간첩), 제99조(일반이적), 제100조(미수범), 제101조(예비·음모·선동·선전), 제102조(준적국), 제103조(전시군수계약불이행), 제104조(동맹국)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형법 제98조(간첩)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을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북한 간첩에게는 적용이 안 된다.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상 국가가 아니어서 ‘적국(敵國)’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한민국 실정법상 반국가 불법단체에 해당한다. 따라서 북한과 관련된 간첩행위는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 제5조(자진지원)를 적용한다.  

서울 내곡동의 적막한 국가정보원 입구 모습. / 연합
서울 내곡동의 적막한 국가정보원 입구 모습. / 연합

필자는 향후 ‘대공수사’라는 용어를 ‘안보수사’로 변경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 이유는① 대공수사권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국가안보와 관련되는 수사이며 ② 1990년대 소련 및 동구 공산권의 붕괴 현실을 감안하고 ③ 공산주의와 관련된 수사가 사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사범을 수사한다는 의미의 ‘안보수사’란 용어가 훨씬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간첩공작과 대공수사 북한은 정권 수립 이전인 해방 직후부터 대남 적화혁명전략의 일환으로 전술적 차원의 대남간첩공작을 전개해오며 이른바 ‘남조선혁명의 주객관적 상황’ 조성에 주력해왔다.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의 목표는 전한반도의 공산화 통일인데, 쉽게 말하면 전한반도를 김정은의 수령유일 통치 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7·4 공동성명, 6·15 공동선언, 10·4 선언 등과 같이 남북관계의 일시적 개선 상황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대남간첩공작을 견지해왔다.

6·15  남침 전쟁 이후 2017년 말까지 북한의 간첩침투와 간첩사건은 2000회가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1956건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북한의 대남간첩침투 공작을 국정원, 기무사, 경찰 대공수사관들과 군이 막아낸 것이다.

1948년 전 세계에서 최빈국 중 하나였던 신생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한 기저에는 북한의 간단없는 대남간첩공작을 막아내고 튼튼한 안보와 사회 안정을 이룬 덕택이며 그 과정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관(경찰과 군 대공수사요원 포함)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3차(2013.2.12.), 4차(2016.1.6.), 5차(2016.9.9.), 6차(2017.9.3.) 등 총 4차례나 핵실험을 단행했다. 또한 2017년 11월 29일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발사 실험을 단행하는 등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11차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했다.

김정은은 화성-15형 발사 실험(2017.11.29.)을 단행한 직후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이어 작년 12월 11-12일 평양에서 제8차 군수공업대회를 개최하고 핵·미사일 개발자들을 포상하며 이른바 핵무력의 완성을 대대적으로 경축한 바 있다. 이렇듯 김정은은 비타협적 군사모험주의노선을 지속하고 대남간첩공작을 공세화하고 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3차례에 걸쳐 대남간첩공작부서를 전면 재편했다.

첫째, 2012년 말 대남간첩공작 전문부서인 225국(구 대외연락부, 현 문화교류국)을 통일전선부 산하로 편입시키고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 직속 정찰총국의 영역을 확대하며 대남공작의 본산 역할을 강화했다.

둘째, 2015년에는 225국을 문화교류국(국장 윤동철)으로 개칭했다. 2015년 말 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인 김양건이 사망하자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대남비서와 통일전선부장에 임명하며 대남공작의 총책으로 기용했다.

그러나 2016년 초 김영철이 정찰총국의 일부 부서를 통일전선부로 이관 시도하는 등 대남공작의 권한 확대와 세력화를 기하자 김정은은 가차 없이 김영철을 혁명화 교육시켜 종파활동을 경고했다.

셋째,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비서국’이 폐지하고 ‘부위원장’ 체제를 가동함에 따라 김영철을 대남담당 당 부위원장(구 대남비서)에 임명해 김정은의 지침 하에 대남공작 업무를 관장케 하고 있다.

그러나 정찰총국 업무에는 간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북한은 공석인 정찰총국장에 장길성(상장, 전 정찰국장)을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장길성은 7차 2기 당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에 보선되었다.

김정은은 권력승계 직후에 대남공작부서의 집중검열을 통해 조직 및 인사개편을 수시로 단행하고 대남공작기능을 정찰총국,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 국가보위성, 보위국 등으로 확대하며 대남공작부서의 분권화와 전문화를 통한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배합하며 대남공작의 진지를 확대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간첩침투 루트도 육상, 해상, 수중을 통한 직접침투에서 본격적으로 제3국을 통한 우회침투방식으로 병행 구사하고 있다. 특히 탈북민을 활용한 대남공작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안보수사당국이 검거한 간첩의 80% 이상이 탈북민 위장간첩이다. 2018년에도 북한은 우리 (세)대에 사회주의 강국 실현(적화통일 완성)의 교두보를 확실히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대남간첩공작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비합법 영역에서의 배합공작 즉 ① 간첩침투공작(직접침투와 우회침투공작의 배합) ②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의 배합(사이버테러 등) ③ 남북한 및 해외 등 3자 연대 배합공작에 주력할 것이다.

또한 북한은 ‘지하당 구축공작’과 병행하여 1990년대 이래 합법적 공간에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수행할 ‘합법적 전위정당’ 이른바 ‘진보정당’의 구축 및 침투를 위해 진력해왔는데, 올해에도 지방선거 국면에 대응해 여야당을 가리지 않고 정치공작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의 연장선에서 해외체류 상사원, 유학생, 관광객 대상 납치, 살상 및 탈북민의 반국가세력화와 북한인권운동 탈북민의 테러 등도 배제할 수 없다. 탈북민 3만명 시대에 이르러, 국내에 탈북민을 활용한 북한의 대남공작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향후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은 남북관계 개선 여부에 관계없이 대남전략의 궁극적 목표 달성과 이른바 김정은의 조국통일론 완성 및 김정은 체제 생존의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에 더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대남간첩공작 환경 하에 대응해 그 어느 때보다도 대공수사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대공수사권 폐지의 부당성

현 상태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폐지의 부당성을 제시해보겠다.

① 대공수사권 폐지가 국정원 개혁인가?

2017년 11월 29일 국가정보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 국정원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 직무에서 ‘대공’, ‘대정부전복’ 개념을 삭제하며, ▲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에 이관하고 ▲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하고 ▲ 활동에 대한 내·외부 통제를 강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국정원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개정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을 보면 국정원은 대공수사권만 포기하고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만 바꾸며 기존의 권한을 다 누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현 국정원 지휘부와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청와대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왜 정보기관장과 간부 직원이 줄줄이 구속되는 수난을 반복하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그 이유는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서 일탈하여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입맛에 부응하는 코드화된 정보활동을 전개한 탓이다. 바로 ‘정보의 정치화(politicized intelligence)’가 주원인이다. 결코 ‘대공수사’ 탓이 아니다.

② 국정원의 존재 이유 망각한 대공수사권 폐지

우리나라에서 정보·안보수사기관의 제1의 임무는 남북분단 상황에서 현존하는 북한의 대남 적화 위협을 막아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켜내는 일이다. 어떠한 안보 사안도 이를 우선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가정보목표우선순위(PNIO: Priority of National Intelligence Objectives)에서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을 막아낼 대공정보와 대공수사가 국정원의 존재이유이자 최우선 임무이다.

그런데 마치 대공수사권이 국정원 개혁의 원흉인양 규정하고 희생양으로 삼아 대공수사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국정원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2013년 유우성 화교간첩 증거조작사건 등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필자가 이를 옹호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이를 명분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이러한 잘못은 철저한 반성과 대공수사 시스템 전반의 개혁을 통해 바로잡으면 될 것이다.

독일의 헌법보호청(BFV)은 연방 및 각주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 안전에 반하는 제반 활동에 대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 전파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국내의 극좌주의나 극우주의 활동뿐만 아니라 현역 국회의원이 극단주의자와 접촉한 행위까지도 정보 수집하여 매년 발행하는 ‘헌법보호백서’에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정치 사찰 운운하며 난리가 날 일이다. 또한 헌법보호청은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도 개인신용정보, 금융계좌 추적, 통신정보, 운송정보 추적권 등도 행사한다.

그런데 국정원의 대공정보와 연계된 대공수사권에 힘을 실어 줘도 모자랄 판에 이에 역행하여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 분석 부서를 ‘거대 악(惡)’인양 규정짓고 개혁안이 완성되기도 전에 해당 부서(2개국)를 해체하고 대공수사권 마저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는 대공전선의 무력화내지 포기에 다름 아니다.

③ 북한 정찰총국이 환호할 대공수사권 폐지, 또다른 안보적폐

북한의 정찰총국(구 작전부, 35호실 등), 문화교류국(구 225국, 대외연락부), 통일전선부와 같은 대남공작부서가 70여 년간 대남간첩공작을 전개하면서 극복하지 못한 상대가 바로 국정원(전신인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대공수사국이었다. 북한이 국정원 대공수사국을 제압했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적화되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국정원, 경찰 보안수사대, 기무사’를 파쇼폭압기관이라 매도하며 이의 해체를 주장해왔다. 그런데 국정원이 북한 대남간첩공작의 핵심 억지력(deterrence)인 대공수사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에 고속도로를 깔아 주는 격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은 자칭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비타협적 군사모험주의에 매진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남간첩공작도 날로 공세화, 정교화, 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대남간첩공작의 총본산인 정찰총국이 두 손을 들어 환호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국정원 개혁이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이야 말로 청산해야 할 안보적폐가 아닌가?   

대안  

 제1대안  : 국정원의 현행 대공수사권 유지와 혁신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이관은 국가안보대응력의 무력화를 초래할 것이다. 경찰이 자체 대공수사력을 배가한다 해도,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기반으로 한 북한 김씨 정권이 건재한 이상, 남과 북이 자유민주체제로 통일되기 전까지는 대공수사권 이관은 시기상조이다.

따라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전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대공수사시스템을 전면 개편하여, 국가안보의 핵심 억지력으로 계속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행사토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공수사권이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의 걸림돌로 부각되고 대공수사권 이관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현재 대공수사국이 개점휴업(?) 상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대공수사 활동을 수행하는 대공수사관들은 ‘사기’를 먹고 사는데 현재와 같이 내부적으로 ‘버린 자식’ 취급을 받는 분위기에서는 간첩을 잡아도 눈총 받는 지경이 될 상태이다.

국정원 내 직원들 사이에 대공수사국을 ‘적폐’시 하는 정서가 만연된 상황에서 제대로 대공수사권이 발휘될지 의문이다. 입법 과정에서 대공수사권 이관이 좌절되면,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는 현 국정원 지휘부는 대공수사기능과 인력, 예산을 축소하여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무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소신을 갖고 정상적인 대공수사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제 2대안  : 국가정보 시스템의 전면 개혁

현 정부가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꼭 떼어내 타 기관에 이관시키겠다고 한다면, 차제에 제로베이스(zero-base) 상태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새롭게 국가정보기구를 재편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국가정보기구를 개혁해야 한다면, 개혁의 핵심은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질화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정보기관을 대하는 대통령이나 그 참모와 연계된 정치권력들은 말로는 정치적 중립 운운하면서도 실제로는 정보기관을 자기들의 하수인으로 여기는 만연된 행태가 지배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는 한 ‘정보의 정치화’와 ‘정보기관의 정치권력 하수인화’ 현상은 결코 타파될 수 없을 것이다. 국가정보기구는 집권자 개인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 이념에 헌신하고 충성해야 한다.

새로운 국가정보기구 재편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칭) 국가정보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동법에서는 국가정보의 용어 정의, 기능, 임무, 조직편재에서부터 안보정보와 안보수사활동의 전반적인 사항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조직편재는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정보를 조정, 통합하는 독립적인 (가칭) ‘국가정보위원회’(위원장 부총리급)를 두고 산하에 장관급을 수장으로 하는 ‘국가안보수사청’과 ‘국가안보정보원’을 두는 것이다.

둘째, 대통령은 국가정보기관장(국가정보위원장, 국가안보수사청장, 국가안보정보원장)에 대한 임명권과 정보업무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만 행사하고, 제반 정보권의 승인, 통제 활동은 국가정보위원회에서 행사하는 것이다. 특히 두 기관의 장에게 임기제(3-5년 정도)를 도입하여 정치적 중립과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셋째, 국가안보수사청은 미국의 FBI(연방수사국)와 같이, 안보수사권(우리는 대공수사), 방첩, 대테러, 사이버테러, 산업보안 관련 정보·수사 활동을 수행하게 하고, 국가안보정보원은 북한 및 해외 안보정보 및 과학정보 활동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원화(二元化)하자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현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작업을 지시하고 이를 이행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직책 및 활동상을 꼭 기록으로 남겨, 역사적으로 단죄하여 다시는 국가안보대응력을 무력화하는 이러한 작태를 하지 못하도록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북전략연구소 전문위원자유민주학회 부회장
전 경찰대학 안보정책연구관
자유민주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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