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수 테너·서울대 교수
박인수 테너·서울대 교수
  • 미래한국
  • 승인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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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부르는 이유’ 느끼는 나의 음악 행로
음악은 하는 사람 아닌 듣는 사람의 몫우리가 지금 고전음악이라고 부르는 클래식(classic)도 옛날에는 대중음악이었다. 계몽주의 철학의 영향으로 시민의 권리가 신장되면서 귀족의 전유물이던 예술분야도 일반서민에들게 보다 폭넓게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대중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없었기에 그렇게 불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마이크로폰이 발명되어 전통적 발성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오늘날의 대중음악이 한 장르로 발전하게 된 것은 불과 100년 전의 일이다. 이후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나뉘게 되면서 옛날엔 대중들도 향유할 수 있었던 음악이 완전히 대중으로부터 분리되었다. 고전음악을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은 모두 클래식은 굉장히 고상하고, 예술적이며 철학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감각적이고 빨리 다가오는 대중음악에 비해 더 깊이, 더 오래 머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클래식은 그 품격이 높아 일반 대중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한 예로 가까운 친구에게 “나, 내일 음악회 하는데 올래?” 하고 물으면 대부분 “야, 내가 뭘 알아야지” “졸면 창피하잖아” “부부동반 해서 가려면 괜찮은 옷도 한 벌 사줘야 되는데….”라고 대답한다. 이미 고전음악은 우리가 편하게 접근할 수 없는 장르로 변화된 것이다. 부르는 사람들의 권위적인 생각은 오늘날 클래식이 대중을 상실하는데 한 몫을 했다. 물론 “난 듣는 사람이 없어도 좋아. 나를 위해서만 노래할거야” 말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사실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기 원하고 팬이 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이 두 가지 음악을 구분, 무엇이 옳고 그르냐 따지고 싶지 않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그 존재이유와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음악은 하는 사람의 몫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몫이다. 듣는 사람이 감흥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나는 이런 가치관으로 전국 방방곡곡 읍 단위까지 다니면서 향수를 불렀고, 소극장독창회 운동에 참여했으며 ‘민요’만으로 독창회를 열고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서양음악과 국악의 접목’을 시도했다. 물론 내가 하고 있는 방법만이 진리는 아니다.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음악자체를 즐기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사람들은 나를 대중음악과 클래식 두 장르를 넘나드는 선구자로 부르기도 하고, 클래식의 권위를 떨어뜨린 성악가로 비판하기도 한다. 나는 어느 것에도 동의하지 않으며 또 어느 것에도 개의치 않는다. 엄밀히 말해 나는 전통주의자다. 오히려 음악의 본질이 무엇이냐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민요를 부르지만 오리지널 곡을 변형시키지는 않는다. 오로지 발성법, 창법만 달리 할뿐이다. 대중뿐 아니라 국악 전공자,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노래 부르는 이유’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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