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내 이야기에 '놀랍다'고 하더라"
"트럼프 대통령이 내 이야기에 '놀랍다'고 하더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3.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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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럼프 대통령 만나고 온 탈북민 김영순 씨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기사나 TV로 보던 것보다 인상이 훨씬 상냥하더군요. 계속 웃는 얼굴로 저희를 대해줬습니다.” 미국 정부 초청으로 방미해 지난 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온 김영순 북한민주화위원회 여성위원장의 소감이다.

함경남도에 있는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 생존자인 그는 8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각종 탈북민 단체에 이름을 올리며 북한인권 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탈북민들의 백악관 방문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측이 주선했다. 미래한국은 5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근황을 들었다. 

지난2014년3월CGN TV‘ 반갑습네다’제91편에출현해북한요덕수용소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는 김영순 할머니. / CGNTV 참조
지난2014년3월CGN TV‘ 반갑습네다’제91편에출현해북한요덕수용소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는 김영순 할머니. / CGNTV 참조

- 미국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오셨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2월 1일 총알처럼 갔다가 총알처럼 돌아왔습니다. 탈북민 8명이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는데, 탈북민들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특히 제가 1970년 김정일의 사생아를 알고 있다는 게 죄가 돼서 일곱 식구가 요덕수용소에 가서 다 죽고, 중증 장애인 하나 데리고 한국에 왔다고 얘길 하니까 ‘놀라운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40분 정도 대통령과 만난 후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곤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과 측근들에게 ‘미국이 지구촌 어디에서나 평화의 리더이기 때문에 북한의 김씨 왕조로부터 인권 유린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왔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민들의 이야기에 “엄청난 고통을 겪은 위대한 사람들”이라며 “탈북에는 굉장한 위험을 수반한다”며 격려와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탈북민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누고 따로 사진 촬영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 해도 감사한 것이죠. 북한인권 문제를 이렇게 들으려고 했던 대통령이 과거에 있었습니까? 북한인권 상황을 알고자 하는 자체가 감지덕지한 일이고, 눈물 나도록 감사했어요.

정치범수용소 내부 상황을 담은 그림 / utdusa.tistory
정치범수용소 내부 상황을 담은 그림 / utdusa.tistory

-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죠.

제가 탈북자 사회에서 맡고 있는 게 많습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여성위원장, 정치범생존자 모임 대표, 탈북자 예술인총연합회 이사 겸 무용분과 위원장, NK워치 북한전략센터 이사, 최승희 무용교육원 원장, 춤발전협회 회장을 하고 있지요. 37년생 이제 만으로 81세이고 점차적으로 지는 사람입니다.

- 목소리가 정정하신데요.

북한 요덕수용소를 다녀오고 대한민국에 와서도 가진 건 없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탈북자들도 이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인간의 최고 가치인 자유가 좋잖아요. 문 두드리는 사람이 없지요.

북한은 여기로 말하면 통장이 24시간 문 두드리잖아요. 인민 반장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문을 두드리거든요. 병원 나오라, 학습 나오라, 회의에 나오라, 강연회 나오라, 숙박검열 하자 이렇게 소리를 지르지요. 전 세계 중에 그런 나라는 없잖아요. 저는 탈북자들이 정의와 진리의 잣대로 분별력 있는 인권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의 두 번째 아내 성혜림과 여고 시절부터 단짝이었다는 김 씨는 성혜림에게서 ‘나 5호 댁(김정일 저택 의미) 간다’는 말을 들은 것이 인생을 바꿔놨다고 한다. 그 얘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는데 영문도 모른 채 부모와 자녀를 포함한 일곱 식구가 함께 수감됐다. 요덕수용소에서 그는 9년의 세월을 보냈고 부모와 아들 둘을 그곳에서 잃었다.

- 탈북민 사회도 갈등이 있죠?

탈북자 일부 인사들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새누리당은 자기들을 안 봐주고 지금 정부는 봐주고 이런 말을 하는데, 전 그런 말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는 시작도 탈북자고 끝도 탈북자이지요.

남한 사회에서 열심히 돈 벌고 또 좋은 일에도 쓰고 하면 얼마나 발걸음이 가볍겠어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얻어먹다가 이질 민족이 되고, 국제 고아가 돼 세상을 방황하다 이 땅에 왔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도 하고 자기를 구축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뭘 해주기를 바라고 살면 일이 되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탈북자 흉을 보자는 게 아니에요. 저는 가진 것은 없지만 어려운 탈북자를 보면 돕습니다. 탈북자들 스스로 우리는 누구인가를 알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정부 차원에서 탈북민 사회에 대한 지원은 되고 있나요?

지원이 안 되죠. 정부가 지금 북한과 대화하고 남북협상하자는 데 탈북자들이 북한을 욕하는 게 달통(설득)이 되겠습니까.

- 탈북하고 15년째 한국생활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제는 완전히 적응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대통령의 한강의 기적, 미국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을 역사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내 스스로 배우고 터득해서 살기 때문에 한국화 되었지요.

하지만 저희 집안이 원래 경북 안동 김 씨 후손으로 남한 출신입니다. 오빠가 서울을 점령한 사단의 장군이었어요. 1950년 8월 12일 전사했는데, 내가 공로자로 발탁돼서 김일성 선물도 받던 집이었지요.

그런데 김정일이 정치계에 등장하면서 남한 출신들을 거의 제거했습니다. 성혜림도 그래서 (정실)부인이 안 된 거예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김정일과 성혜림의 장남이다)

- 평창올림픽 때 온 현송월의 모란봉 악단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김 씨는 평양예술대 무용학부 1기생으로 인민군협주단 소속 무용배우로 13년간 활동했다.

조선인민군협주단 무용배우는 현송월이 하는 모란봉 악단보다 더 가치 있는 단체이지요. 조선인민군협주단은 당대의 공연과 각 나라 수반이 왔을 때 김일성이 베푸는 연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악단 사람들은 김씨 왕조에 대한 건 잘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김씨 왕조에 대해 발언해 정치범수용소 갈 일 있어요? 그런 차원에서 언론이 북한을 터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달 5일 만경봉 92호를 타고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입항한 북한예술단원들이 공연 준비를 할 때 이외에 배 안에서만 지냈던 사실을 김 씨가 설명한 것이다. 남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고 돌아간 단원들이 말 한 마디라도 잘못했다간 자신처럼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인터뷰 말미에 “언론이 북한을 터득해줬으면 좋겠다”는 김 씨의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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