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北, 잃을게 없는 美
다급해진 北, 잃을게 없는 美
  • 송대성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세종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3.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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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지금 한반도는 파고 높은 엄청난 격랑을 맞고 있다. 격랑의 파고는 그 뿌리가 해저 깊은 곳에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핵을 포기할 수 없고, 북한 핵은 서울 및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불량국가 북한이 남한 및 초강대국 미국을 협박함이 그 깊은 뿌리 중 하나다.

“미국은 미국을 해치려는 재앙(Tragedy)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나라가 아니다. 북한 핵 제거를 위한 온갖 옵션(Options)이 준비되어 있다. 북한은 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죽을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살 것인가? 골라서 선택하라”면서 북한 경제역량 고갈작전과 비수(匕首)를 서서히 북한 목 앞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미국의 강박행위들이 또 다른 하나의 뿌리다.

지금 그 뿌리들은 그대로 살아 있다. 잘못하다가는 남북한이란 조각배들이 동시에 격랑에 휩쓸려 침몰할 수 있겠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으로 문재인 정부가 취한 조취가 지난 3월 5∼6일 대북 특별사절단 평양방문이었다.

특사단 일행과 김정은 팀은 1박 2일을 보내면서 ‘화기애애’ + ‘파안대소’하는 사진들과 함께 한국 정부와 트럼프 미 행정부에 보내는 두 개의 보따리를 가져왔다.

한국 정부에 보낸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핵심 내용은 ▲4월말 남북정상회담 개최(그 이전에 핫라인을 통해 통화) ▲비핵화 문제와 미북관계 정상화 연계해서 처리 ▲남한에 무력 불사용 ▲한미 군사훈련 예년 수준으로 실시(정세 안정되면 조절 기대) 등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보따리 핵심 내용은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었고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 약속 ▲한미 양국 정례적인 군사훈련도 지속해야 함 등이었다.

그리고 미국에 가져간 보따리 내용을 보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안에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근래에 처음 보는 큰 파고들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파고의 뿌리들이 가시화되면서 서로 크게 부딪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두 파도가 부딪쳐서 성난 기운들이 사라지고 고요한 평화가 올 것인지, 아니면 더 무서운 파고가 되어 해일(海溢)이 될 것인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 미래한국 고재영
@ 미래한국 고재영

그러나 북한 정권이 종전과 같은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질적인 큰 변화를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큰 해일이 될 것이다. 두 보따리 속에 담긴 내용이 어떤 함의(含意)가 있는지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4월 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한 마디로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남북공동작품을 통해 일석5조(一石五鳥)를 노리고 있다.

첫 번째 노리고 있는 새는 북한 목 앞에 화급하게 접근해오는 미국의 비수 차단이다.

일단 한국의 평양방문 특사들이 미국을 방문해 극히 기분파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잘 설득해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도록 만들기만 하면 당분간 목 앞의 칼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성공했다. 두 번째 새는 일단 정상회담을 해서 남북한 교류.협력 증대에 합의만 이룩하면 물 빠지는 어항 속에 들어 있는 고기 신세가 된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많은 물 공급을 받게 되고 지구촌적인 대북경제제재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 번째 새는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 반드시 따라오는 북한 정상 면담료(面談料)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네 번째는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를 4월 말로 잡은 것은 한미훈련이 끝나는 시점이라는 계산도 있지만 6월 지방선거에 어떤 종류이든 영향을 주는 북풍(北風)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 새는 남북이 합작해 계속 꽃을 흔들면 미국이 독침을 찌를 기회를 상실케 되고 북한은 이런 시간끌기를 통해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완성시킨다는 계산으로 파안대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핵화 문제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천하 사술(詐術)적이고 사람들을 미혹(迷惑)시키는 것이다. 우리와 미국은 핵을 가지려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야기하는데, 북한과 중국은 늘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비치할 수 없다”는 의미로 사술을 부리고 있음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로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 맞다. 북한의 핵개발이 김정은 선대의 유훈사업임을 그 동안 북한이 수없이 천명했음은 물론 실제로 김일성에서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핵개발 역사가 담고 있다.

김일성은 6·25전쟁에서 참상을 당한 후 바로 과학자 30여 명을 구소련에 파견해 핵무기 개발 기술을 습득하며 지상지고의 숙원사업으로서 핵무기 개발에 착수해 그 개발 사업을 대를 이어 전수해오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생결단 핵개발을 해 온 북한이 목 앞에 다가오는 비수(匕首)를 보고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사업’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변술(辯術)은 히틀러보다 더 고수인 것 같다.

‘북한 체제를 보장할 시에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는 한 수 더한 사술적인 의미이다. 북한은 미국의 북한 체제 전복과 상관없이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목표로 지금까지 핵을 개발해 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상투적으로 미국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기 때문에 북한 자위책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궤변을 한다. 미국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로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 체제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며 오늘 저녁에라도 핵을 보유하겠다고 표변하면서 뒤엎을 수 있는 실체가 북한이다. 북한 체제를 보장할 시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북한을 향해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강박행위들을 이완시키기 위한 사술이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관계정상화를 연계시키는 것은 위장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간끌기를 통해 미국의 제재를 이완시키고 전쟁을 회피키 위한 사술이다. ‘대화하는 동안에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역으로 ‘대화를 안 하면 얼마든지 다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대화 도중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대화를 중단함에 능수능란한 집단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회초리를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미국의 전제조건에 대해 “그런 전제조건은 바닷물이 마르기 전에는 이행할 수 없다”는 주장을 고려할 시 미국이 북한 체제를 보장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사술적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남한에 무력 불사용 

“남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북한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면담결과 공동브리핑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면담결과 공동브리핑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

남한의 대북특사들과 김정은을 비롯해 김정은, 리설주, 김영철 등이 파안대소하면서 만찬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이들이 과연 고모부 장성택을 그렇게 비참하게 학살했고, 이복형 김정남을 그렇게 잔인하게 독살했고, 46명의 꽃 같은 우리의 천안함 해군용사들을 그렇게 비참하게 수장시킨 인물들인가 하는 잔혹한 영상을 까맣게 지울 수 있는 기막힌 연출 장면이다.

북한이란 실체는 한 손에 꽃을 흔들고 다른 손에는 항상 독침을 감추고 있는 실체다. 상황이 불리하면 온갖 애교를 부리면서 꽃을 흔든다.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돌연 악귀로 변해 사정없이 독침을 찌르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불리한 상황 속에서 화려하게 꽃을 흔들고 있다. 그 흔드는 꽃에 도취되어 함께 춤추는 자들의 운명은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이 남한에게 향후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은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코웃음 칠 내용이다.  

 한미군사훈련 

“금년은 예정대로 한미군사훈련을 하고 정세가 안정되면 조절 기대”한다는 내용은 북한과 사실상 합의할 내용이 아니다. 자국의 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적대국과 상의하는 나라는 없다. 한미 군사훈련은 북한의 결재 받고 하는 군사훈련이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은 북한이 싫어한다고 안 하고, 좋아한다고 하고 하는 훈련이 아니다. 이 주제를 대북특사단이 적장과 논의했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 정세가 안정되면 조절을 기대한다는 내용은 내년이 되면 폐지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월 중 미북 정상회담 

정위용 대북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한 후 발표한 내용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안에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라는 것이다.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는 평창올림픽 기간을 통해 남북한이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무슨 잔머리를 굴려도 미국은 그 잔머리보다는 한 수 위의 잔머리를 굴릴 줄 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 남북한이 함께 만들고 있는 작품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남한의 대북특사 평양 방문과 워싱턴 방문의 의미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과거와 같은 실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도 입으로는 합창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급박하게 조여들고 있는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와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로 생각하고 이용한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미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시간끌기를 시도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핵무기를 완성하고, 남북한 교류·협력이라는 명분하에 ‘한반도 밖에서 잃는 것을 한반도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고,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제재망을 갈가리 찢어놓을 가능성이 있다. 

= 송대성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세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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