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30 졸부나라가 만든 졸부세대
대한민국 2030 졸부나라가 만든 졸부세대
  • 박 결 라운지리버티 대표
  • 승인 2018.03.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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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뤄 낸 대한민국은 안타깝게도 지금 비틀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세계 10위권의 부국이 된 데 반해 사회적 질서, 대중의 의식수준 그리고 문화적인 성숙도가 턱 없이 낮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러한 혼돈의 상태를 걱정하며 한국인의 DNA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다소 황당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의 문화적 성숙도가 경제력에 비해 고작 이 정도 수준 밖에는 되지 못하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대한민국 문화성장의 속도가 경제성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생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풋과 아웃풋의 개념이 비교적 명확한 경제의 성장원리에 비해 문화의 성장은 그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인풋에 대비한 아웃풋을 명확히 산출해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성장이 전체 산업의 파이를 키운다는 ‘트리클 다운’ 즉, ‘위에서 아래로’의 성장모델이 문화산업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문화는 철저히 대중들에 의해 향유되고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아래로부터 위로’의 발전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문화의 성장속도는, 대중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제의 성장속도다 느릴 수 밖에 없다.

미국, 일본 그리고 영국 등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들의 시민의식과 문화가 우리에 비해 훨씬 잘 성장되어 있는 이유는, 그들이 수백 년에 걸쳐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시행착오들을 거치며 경제성장과 문화성장의 속도가 잘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런 과정들을 통해 잘 숙성된 문화의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너무 빨리 성장한 탓에 그런 조화가 이뤄질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2030세대는 앞서 언급한 이유에서, 경제적으로는 부강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빈국인 나라에서 태어났다. 장년, 노년층이 잘 상상하지 못하는 점이, 2030세대는 태어났을 때 자국이 이미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너무나도 부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아무렇지 않게 백만 원대의 스마트폰을 쓰고, 한 가구당 자가용을 한 두 대는 기본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데이터 통신, 금융, 대중교통, 복지, 서비스 등의 사회적 인프라가 너무나도 잘 갖춰져 있어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의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이 바로 지금의 2030세대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도시빈민이라 불리는 취약계층도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2030은 평생 동안 밥을 굶어 본 적도, 빼앗긴 자유를 위해 누군가에게 거세게 저항해 본 적도,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얻고자 노력해 본 적도 없다.

그들이 왜 굶주림을 모르는지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배고파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돈은 모으기보다 써야 한다고?

풍요로운 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2030들은 국가의 부의 원천이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았으며,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적 인프라가 그들 부모, 조부모 세대의 피와 땀과 희생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도,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물론 이것은 2030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자란 40대와, 소위 586이라 불리는 중년 세대들의 일부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돈이란, 굳이 힘들게 모으지 않고 다 써버려도 언제든지 다시 얻을 수 있는 아주 가벼운 존재로 인식 되었다. ‘YOLO’와 같은 문화코드가 유행을 하게 된 이유도, 2030 세대가 돈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돈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는 것이라는 그들의 바보 같은 생각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희대의 사기 경제정책을 내세운 정부와 대통령을 만들어 냈다. 이것은 훗날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국부가 어디서 생산이 되는지, 경제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왜 노력과 인내의 가치가 그토록 소중한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삶이란 그저 즐기며 누리는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로 공짜의 늪에 빠져버린 2030세대는 이미 충분히 부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이전보다 점점 더 많은 복지를 원하게 되었고, 점점 더 많은 배려를 요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존감만 높아져버려서 이제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안하무인격이 되어 버렸다. 어딘가에, 누군가에 기대지 않으면 스스로 일어설 수조차 없는 유아기 상태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2030세대는 경제적으로는 부강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빈국인 나라에서 태어났다. / medium.com
대한민국의 2030세대는 경제적으로는 부강하지만 문화적으로는 빈국인 나라에서 태어났다. / medium.com

그런 태도 때문에 온 국민이 소비에만 열을 올리고 창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비생산적인 나라가 되었다. 나는 이런 대한민국을 ‘부국’이 아닌 ‘졸부국’이라 부른다. 지적 생산능력과 사상적 성찰에 근거한 문화적 성숙도가 없이 금고에 금괴만 많아지면, 인간은 반드시 태도가 건방져지고 목소리가 커지며 남을 하대하고 노력의 가치를 무시하게 된다.

그런 자들을 사람들은 흔히 ‘졸부’라고 부르는데,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한민국에게 ‘졸부국’이라는 별명은 시대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2030은 잃어본 적이 없는 졸부 세대

이런 세대에게서 문화적 성숙도를 기대한다니 그 자체가 이미 어불성설이다. 잃어본 적이 없는 자들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을 리가 없다.

부서져 본 적이 없는 유리와 같은 세대에게 내적인 탄탄함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말이다. 스스로 성취하려 하지 않고, 부모에게 기대고, 사회를 탓하고,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더 쥐어주지 않는 나라를 탓하고, 정치인들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내맡기면서 모든 것을 공짜로 얻어 가려 하고 있다. 무임승차를 인생의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철학적 성찰 따위는 그들에게 사치다. 이미 가진 것이 그렇게나 많으면서도, 오히려 불평과 불만만이 가득한 헬조선.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 헬조선은 사회도, 나라도 그리고 어른들도 아닌, 바로 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책임 없는 자유, 소득 없는 소비, 배려 없는 질서 등 모든 것이 엉망이니 헬조선이라는 악명을 얻는 것도 당연하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성숙도가 더 이상 선진국의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비틀대기 시작할 것이며, 그 후로 경제력 역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기울기 시작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그리스와 베네수엘라 등의 나라들이 그러한 쇠퇴의 과정을 이미 잘 보여줬다. 이러한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우리는 조금 다를 것이라 맹신하며, ‘이 나라가 이제껏 운이 좋게 잘 성장해왔으니 그런 과정들도 당연히 잘 비켜가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 탓, 나라 탓 혹은 민족의 DNA 탓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화적으로, 지적으로, 사상적으로, 철학적으로 성숙해지고자 이를 악무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2030세대가 언제까지 지금 누리고 있는 달콤함을 맛볼 수 있을지는 그 시기를 정확히 내다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이 작은 일에도 투정만 부리고 어리광을 피우며 온통 세상 탓만 하는 이들에게 그리 대단한 미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세상에 절대로 공짜는 없다”는 간단한 진리조차도 그들이 깨닫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앞날은 점점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본인들의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 않듯이, 자국의 경제력과 문화적 성숙도 또한 다른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필히 알아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을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 시킬 수 있는 것은 정치인도 어른들도 아닌, 2030세대, 바로 그들 자신이라는 점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지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바보가 자신이 바보인 것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이 바보 탈출의 순간이요, 발전의 시작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무엇인가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그런 역사적 순간이 2030세대에게 찾아오지 않는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달콤함을 처절하게 잃어버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잃어본 적이 없는 세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어갈 때의 정신적 충격과 신체적인 고통은 굳이 이 글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박 결 라운지리버티 대표 모하창작스튜디오 문화기획자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산업 석사
박 결 라운지리버티 대표
모하창작스튜디오 문화기획자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산업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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