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정부에 할 말은 해야
경총, 정부에 할 말은 해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3.2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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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지난 3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신임 회장으로 CJ 손경식 명예회장이 취임했다. 신임 손 회장은‘반성한다’는 말로 자신의 임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의아
하다. 뭘 반성한다는 것일까.

경총은 전경련과 함께 기업 경영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익집단이다. 물론, 이익집단 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근로자들의 이익집단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고, 민주노총이 이 가운데 가장 크고 유력한 노동계 이익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총은 당연하게도 노동자들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노총과 예리한 대립관계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가운데 서로 상생을 위한 타협이 등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미덕이며,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이러한 제도를‘코포라티즘’이라는 국정원리로 수용하기도 한다. 우리의 노사정협의 체제와 같은 것이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노사정 체제를 존중할 마음이 있다면 정부는 경총을 노총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고, 심지어 노-사관계의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이 두 단체를 화합으로 이끄는 중개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및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입장하며 손경식 경총 회장(오른쪽),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 및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입장하며 손경식 경총 회장(오른쪽),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

하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가 경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마치 점령군이 적을 대하는 태도마저 연상하게 한다. 지난해 5월 경총의 김영배 부회장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직후“경총도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문대통령의 이 발언 이후 경총의 공식 발언에서 반성이란 단어가 처음 나왔다. 경총 김영배 부회장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비판은 정당한 것이었다.

이 비판은 김영배 부회장이 처음 혼자 주장한 것도 아니며, 이미 재계와 야당, 그리고 학계에서도 끊임없이 지적된 문제였다. 한국의 고용시장 경직성에 대한 문제는 이미 OECD에서도 심각한 정도로 지적된 것이었고, 국가 경쟁력의 후진성 평가에서도 한국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최하위평가를 받고 있었다.

선진국들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려서 고용을 창출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을 완화하는 반면, 한국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해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케 하고, 정규직의 해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그 요건을 강화시켜 놓았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규 고용시장에 들어와야 할 청년들의 실업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은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을 가속함으로써 실물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만들고 있다.

당연히 경영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총의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김영배 부회장이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것이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의 힘으로 이를 찍어 누른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김영배 부회장이 정치적 압력으로 퇴출되면서 그 자리에 여권 성향에 맞는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앉히려는 과정에서 경총 내부에서 내정된 신임 회장이 하룻만에 없던 것으로 하는 촌극과 불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해석이나왔다.

이 과정에서 여권 H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손 회장은 또“경총이 변화와 발전을 미루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경총의 손회장이 반성해야 할 것은 경총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점이었어야 했다. 기업은 시민들의 자산이고 경영자는 그러한 시민의 자산을 책임지고 운용하는 이들이다.대통령이 아니라 단군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그러한 시민들의 독립적인 사유재산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권리가 없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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