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의 독일 통일 이야기 - Stasi (동독 비밀경찰) 의 서독정치 개입공작
권영세의 독일 통일 이야기 - Stasi (동독 비밀경찰) 의 서독정치 개입공작
  • 미래한국
  • 승인 2018.03.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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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초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가 소련, 폴란드와의 조약, 소위 '동방조약'을 체결하고 국회비준을 추진할 무렵 서독의 연방하원은 여당인 사민당-자유당 연정 250석, 야당인 기민/기사당은 246석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유당 내 우파인사인 게르하르트 킨바움, 크누트 폰 퀼만 두 의원이 야당쪽으로 돌아섰고, 사민당의 귄터 뮐러 의원도 당의 지나친 좌편향 정책에 반대하여 역시 야당으로 넘어오면서 의석구성이 역전되어 여소야대가 됩니다.  

이에 자신감을 가진 기민/기사당 대표 라이너 바르첼은 브란트 총리에 대한 불신임청구안을 제출합니다. 과거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에는 수많은 총리불신임청구가 있었고 여러차례 통과되었지만 서독정부 수립이후에는 처음으로 청구되는 불신임안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아 통과가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였기에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 대표이자 부총리인 발터 쉘은 탈당자들을 맹렬히 비난하는 고별연설도 하였답니다. 
 

전 국회의원, 전 주중대사 권영세
전 국회의원, 전 주중대사 권영세

그러나 운명의 1972. 4.27,  당시 대통령인 폰 하셀이 직접 발표한 개표결과는 과반수에 두명 부족한 247명만의 찬성으로 결국 불신임청구는 부결되고 맙니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2000년 11월, 동서독 통일이 되면서 이제 접근이 가능하게 된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Stasi) 문서 등을 바탕으로 구 동독의 대서독 간첩활동을 조사하던 독일검찰은 1972년 4월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서독 기민당 의원 레오 바그너가 Stasi의 비밀협조자가 되어 5만 마르크(약 2만불)를 받고 불신임안에 반대한 놀라운 사실을 밝혀냅니다. 

또 같은 기민당 의원인 율리우스 슈타이너 역시 Stasi로부터  5만마르크를 받고 반대로 돌아선 사실도 함께 밝혀집니다. (슈타이너의 경우, 어쩌면 더욱  놀랍게도, 같은 시기 같은 이유로 사민당으로부터 5만마르크를 받은 사실도 밝혀집니다) 

먼 훗날 우리도 통일이 되어 북의 문서가 공개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분명한 것은, '역색깔론'이 기승인 요즘이라해도  분단국가에 살고있는 우리로서는 저들에 대해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일화이기에 소개해 봅니다. 

전 국회의원, 전 주중대사 권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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