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위장한 사기극
‘평화’로 위장한 사기극
  •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 승인 2018.03.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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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

‘거짓 평화’의 향연이 또 다시 시작되었다.

보수정부 때도 중심을 잃고 끌려다니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좌파정부가 들어서면 유독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란 거짓 쇼는 더 화려했다. 남북간에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이 발표된 것은 1991년이었다.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에 서명한 후 지난 27년간은 북한의 핵무력 강화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바쳐진 헌정과 상납의 역사였다.

비핵화선언 이후에도 북핵 폐기를 전제로 갈루치와 강성주가 서명했던 미북 기본합의서(1994)도 물론이지만, 그 후 중국이 의장국이 된 6자회담에서 몇 년에 거친 협상 끝에 만들어진 9·19합의(2005), 2·13합의(2007)와 2·29합의(2012)도 늘 휴지조각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휴지조각이 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군 철수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다시피 했다. 주한미군이 보유하던 전술핵도 철수시켰고(1991), 팀 스프리트도 두 번(1991, 1994)을 중단시켰다가 결국 폐지했다.

북한 신포지역에 대규모 경수원자로를 짓기도 했고 개성공단과 전기 공급을 포함한 대대적 경제 지원을 직간접적으로 전개시키기도 했었다.

전방 배치 2사단 등 주한미군 규모의 지속적 축소와 수도권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도 실현해냈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늘 대한민국의 무장해제였을 뿐이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비웃으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도발과 함께 시간을 벌어가며 단 한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춰본 적이 없다.

북한의 목표는 오로지 미군 철수 모든 남북 대화와 각종 합의를 만드는 과정은 곧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이었다. 북한은 플로토늄에 의한 핵무기와 우라늄에 의한 핵무기로 방법을 다양화시켰고 노동미사일에서 대포동, 은하, 화성-15호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속적으로 실험해가며 핵전력을 완성시키고 실전 배치 단계에 왔다.

2016-17년에 걸쳐 북한은 5차 및 6차 핵무기 실험을 연속했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실험을 반복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핵보유국(2012)을 선언하고 북한 헌법에도 명기했다.

북한의 반미선전포스터
북한의 반미선전포스터

김정은은 신년사 등 각종 계기 때마다 ‘핵무력 국가의 역사적 대업’이 완성되었다고 선언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5호 등 미국과 유엔의 각종 경제적 제재를 비웃어왔다.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해체가 아니라면 핵무기를 협상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가 확인된 지난 27년간의 협상 실패를 겪고도 중국과 북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와 그 정부는 구제불능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김정은의 말을 메모해온  ‘비핵화 의지 표명’을 갖고 평화로 가는 전환점이 만들어졌고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순진한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적인 것도 아니다.

북한 전체주의에 놀아나는 명백한 이적(利敵)질이다. 그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북한 핵폐기를 향해 노력해온 국민적 단합과 전 세계의 노력을 해체시키고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위이자 북한이 핵무력을 증강하고 미사일에 장착시켜 실전 배치하도록 지원해주는 행위이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을 강조하며 믿고 싶겠지만 북한은 물론 중국이 강조하는 것은 비핵화의 전제조건과 비핵화 과정이다.

중국과 북한이 추진하는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 of Korea Peninsula)란 한국을 포함해 한반도 전체에 핵을 보유한 국가의 군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란 곧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동북아시아에 미군의 주둔과 한미동맹을 해체시키는 것이 곧 그들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다.

그렇기에 시진핑과 김정은은 미국이 당사자로 있는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종전(終戰)선언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은 이제 중단되어야 하며, 나아가 ‘미북 평화협정’을 통해 미북간의 관계 개선과 주한미군의 철수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정은과 북한은 아직까지 한 번도 공개적으로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오직 정의용과 서훈을 통한 간접 화법을 빌려 ‘의지를 갖고 있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敵對)시 정책의 폐기와 미북 관계 개선에 의한 항구적 평화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만 반복해 밝히고 있다.

물론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폐기와 항구적 평화체제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이며 한미동맹의 폐기를 말한다. 그 어디에도 중국과 북한이 북핵 폐기를 향해 단 한 발짝이라도 진전시켰다는 것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거짓 평화 전술’을 받아들고 평화와 비핵화가 시작되었다고 선전하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형국에 있다. 북한의 전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는 바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이다.

남북간에 진행되는 비핵화 협상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환영과 비핵화 협상에 전폭적인 지지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포함한 모든 한반도 문제의 조속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국이 말하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란 바로 한미 군사훈련과 주한미군을 의미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 핵과 관련해 중국이 2단계의 핵무기 전략을 제시한 이래 아직 그 전략을 바꿨다는 조짐은 없다.

중국의 전략적 수순이란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이다. 먼저 쌍중단 단계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대신 한국과 미국은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상태에서 쌍방이 ‘평화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두 번째의 쌍궤병행 단계란 북한이 개발배치한 핵과 탄도미사일 폐기와 한반도 주둔 주한미군 철수를 동시 병행시키며 미북간에 국교 정상화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핵폐기 보장 안해

북한을 앞세운 중국 시진핑의 모든 초점은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 그래야만 중국의 패권은 동북아지역에서 한반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확장될 수 있고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중국 헤게모니를 관철시켜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이 꿈꾸는 미국과의 양자적 ‘신형 대국(大國) 관계’이다. 따라서 중국이 지향하는 그랜드 전략에 북한의 쓰임새가 유지되는 한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필수적 에너지를 공급해가며 김정은 정권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줄 것이다.

그런 중국의 기본전략이 확고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사드 배치를 용인하는 것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에 혼자서 밥 먹게 만드는 굴욕을 줬고 수행 온 기자들까지 폭행해가며 문전박대(門前薄待)가 무엇인지를 과시했던 바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진핑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고 북한의 전술과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자, 이번에는 진행 상황을 설명하러온 정의용 실장을 환대하고 시진핑이 직접 만나 격려한 바 있다.

중국과 북한이 지향하는 공동 전략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쌍궤-병행 전략에 따라 중국은 중국이 무대의 중심에 서는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중국의 손아귀에 있는 북한이 6자회담을 벗어나 미북 회담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중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방어무기인 사드 배치를 갖고도 각종 제재를 포함하여 난리를 쳐왔던 중국이 그들이 의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 핵무기가 폐기된다면 결코 환영과 지지를 할 리가 없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달리 말하면 현재 진행되는 과정은 북한 핵무기를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와 연계시켜온 중국-러시아-북한의 의도와 전략적 목표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종전선언 및 미북 수교를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을 포괄적으로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것이 문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소위 베를린 구상으로 밝혔던 것이기도 하고 중국-러시아-북한이 원하는 것으로 북한 핵폐기와 한국내 주한미군의 철수를 연계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이 지켜온 안보 질서가 해체되면 그 공백을 채우고 들어오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바로 중국과 북한의 주도하는 공산전체주의적 질서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길을 열고 있다.

중국이 북한 김정은 전체주의를 앞세워 추진하는 한반도 및 태평양을 향한 패권 확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6·25전쟁까지 치르며 지켜낸 자유민주와 번영 체제의 성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향후 전망을 보더라도 중국이 북한을 내세워 추진하는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하는 전략이 먹혀드는 한 김정은이 문재인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미 핵무기를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freeze for freeze)을 받아들이고 좌파정부이기에 전형적인 통일전선과 좌우합작 전략의 측면에서 활용할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거짓평화 놀음’에 장단 맞추며 한국 사회의 국론을 분열시키며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을 무력화하는 데 역할을 해준다면 그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북한의 평화공세 효과는 충분하고 미국 주도의 북한 핵폐기 전선을 균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구도에서 미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두 달 간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한 ‘비핵화 의지’라는 수표(手標)가 아니라, 북핵 폐기의 구체적 실천이라는 현찰(現札)을 보여 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제를 단 의지 표명과 약속은 지금까지 모두 실패로 귀결되어왔기 때문에 또 다시 비핵화 합의문에 사인(sign) 한번 더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확고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 미래한국 고재영
@ 미래한국 고재영

그랬기에 정의용과 서훈을 통해 전달된 그대로 북한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폐기 일정과 방법 및 검증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검증 절차에 들어갈 것이고 북한과 중국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열린다 해도 그것은 이견만 확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물론 트럼프조차 과거 부시 정부와 클린턴 및 오바마 정부에서처럼 핵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진의로 믿고 핵문제 해결이 시작된 것은 트럼프 정부의 업적이라 여기며 오는 11월 상하원선거의 홍보대상으로 삼으며 넘어갈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넘어가기에 트럼프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쏟아냈다. 또 북한을 지탱해온 중국과 시진핑 체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도 전임 정부와는 분명한 다르다. 수십 년에 걸친 핵합의와 ‘전략적 인내’는 모두 실패의 연속이라는 평가를 수도 없이 반복해 밝혔었다. 무엇보다 전체주의 북한과 대화론에 빠져 있는 국무부를 불신하고 틸러슨 국무장관까지 교체한 것도 진일보한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했다는 약속은 김정은의 책임이자 문재인 정부의 책임임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핵폐기 의사를 미국 정부의 언어로 밝히는 대신, 정의용 실장이 스스로 직접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이번에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거짓 평화’에 놀아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문제의 해결은 다음 몇 가지의 확고한 원칙 위에 서야 한다.

첫째는 북한과 중국의 핵전략은 그것이 평화협정이든, 종전선언의 형태를 띠든 그것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에 있기에 결코 경제 지원과 핵포기에 대한 대가 지불 방식으론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둘째, 북한 핵문제는 결코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중국 문제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가혹한 제재는 물론 중국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가중시키는 방법에 의해 결국 중국이 견디지 못하고 손을 들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때의 형식은 중국이 의장인 6자회담을 통한 방식이 될 것이다.

셋째, 군사적 해결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대한의 경제 외교적 압박과 해상봉쇄 및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압박과 제재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군사공격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며 군사공격 이후 체제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에 의한 군사공격 만능주의에 경도되는 것도 매우 위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면한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미국 및 국제사회에 연대하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바꿔낼 신념과 실천력을 갖추는 데 있다. 최후의 순간에 한국 사회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이냐, 아니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며 중국 패권과 북한의 영향력 아래 복속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끌려갈 가능성도 높다.

그 때를 대비해 대한민국은 단호한 의지와 국민적 단합을 통해 자유민주체제와 번영된 시장경제를 지키며 김정은의 봉건세습적 전체주의와 시진핑과 푸틴의 장기 독재 체제에 맞서며 공산전체주의에 문명을 확산시킬 주도적 역량을 갖추고 실천해내야 한다.

그것은 전체주의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운명에 대한 가혹한 시험이면서도, 동북아 문명체계를 바꿔내며 또 다른 비약을 만들 민족적 능력을 갖췄느냐를 시험받는 계기이기도 하다.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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