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동조합 중앙위원 “노래방 KBS 사장 후보자 자진 사퇴해야”
KBS노동조합 중앙위원 “노래방 KBS 사장 후보자 자진 사퇴해야”
  • 김신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0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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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지켜본 KBS구성원들 참담하고 수치스러워…언론노조도 양승동 후보자 이중적 행태 두둔 말기를”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의 이른바 ‘세월호 노래방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KBS노동조합 중앙위원은 2일 성명을 내어 양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KBS노동조합 중앙위원은 언론노조가 아닌 교섭대표노조(1노조)의 각 부서 단위로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13시간 동안 진행된 양승동 후보자 국회 인사 청문회를 보고 기억나는 것은 딱 세 가지”라며 “포털 메인을 장식한 '양승동 노래방'과 '거짓말', 그리고 무능과 무소신의 '함량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양 후보자는 자신의 위선이 탄로 날까 두려워 감추기에 급급했다. 천안함 추적 60분 등 다른 질문에도 우왕좌왕하며 쩔쩔매기 일쑤였다”며 “KBS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문회를 지켜본 KBS 구성원들은 참담했고 수치스러웠다”며 “이것이 지금 KBS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의 모습이고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언론노조에도 촉구한다”며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언론노조가 어떤 입장을 취해왔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언론노조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양 후보자의 이중적 행태만큼은 두둔하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어 “양승동 노래방 사태에 대한 언론노조의 입장은 지난 9년간 언론노조가 외쳐온 구호들의 진정성을 가늠하게 해줄 시금석이 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면서 양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해온 청문회 준비단을 향해서도 “전혀 준비가 안 된 청문회였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우리는 KBS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특정세력에 좌지우지되지 않길 바란다”며 “하지만 양 후보자와 양 후보자 주변 사람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와 청문회 대응을 보면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과 같이 특정세력에 둘러싸인 채 준비 안 된 상태로 사장이 된다면 양 후보자에게 KBS 사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은 결국 '영광'이 아닌 '멍에'로 남게 될 것이며 KBS 역사에도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 이하 성명서 전문 -

[KBS노동조합 중앙위원 성명]

노래방 KBS사장 후보자 자진 사퇴하라. 창피한 줄 알라.

13시간 동안 진행된 양승동 후보자 국회 인사 청문회를 보고 기억나는 것은 딱 세 가지다.

포털 메인을 장식한 '양승동 노래방'과 '거짓말', 그리고 무능과 무소신의 '함량 미달'이다.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양 후보자는 자신의 위선이 탄로날까 두려워 감추기에 급급했다. 천안함 추적 60분 등 다른 질문에도 우왕좌왕하며 쩔쩔매기 일쑤였다. KBS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문회를 지켜본 KBS 구성원들은 참담했고 수치스러웠다. 이것이 지금 KBS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온 사람의 모습이고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양승동 후보자에게 묻겠다.

자신이 대한민국 유일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이 될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KBS는 결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양 후보자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피했다. 구차하기 그지없다.

방송법개정안은 KBS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자고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이다. 그런데 아무런 입장이 없는가?

정권을 잡은 뒤 입장을 뒤집은 대통령과 여당의 눈치를 본 것인가? 아니면 언론노조가 두려운 것인가?

양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실망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푸념을 정치 공세로 폄하해선 안 된다.

언론노조에도 촉구한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언론노조가 어떤 입장을 취해왔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언론노조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양 후보자의 이중적 행태만큼은 두둔하지 않길 바란다. 양승동 노래방 사태에 대한 언론노조의 입장은 지난 9년간 언론노조가 외쳐온 구호들의 진정성을 가늠하게 해줄 시금석이 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청문회 준비단에 묻는다.

지금까지 대체 뭘 준비한 것인가? 뻔히 예상됐던 질문에도 양 후보자는 눌변과 되물음으로 일관했다. 한 마디로 전혀 준비가 안 된 청문회였다.

청문회 준비 대신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결과로 나타난 청문회는 처참했다. 대신 청문회 준비 기간 사내에서는 양승동 체제를 끌고 갈 보직을 누가 맡을지 각종 소문과 찌라시가 흘러 다녔고, 인사개입 등 월권이 자행됐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청문회 준비에 올인해야 할 시기에 샴페인 축배만 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수많은 KBS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마음대로 KBS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분명히 말해 둘 것이 있다.

'공정 방송', 'KBS 독립'과 같은, 파업 기간 외쳤던 구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투쟁이었나?

그럴싸한 명분들은 온데 간 데 없고 사내 권력을 독식하겠다는 오만함과 이를 관철시키려 적폐청산을 가장한 칼을 휘두르겠다는 독기만 남았다.

이번만큼은 진정 KBS를 바꿔보겠다며 투쟁 대열에 동참한 구성원들을 생각한다면, 그때 그 외침들이 진심이었다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KBS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조로서 지난 파업을 이끌었다. 허나 KBS 노동조합은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한 투쟁에는 동의하지도 동조하지도 않는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 부처와 손을 잡거나 기대는 방식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그들은 우리의 감시 대상이고 KBS의 개혁과 독립을 위해 싸워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고대영을 내쫓겠다고 과거 정연주를 내쫒는데 동원됐던 정부 기관을 찾아가면 되겠는가?

자유한국당 적폐를 타도하겠다고 더불어민주당과 한편이 되면 되겠는가?

청문회 장에서 한국당 편에 선 노조와 민주당 편에 선 노조가 논쟁을 벌이는 광경을 국민들은 무슨 생각으로 바라봤을까 부끄럽기 그지없다.

언제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수를 뒤바꾼 여야의 대리전을 치르며 사내 구성원들에게 어느 편에 설지 강요할 것인가? 계속 이런 식이면 회사는 결국 폐허만 남게 될 것이다.

만약 사내 특정 세력이 주도한 대로 양승동 체제의 판이 짜여진다면 양 후보자는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 사장이 된다 하더라도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투쟁 결과가 또 다른 적폐 세력의 탄생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보도본부 앵커 및 특파원 선발 과정을 필두로 앞으로 사내 주요 보직들이 어떤 사람들로 채워지는지를 우리는 매의 눈으로 주시할 것이다.

노조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영달을 취하려는 자들이야 말로 KBS의 가장 위험한 적폐세력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BS 안팎에 KBS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실을 KBS 노동조합은 무겁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과오를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KBS 노동조합은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가 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투쟁에 서는 그날'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할 것이다.

더 많은 구성원들이 사내 강경파들의 폭압에 맞서 우리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꿋꿋이 투쟁해나갈 것이며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든든한 보호막으로써 권익 보호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양승동 후보자는 새겨듣길 바란다. 또 다시 KBS를 반쪽짜리로 이끌어간다면, 지금 MBC처럼 특정세력에 휘둘려 절름발이로 독주한다면 KBS는 급격히 망하는 길로 갈 것이다.

이미 '원 오브 뎀'이 돼 버린 KBS는 더 이상 내부 분열로 인한 풍파를 버텨나갈 체력이 없다.

정연주가 정권에 내쫒길 때 항거했던 그때 초심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KBS 사장이라는 자리가 자신에게 맞는 옷인지를 말이다. 양 후보자에게 버겁고 맞지 않는 옷이라는 사실은 이미 청문회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번에도 KBS 지배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다시 정권이 바뀌어 KBS 장악 시도가 이뤄질 때 뭐라고 항거할 것인가?

고대영을 감싸던 한국당은 양승동을 물어뜯고, 고대영을 물어뜯던 민주당은 양승동을 감쌌다.

지금 당신을 감싼다고 그들이 당신 편이고 당신을 비난한다고 적인가?

두쪽 모두 그저 KBS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똑같은 우리의 적들이다. 공수가 바뀐 청문회 광경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을 뿐이다.

우리는 KBS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특정세력에 좌지우지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양 후보자와 양 후보자 주변 사람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와 청문회 대응을 보면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이 특정세력에 둘러싸인채 준비 안된 상태로 사장이 된다면 양 후보자에게 KBS 사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은 결국 '영광'이 아닌 '멍에'로 남게 될 것이며 KBS 역사에도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2018. 04. 02

KBS노동조합 중앙위원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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