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文정권의 중증 권력중독 현상, 양승동·김기식 인사
[기고] 文정권의 중증 권력중독 현상, 양승동·김기식 인사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4.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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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공감 능력 떨어뜨리는 집권여당의 권력남용, 위험하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자신의 소신대로라면 도저히 임명할 수 없는 인물들인 양승동 KBS 사장,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인사를 강행하는 걸 보면서 권력중독자의 전형적인 오류가 떠올랐다. 이미 숱한 언론이 보도했다시피 두 사람은 앞으로 직무수행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양 사장은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일 노래방에서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세월호 사고는 큰 비극이지만 그렇다고 온 국민의 삶마저 즉시 정지되어 세월호와 같이 끌려 내려 갈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양 사장도 예정된 회식을 취소하지 않고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방에 가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건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해당되는 일이다. 사장후보자 정책발표회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오는 쇼를 한 것도 위선적이지만 그것도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세월호를 성역화 하는 사람들 분위기상 사장이 되려는 욕심에 그랬을 것이라 봐줄 수도 있다.

문제는 양 사장의 거짓말이다. 양 사장은 청문회에서 줄곧 거짓말과 변명, 오리발을 내밀었다.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을 부인하다 야당 의원이 사용 내역을 내놓자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그런 일 없다” “기억에 없다” “제가 그랬을 리 없다” “확인해 보고 말하겠다”는 식으로 불리할 때마다 말을 바꿨다. 막판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이자 예정된 회식을 취소했었어야 했다며 세월호 유가족에 사과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과는 자신이 청문회에서 의도적으로 거짓말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은 양 사장의 거짓말이 별 것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온 판단이었을 것이다. 민주당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논문표절, 성폭력 무마의혹, 거짓자료제출 어디를 뜯어봐도 결격 투성이인 양 사장을 비판하는 국민과 야당을 향해 “흠집내기를 중단하라”며 아랑곳 하지 않았다. 만일 자유한국당이 양승동과 같은 인물을 KBS 사장감이라고 청문회에 내놨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어떤 태도로 나왔을지는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권 수명 단축하는 역대급 최악 양승동과 김기식 인사

과거였다면, 우익정당이었다면 임명은커녕 임명 시도자체가 가당키나 했을까 싶은 역대급 인사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경우도 만만치가 않다. 김 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 소속 의원 시절 피감기관이 지불한 돈으로 해외 출장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는 사실은 도덕성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례만 해도 벌써 3건이다. 김 원장이 2014년 3월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보좌관과 함께 출장을 다녀온 건은 비용 전액을 한국거래소(KRX)가 댔다고 한다. 한국거래소는 정무위 피감기관이다. 정무위원 소속이었던 김 원장은 그때 당시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던 ‘자본시장법’ 개정을 반대했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로비 외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15년 5월 2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9박10일간 미국·유럽 시찰을 떠난 케이스도 의혹투성이다.

미국 워싱턴 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를 도는 일정이었는데, 다른 의원 동행은 없이 특이하게도 여비서와 단 둘이 다녀왔다고 한다. 김 원장과 비서의 항공비 1476만원을 포함한 출장비를 모두 KIEP가 부담했단다. 혈세 쓰기 좋아하는 정치권조차 “이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증언하고, 당시 정무위 여당 간사였던 김용태 의원은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 가는 일은 말도 안 된다고 거절했다는 증언도 있다. 김 원장은 출장가기 6개월 전인 2014년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KIEP 예산 4억여원 삭감을 주도했다고 한다. 게다가 출장 한 달여 뒤에는 정무위 결산 심사도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KIEP 직원들이 쓴 출장보고서에는 '김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의 출장'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한다. 당연히 로비 출장을 보내준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간 은행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있다. KIEP 해외 시찰 일주일 전인 2015년 5월 19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우리은행 중국 충칭 분행(分行) 개점 행사에 다녀온 케이스다. 김 원장 항공비와 호텔비 480만원은 우리은행이 부담했는데, 당시는 김 원장이 우리은행의 중국 화푸빌딩 헐값 매각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었던 때라고 한다. 앞의 두 사례와 비슷하지 않나. 김 원장은 2015년 민주당 쪽 인사들과 함께 세운 더미래연구소의 소장으로 있으면서 금융사와 대기업 대관 업무 책임자들을 상대로 350만~600만원대 고액 강좌를 운영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을의 입장인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갑인 더미래연구소로부터 어떤 묵시적 압박을 받았을지 누가 알겠는가. 언론이 폭로한 김기식 원장의 해외 출장 사례들은 단지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로비성, 뇌물성 외유가 충분히 의심되는 사건들이다. 검찰 고발과 국정조사까지 추진할 수 있을 만큼 범죄혐의 가능성까지 의심되는 심각한 케이스 아닌가.

빨간불 켜진 문재인 정권의 선택은

기가 찬 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태도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해외출장 논란에 대해 죄송하다”는 당사자의 뻔뻔함은 그렇다 치자. 청와대는 김기식 금감원장에 제기된 여러 의혹에도 “금감원 측에 질문하라”며 인사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들도 외유출장을 가지 않았느냐고 한술 더 떠 물타기로 나오고 있다. 만일 한국당이었다면 당장 검찰 고발과 수사에 들어갔을 이런 사례를 보고도 지금 자신들의 태도처럼 나올 수 있었을까. 앞서 필자가 언급한 양승동 KBS 사장이나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례나 문 대통령 청와대와 민주당이 보인 오만한 태도는 권력중독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권력중독에 관해선 미국 등 서구에서 발표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권력을 과도하게 남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을 분석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인데, 주목할 부분이 많다.

위스콘신 대학 건강 정서연구소 자문위원인 심리학자 David L. Weiner 박사는 “권력중독자는 자신의 지배권이 조금이라도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자신의 지위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보복을 꿈꾸는 경향이 있다”는 상태로 정의한다. 신경심리학자 Ian Robertson는 “권력이 지나치게 남용되면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촉진되면서 타인의 공감능력이 상실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오직 목표달성에만 돌진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권력남용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필자는 야당 뿐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양승동, 김기식과 같은 터무니없는 인사에서 집권여당의 중증의 권력중독 증세를 느낀다. 정책능력보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해 선택받았다는 정권 아닌가. 그런 정권이 공감능력마저 상실한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양승동, 김기식 인사 강행은 이 정권에 그 부분 위험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위험을 감지했다면 당장 고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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