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한민국 2030 우파 청년문화] 2018 석촌호수 벚꽃축제에 나타난 ‘일벤져스’ 스파이더맨·배트맨·데드풀을 만나다
[기획-대한민국 2030 우파 청년문화] 2018 석촌호수 벚꽃축제에 나타난 ‘일벤져스’ 스파이더맨·배트맨·데드풀을 만나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09 20:28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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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저희들의 집회가 우파 집회문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8 석촌호수 벚꽃축제로 인파가 몰리던 지난 주말(7일) 오후, 서울 송파 석촌호수 한켠에서 열린 작은 시위가 오가던 시민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미국의 유명 만화출판사 마블 코믹스의 수퍼 히어로 스파이더맨, 배트맨, 데드풀 복장을 한 세 사람의 깜짝 반정부 시위였다.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든 이들은 서호 수변무대 옆 주변을 오가며 지나가는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시위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벚꽃축제에 갑자기 등장한 수퍼히어로들에 놀라는 한편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 중에는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적힌 “서해수호의 날도 베트남 가시더니 느끼셨나요?”, “4·3사건 미화한 거 실화냐?” “내 땅도 네 땅도 다 나라꼬양, 공산주의 헌법개헌” 등의 문구를 읽더니 “참 좋은 일 한다”며 박수를 치는 이도 있었다. 한 중년 남성은 수퍼히어로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고, 반백의 한 노인은 옆에 다가가 등을 두드리는 모습도 보였다. 2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이런 거 하려면 얼굴 까고 해야지” 한마디 툭 던지고는 지나가기도 했다.

이들은 국가정체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도저히 구경만 할 수 없어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남성들이다. 우연하게 집회 계획을 사전에 알았던 기자는 이날 오후 석촌호수를 찾아가 이들의 시위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일베 회원이었지만 만남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 30대 이들 남성들은 어쩌다 문재인 정부 반대 집회를 함께 계획하고, 실행까지 나서게 된 걸까? 사전 신고한 집회가 끝난 뒤 근처 까페에서 이들과 간단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일벤져스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런데 다들 일베 회원이신가요? 소개 좀 해주시죠.

(* 일벤져스는 당초 일베 특유의 저급 인증문화 속에서 파생한 이들만의 용어이지만, 최근에는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마블 히어로들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통용되고 있다.)

스파이더맨(조OO) : 33살이고, 모 기업 CEO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반 회사원으로 보시면 돼요. 학력인증대란 때 일베가 어떤 사이트 길래 욕을 먹나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때 회원에 가입해서 일베 한 지 한 7년 정도 된 것 같아요.

(* 일베 학력인증 대란 : 2012년 10월 21일부터 약 사흘 간 이어진 인증 사건. 뚜렷한 우파적 정치성향과 지역드립, 패드립 등을 이유로 일베를 타 커뮤니티에서 악의축으로 규정하면서 일베가 무식하고 찌질한 사람들의 커뮤니티라는 인식을 확산시키자 반발한 일베 회원들이 자신들의 학력, 재산, 직업 등을 인증하기 시작하면서 약 사흘간 이어진 인증사태)

배트맨(오OO) : 저도 33살이고, 보험설계사 일을 합니다. 전 일베 하지 않아요. 눈팅도 안 하죠. SNS를 통해 이런 캐리커처의 집회를 한다는 걸 알고 참여하게 됐어요.

데드풀(우OO) : 저는 35살이고 강원도에서 축산업에 종사합니다. 초등학교 학생 학부형이에요. 일간베스트는 초창기인 2012년도에 유입돼서 그때부터 꾸준히 커뮤니티 회원으로 일베를 해왔어요.

-서로 모르는 사이고 오늘 처음 만났다고 했는데 어떻게 함께 집회를 하게 됐어요?

스파이더맨 : SNS를 통해 알게 됐어요. 소통하면서 서로 ‘나도 하고 싶다, 그럼 너도 해, 난 배트맨 할게, 난 데드풀 할게’ 이렇게 된 거죠. SNS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단톡방 만들어서, 변신은 어떻게 할지 문구는 어떤 것으로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어요. 처음 만나 집회하는 거예요.

- 피켓은 누가 만들었어요?

스파이더맨 : 도와주신 분들이 따로 있어요. 제가 하도 글씨를 못 쓰니까 도와준 친구들이 있죠.

- 캐릭터 의상은 어떻게 구한 거예요?

(이구동성)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했어요. 디테일한 건 몸에 맞춰 조정했고요.

- 2030세대는 문재인 정부의 절대적 지지층처럼 인식돼 있어요. 여러분은 그 가운데 소수인 셈이죠.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느끼세요?

스파이더맨, 배트맨 : 네, 그렇죠.

데드풀 : 왕따죠. 사실 제 경우는 애초에 정부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평가하는 그런 잣대 자체가 없었어요. 다만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다 우르르 몰려가면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었어요.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에도 남들이 다 광우병으로 죽을 것처럼 난리를 치는데 저는 왠지 사실이 아닌 것 같았고, 그런 모습들이 싫더라고요. 집안 자랑 좀 할게요. 저는 독립운동가 직계 후손이에요. 조부모님 대에서는 6·25전쟁, 월남전쟁에도 참전하셨고요. 집안 자체가 보수적인 분위기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집안이 좌측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는 소외되는 분위기였어요.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제 또래 사촌들이 전교조 교육에 너무 세뇌돼 있다는 걸 느꼈고요. 그때 만해도 잘 몰랐지만,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포털사이트를 찾다가 일간베스트를 알게 되었고, 맛을 들이게 된 것이죠.

스파이더맨 : 저는 서해수호의 날에 문 대통령이 호치민 참배하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면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러 가는 게 맞죠. 대통령이 못가면 총리라도 보내야 하는데, 서해수호의 날에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걸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산주의를 위해 힘쓰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튀어보고 싶은 관종(관심종자)의 시위지만 안보관 하나만큼은 확실하죠”

- 스파이더맨님은 그 전부터 태극기 집회에서도 눈에 띄던데요.

스파이더맨 : 네, 이런 집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정부가 천안함 폭침 주범인 북한 김영철 평창올림픽 방한을 추진할 때, 천안함 유가족들이 광화문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굉장히 반대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밀어붙였죠. 그게 너무 화가 났어요. 우리나라 장병을 죽이려고 천안함 폭침을 계획한 김영철이 어떻게 방한할 수 있는지 어이없더라고요. 그때 남북한단일팀 이슈도 그렇고요. 그때부터 시위를 시작했죠.

배트맨 : 저는 처음 집회에 나갔을 때가 3·1절 집회였어요. 그 전에는 소위 샤이보수 라고 할까요? 우파 성향이긴 했지만 드러내놓고 집회에 참여한다거나 활동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3·1절 집회에 나가게 됐는데 느끼는 바가 컸어요. 어르신들이 저에게, 젊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가 그런 인사를 받을 게 아니라 오히려 죄송해야 하는데...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당연한 건데, 어르신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마음 한켠이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저라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실제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없고, 게다가 전 영업하는 사람이니까 드러내 놓고 뭘 할 수도 없고요. (스파이더맨 시위) 하는 걸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한 것이죠.

- 스파이더맨님은 김어준씨가 하는 SBS 블랙하우스 방송에도 강제 출연하셨던데.

스파이더맨 : (하하) 네, 사연이 있어요. 사실 그때 다른 애국 방송 하시는 분들이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태극기를 두르고 있는 강유미씨를 그런 우파 방송을 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 한 사람인 줄 알고 응했던 거예요. 그런데 질문하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순간 당황했죠. 강유미씨 인터뷰를 다시 하고 싶었는데, 다른 분을 인터뷰 하면서 ‘어어’ 하다 기회를 놓쳤죠.

- 특별히 마블 코믹스 캐릭터 복장으로 집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어요?

스파이더맨 : 태극기 집회에 젊은층이 많이 공감하지 않으니까 좀 색다른 걸로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몇 번 하고 그만 둘 생각이었는데, 이어서 배트맨이 나와 주고, 데드풀도 나와 주고, 또 SNS를 통해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한 친구들이 2명 더 있어요. 앞으로 강제로 계속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하하)

- 좀 삐딱한 질문이 될지 모르겠는데, 일베에서 튀어보자고 시작한 것 아니에요?

데드풀 : 당연히 있죠. 저는 그 이유가 컸어요.

스파이더맨 : 처음엔 그냥 얼굴만 마스크 쓰고 했었어요. 그것도 반응이 좋았는데, 복장을 다 갖추면 일베든 일반 시민들에게든 더 주목을 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거죠.

- 원래 다들 태생적 우파인 건가요? 그리고 일베가 우파에서도 특정지지 성향이라는 이야기도 들리던데요.

데드풀 : 제 경우는 진짜 진성(우파)이에요. 또 일베가 특정 성향이란 이야기도 틀린 말이에요. 일베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소위 틀딱, 정게 어르신,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되고 나선 틀딱들 민주화시키고, 지역감정을 이야기하고 그런 면이 있죠. 제가 볼 때 일베는 어떻게 보면 보수 중에서 가장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도 비판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비판하고,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정파 문제로 싸움이나 분란이 없죠. 일베는 안보관 딱 이 한 가지로 뭉쳐요.

스파이더맨 : 전 박사모예요. 대한애국당에 직접 가입 신청해 당원이 됐어요. 제가 이렇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무래도 탄핵사건이었어요. 탄핵 때 솔직히 많이 울었거든요. 지금도 사기탄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문 대통령을 비판하고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복귀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죠.

- 스파이더맨님은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거예요?

스파이더맨 : 아니에요. 저희 부모님은 다 좌파에요. 문재인 정부 지지하세요.

배트맨 : 저희는 아버지가 광주분이신데, 가족들이 다 좌 쪽이죠. 누나와 어머니는 정치를 몰라요. 집에서 모든 뉴스는 저에게 컨펌을 받는 시스템이에요. 저는 태생적으로 좌우가 다르게 갖고 태어났다고 봐요. 애국심도 그렇듯이. 저도 이전엔 선동에 시달렸어요. 잘 모르니까요. 세월호 사고 때였을 거예요. 저도 좌파처럼 (우파를) 욕하려고 했어요. 근데 욕을 하려고 해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JTBC를 포함해 뉴스들을 찾아보고 알아보다보니, 제 생각과 다르더라고요. 안 그래도 전 이성적인 사람인데 사실을 알고 보니 경멸감이 좀 느껴지더군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자연스럽게 우파 활동을 하게 된 거죠.

- 일베 문화가 2030 남성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배트맨 ; 여자들은 감성적이니까요.

스파이더맨 : 근데 일베엔 여자도 많아요. 되게 많아요.

데드풀 :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 일베의 여자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거죠. 여자는 패션우파가 많아요.

- 일베는 자기 비하의 문화가 있잖아요. 여성들에 대해 억눌린 게 있어서인가요?

스파이더맨 : 실제 진짜 그런 아이들도 있는 거 같아요.

데드풀 : 다른 포털은 허언증이 되게 심해요. 예를 들어,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내차는 벤틀리고, 벤츠다’ 이런 식으로요. 나 잘났다는 이야기기가 굉장히 많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다 자기를 내려놓고 겸손하잖아요. 나 병신이요, 이렇게 하면 유쾌하잖아요. 이런 게 일베에서 나온 거죠. 익명이지만 나의 저열하고 열등하고 바보같은 모습을 공개하고, 서로 인증하는 거죠. 일베 사람들은 서로 나 잘났다 하는 사회 분위기에 질린 거죠.

- 여러분이 하는 일벤져스 시위가 우파의 집회 문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세요?

스파이더맨 : 제 생각엔 좌파는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요. 방송과 라디오 등 많이 퍼져 있어요. 그런데 우파에는 그런 게 너무 없죠. 그래서 저희 같은 시위가 우파 집회 문화에 어떤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우파도 재밌는 시위를 할 수 있고, 재밌는 방송도 할 수 있다는 거죠. 김어준 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그 사람은 말발로 사람들을 선동하잖아요? 우파도 그런 점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앞으로도 이런 시위 계속 하실 건가요?

배트맨 : 정권 바뀔 때까지 할 거에요. 호응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호응이 너무 좋아서 우리 스스로도 어쩔 수 없어요.

스파이더맨 : 계속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도 이런 시위를 시작한다니까, 신고식도 같이 해줘야죠.

데드풀 : 애초에 이런 시위는 관종 기질이 있어야 해요. 관심이 필요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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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모 2018-07-31 17:25:04
스파이더맨. 아 뭔 CEO 비서야.. 회사 로비지키는 문지기인데. 신분 상승 꿈꾸지 말고 떳떳하게 살아.

일베충 2018-06-11 17:21:32
일벤저스 응원한다 이기 ㅇㅂㅇㅂ

치치 2018-04-11 04:01:00
멋지네. 의외로 30대초반이네 다들.. 나도 반성하고간다.

힐링로드 2018-04-10 22:54:59
멋있어요

나도 암베 헤헤 2018-04-10 12:58:02
기사 재밌게 잘 읽었다 이기이기 . 나도 암베지만 단순히 패션우파는 아니다 이기 일베에서 여자라고 절대 티 내지 않고 눈팅만 한다 이기 . 관종암베만 있는걸 알아줘라 익이익이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