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의 변화편지 - 통념의 허상
김용태의 변화편지 - 통념의 허상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10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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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라는 예술가가 재미있습니다. 2004년 영국의 한 매체가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미술작품이 무엇일까를 미술가와 미술사가 500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한 적이 있는데 피카소를 제치고 1위에 응답된 것이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이라는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샘>은 그림이 아니라 남성용 소변기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소변기를 사다가 하단에 ‘R. Mutt 1917’이라고 작가서명만 해서 출품한 것인데, 작품은 이게 전부였습니다. 어디한군데 작가가 창의성을 발휘해 공들여 제작한 부분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거지요.
 

김용태연구소 소장 김용태
김용태연구소 소장 김용태

이 작품은 기성 미술계의 고정관념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작가가 손수 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재료로 삼을 기성 상품들은 넘쳐나고 이미 사진과 영화 등이 개발된 상황에 굳이 애써서 회화나 초상화나 구상화를 그려야 하는 이유가 뭔가? 예술은 사물이 아닌 심상에 깃들어 있는 것, 즉 예술가의 심상이 담겨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그것이 반드시 캔버스, 대리석, 목재 등의 재료일 필요가 있을까?
 
마르셀 뒤샹이 산업문명에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예술을 사물이나 물질로 인식하는 통념,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 소유의 허상을 깨뜨리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그는 일부러 사람들이 불결하게 생각하는 값싼 소변기를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배관용품이기에 가해진 비판은 불합리하다. 미국이 만들어낸 유일의 예술작품은 배관과 다리이다.”라는 말에서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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