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을 공개 수배하는 중국
탈북민을 공개 수배하는 중국
  • 김태훈 변호사·한변 상임대표
  • 승인 2018.04.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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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하려는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1차 피난지는 중국이다.  북한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데다 이런 저런 교류와 접촉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에 몸을 숨기기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민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은 반인권적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우려를 받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외교적 관계로 인해 탈북민들의 인권이 유린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겪게 되는 고문, 자의적인 감금, 기타 중대한 인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증빙 서류를 갖추지 못하고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민들을 강제로 북한에 송환하는 정책을 엄격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

중국 헌법 32조에 의하면 중국은 국경 내에 있는 외국인들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야 하며, 정치적 이유로 피난을 요구하는 외국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행동은 전혀 다르다.

지난 2012년 2월 당시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법,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서 탈북자 문제를 처리한다”면서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는 것이 국제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바 있다.

중국은 2012년 7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새로운 ‘중화인민공화국출경입경관리법’을 채택하면서 난민의 대우 관련 조항(46조)이 최초로 중국 국내법에 추가되어 포괄적인 국가 차원의 난민 법률의 토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탈북민에 대해 난민 협약상의 국제적 의무에 합치하는 방식의 어떤 진전 상황도 없는 상태다.    

국제법 무시 탈북민 강제송환 강행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북한 주민들을 고발하도록 하고 숨겨주다 적발된 경우에는 처벌하며 고발이나 필요한 정보 제공 시 금전 보상을 하고 있다.  정보 제공이 신속하고 정보에 관련된 불법 월경자가 많을수록 보상 규모도 커진다.

중국 공안은 중국 체류 북한 주민들까지 고용해 한국으로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를 밀고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탈북민들을 공개 수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베이징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 사무국에서는 중국 정부가 국가 지침을 마련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개인 망명 신청자들의 난민 지위를 결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중국은 유엔난민기구 직원에게 북한 출신자를 포함한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하겠다고 유엔난민기구와 합의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있다.

2015년 4월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의 북중국경, 좌측으로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는 남양교두가 보인다. / 미래한국
2015년 4월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의 북중국경, 좌측으로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는 남양교두가 보인다.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또한 중국은 북한 주민들이 보호 또는 망명을 요청하기 위해 외국 대사관 이나 영사관에 접근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특히 한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대한 접근을 막아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보호를 요청하거나 한국 헌법과 법률에 의해 한국 시민권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체포된 자는 대개 중국 경찰서 또는 군사 시설 내 구금시설에 유치되는데, 심문 절차가 걸리는 기간에 따라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개월도 넘게 중국에서 구금되기도 한다.

강제송환 정책 이행 업무를 맡은 중국 관리들은 대부분 강제송환자들이 북한에서 당면하게 될 인권 침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

중국의 이 같은 탈북민 강제 송환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유엔 인권위원회가 2003년 59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2017년 72차 유엔 총회에 이르기까지 유엔은 매년 인권이사회 및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북한에 대해 송환되어 온 탈북민들에 대한 처벌금지를 촉구하고 특히 2006년 61차 유엔 총회부터는 각국에 대해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준수를 촉구해 왔다.

2005년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및 유엔 인권이사회의 다른 특별보고관 5명은 “송환되어 온 북한 주민들이 북한 내에서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열악한 여건 속에서 부당한 대우 및 고문을 받으며 극단적 경우에는 즉결 처형되는 경우가 있다”며 중국 정부에 강제송환에 대한 우려를 전달.

또한 여성폭력 문제의 원인 및 결과에 관한 특별보고관들은 중국의 강제송환 관행이 여성들을 인신매매에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국의 영토 내에서 외국인의 법적 권리 및 이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특별보고관들에게 확언하면서도 2013년 5월 15세에서 23세의 북한 주민 9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등 탈북민들에 대한 강제송환 정책을 계속 유지했다.

이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난민최고대표 모두 중국과 라오스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고 국제인권법과 국제난민법에서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음을 상기시킨 바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2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특정해 중국으로 월경하는 많은 북한 주민들은 난민 또는 현장 난민(refugees sur place)으로 인정 받아야 하며 국제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앞서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주 제네바 중국대표부 대사에게 서신을 보내(2013. 12. 16) 중국이 북한 주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이들을 강제송환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점에 특히 우려를 표명하고 강제송환되는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인권 침해를 겪지 않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이 취한 어떤 조치가 있는지 중국의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불법으로 중국에 입국한 북한 주민들은 경제적 이유로 입국”했으므로 난민이 아니고 그들의 “불법 입국은 중국 국내법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경 통제를 저해”하므로 중국은 “법에 따라 그러한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보유한다”고 반박했다.

중국에 불법 체류 중인 탈북민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탈북 자체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하더라도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에 적발되어 강제 송환되는 경우 역시 정확한 숫자를 알기 어렵다.

미 국무부 탈북자 실태 조사 의회 보고서(2005년)는 지난 1990년대부터 탈북민들이 중국으로 나왔는데 1998년과 1999년에 가장 그 수가 많았고 2000년에는 약 7만 5000명에서 12만 5000명 정도가 됐지만 현재는 그 수가 현저히 줄어서 3만 명에서 5만 명 정도가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이 보고서는 미 국무부의 2004년 인권보고서의 중국 부분을 인용해 중국이 2004년 수천 명의 탈북민들을 북한에 강제 송환시켰고, 중국 당국이 중국 내 탈북민들이 유엔난민기구와 접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이 기구 관계자들이 중국 동북부로 여행하는 것도 막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탈북민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중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언제쯤이나 가능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김태훈 변호사·한변 상임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김태훈 변호사·한변 상임대표
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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