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갤러리, '마음이 시키는 일 4, affaire de coeur 4' 개최...오는 5월 17일부터 6월 9일까지
이유진갤러리, '마음이 시키는 일 4, affaire de coeur 4' 개최...오는 5월 17일부터 6월 9일까지
  • 김나희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12 1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유진갤러리는 오는 5월 17일(목)부터 6월 9일(토)까지 <마음이 시키는 일 4, affaire de coeur 4>를 개최한다.

<마음이 시키는 일 4, affaire de coeur 4>전은 스위스의 디자이너이자 컬렉터인 루돌프 뤼에그(Rudolf Ruegg)가 수집한 Max Bill, Andreas Christen, Bakery Studio, Weissfeld의 가구와 색면추상의 대가 김봉태(b. 1937)의 60-70년대 초기 작품, 그리고 Harold Budd의 음악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예측 불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전시 개요>

전시 제목(국/영문): 마음이 시키는 일 4 / affaire de coeur 4
전시 부제: Island / Empty Island
참여 작가: 김봉태, Max Bill, Andreas Christen, Bakery Studio, Harold Budd, Weissfeld
전시 장르: 가구, 회화, 조각
장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77길 17 (청담동) 이유진갤러리
전시 일시: 2018년 5월 17일(목) – 6월 9일(토)
오프닝: 2018년 5월 17일(목) 오후 6 - 8시
전시 시간: 월요일 – 토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Kim BongTae, Window Series Ⅱ 2003-60, 2003, Polyurethane paint on aluminium, 122x244cm
Kim BongTae, Window Series Ⅱ 2003-60, 2003, Polyurethane paint on aluminium, 122x244cm

루돌프 뤼에그는 이 전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Island / Empty Island>는 단순히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 내가 보여 주고 공유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잠시 주목되길 바라는 전시이다. 나는 가구를 조각으로 바라보며 예술적인 맥락에서 보여 주고 싶다. 이 전시는 작품이나 가구가 서로 독립적이거나 비중이 한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면서 자유롭게 배치되며 나의 취향과 신념에 따라 완전히 주관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전시가 독특하고 신선하며, 다른 전시보다도 조금 더 예측 불가능할 것이다."
 

Max Bill, Ulm stool, 1954, spruce wood and beech wood, 39 x 29.5 x 44cm
Max Bill, Ulm stool, 1954, spruce wood and beech wood, 39 x 29.5 x 44cm

<전시 소개글>

일본 다도의 고전 <차와시게츠슈 茶話持月集>에는 “夕月夜海少しある木の間かな”라는 시구가 실려 있다.

여름나무 사이로
바다가 조금 있고
휑한 저녁달

A cluster of summer trees,
A bit of the sea,
A pale evening moon.
 
일본 역사에서 유명한 정원 제작자이며 다인(茶人)이기도 한 고보리 엔슈(Kobori EnShiu 小堀遠州  1579-1647)는 이 구절에 일본 다실 정원의 구성 원리가 담겨 있다고 보았다 한다. 하지만 이 시는 직접 공간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간의 ‘비움’, 그리고 그 공간에서 바라보는 우주를 말한다. 공간을 설명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이 시는 그 공간 자체가 되어 공간에 들어가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선택한 것이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일본의 여러 이름난 정원을 설계한 고보리 엔슈는, 이처럼 시선과 사유방식에서 공간을 읽는 비밀을 발견했던 듯하다.

Max Bill, Ulm stool, 1954, spruce wood and beech wood, 39 x 29.5 x 44cm
Max Bill, Ulm stool, 1954, spruce wood and beech wood, 39 x 29.5 x 44cm

작가 김봉태는 색면회화의 대가이며,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색면회화”라는 표현으로 갈음하기에는 그의 작업은 더 많은 여지를 품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선명한 색과 면을 통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그의 작업은 작가 자신을, 작가의 작품 자체를 비움으로써 더 큰 공간과 세계를 표현하려는 시도는 아닐까. 바꾸어 말하자면 우주의 원리를 다면적으로 해석해 보여주려는, 그리하여 사람과 세계의 통로 또는 창문이 되고자 하는 과정은 아니었을까.

디자이너이며 컬렉터인 루돌프 뤼에그가 기획한 네 번째 전시 <island / empty island>는 그래서 김봉태 작가의 작업과 닿아 있다. 회화와 가구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이 전시는 표제와 달리 섬이 아니라, 섬에서 바라보는 세계를 제시한다.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듯, 섬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자라고 할 수 있다. 섬과 섬은 이어져 있으나 고립되어 있다.

Kim BongTae, Untitled, 1965, Painted wood
Kim BongTae, Untitled, 1965, Painted wood

그리고 섬은 텅 비어 있다. 그 섬에서 사람은 세계를 바라본다. 세상이란 선명해 보이지만 바라볼수록 아득하고 모호해진다. 섬이 아니라 세계가 비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능엄경(楞嚴經)>에 나온다는, 달을 가리키는데 정작 그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본다는 이야기가 여기에 겹치지 않는가 (如人以手指月示人 彼人因指 當應看月 若復觀指 以爲月體, 此人豈唯亡失月輪, 亦亡其指). 다시 한 번, 김봉태 작가의 작업의 비밀이 연상되는 순간이다. 

<island / empty island> 전시는 유독 의자들이 많다. 오늘날에는 색깔 있는 버전으로 유명해졌으나, 100년 전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색깔이 없었다는 의자를 애초의 그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색채 있는 의자와 그 원본이라는 색채가 없는 의자는 어느 쪽이 어느 쪽의 그림자일까. 전시 공간의 벽에 걸린 김봉태 작가의 작업과 전시된 가구들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채 다른 시대 다른 곳에서 창조되었으나, 2018년 5월의 어느 날 서로를 마주 보며 고요히 조응하기에 이르렀다.

Max Bill, Ulm stool, 1954, spruce wood and beech wood, 39 x 29.5 x 44cm
Max Bill, Ulm stool, 1954, spruce wood and beech wood, 39 x 29.5 x 44cm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듯, 섬이 아니라 “비어 있는” 섬을 본다. 한눈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가 아니라, 저녁 달 아래 나무 사이로 보일 듯 안 보이는 바다를 본다. 소란함으로 가득한 대륙에서라면 보이지 않을 바다, 비어 있어 나 자신이 창문이 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바다. 그렇게 밝아진 눈을 통할 때 비로소 세계의 진정한 색채를 발견하게 된다. 진정한 색채는 등불을 환히 밝히거나 확대경을 들이대고서는 찾을 수 없다. 색채에서 물러나 눈을 감거나, 아득히 먼 눈으로 넌지시 바라볼 때 저절로 보이게 ‘되는’ 것일 뿐.

<Island / Empty Island>는 섬을 말하지만 섬을 보여주지 않는다. 김봉태 작가의 작업들이 이 작업에 필요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이 전시가 성립될 수 있었다. 이제 그 공간으로 들어가 숨어 있는 바다와 그 수면에 비친 달을 찾아볼 차례이다.

글: 조윤주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