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징둥닷컴 이야기... 중국 전자상거래업계의 '속도와 열정'의 아이콘
[신간] 징둥닷컴 이야기... 중국 전자상거래업계의 '속도와 열정'의 아이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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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즈강 (李志剛) 은 경제경영 분야 전문작가. 출간한 책으로는 《아홉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 : 메이퇀 창업자 왕싱의 창업 10년(九敗一勝:美團創始人王興創業十年)》, 《인생 : 중국 최초 비즈니스 리더들의 전기 모음집(人生 : 中國首部商業領袖集體傳記)》, 《전복자 : 중국 비즈니스 혁신 속의 신세대 기업가(顚覆者 : 中國商業變革中的新生代企業家)》 등이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Bloomberg Businessweek)〉 중국판 편집장, 〈글로벌 비즈니스 고전(全球商業經典)〉 총괄 편집장, 〈동방기업가(東方企業家)〉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으며 〈난팡두스바오(南方都市報)〉 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2014년에 리즈강 공작실(李志剛工作室)을 설립하고 기고문과 책 집필 등의 활동을 통해 창업연구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징둥닷컴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던 중관춘 전자상가의 자그마한 도매상에서 시작되었다. 1998년 당시 24세 청년 류창둥은 대학 졸업 후 단돈 200여 만 원으로 1평 남짓한 판매대를 빌려 3C제품(컴퓨터, 휴대폰 및 소모성 전자제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징둥멀티미디어’를 개업했다. 이것이 오늘날 연간 총 거래액 55조 원, 사용자 수 2억 명(2017년 9월 기준)에 달하는 징둥닷컴의 출발점이다. 현재 징둥닷컴은 제2의 아마존이라 불리며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태생이 ‘도매상’이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겠지만, 징둥은 여타 전자상거래업체와 체질과 성향이 다르다. 류창둥이 징둥멀티미디어를 창업하던 당시 중국에도 인터넷 붐이 일었고 해외 유학파들이 귀국해 여러 인터넷기업을 설립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류창둥에게 딴 세상 이야기였다. 그는 그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만 고심하며 업태를 도매상에서 소매상으로 바꿔 단순 무식하게 오로지 오프라인 영업에 치중하고 있었다. 그가 온라인 판매에 첫발을 들인 시점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2004년이다. 그것도 어떤 전략적 움직임이었다기보다는 2003년 중국을 휩쓴 ‘사스 사태’로 인한 우연한 전환이었을 뿐이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당시에도 확고한 철칙은 있었다. 바로 ‘정품 판매’와 ‘저가 전략’, ‘좋은 서비스’다. 이 철칙은 지금까지 이어져 짝퉁 천국인 중국에서도 소비자들은 “징둥에는 짝퉁이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그렇다면 징둥닷컴은 이런 늦은 출발과 온라인판매 문외한이라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창업주인 류창둥 특유의 직관력과 믿음직한 태도, 조직 구성원들의 남다른 헌신, 열정, 실행력 등이 그 핵심 요소다. 특히 류창둥의 다소 독재적이고 고집스러운 기질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그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 가지 전략적 의사결정을 밀어붙였으며 이것이 징둥을 지금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세 가지 전략적 결정이란 1) 온라인으로 사업구조 변경, 2) 종합쇼핑몰로의 전환, 3) 자립식 물류배송 단일시스템 추진이다. 《징둥닷컴 이야기》는 그 과정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도서로, 258명의 징둥 핵심 인사들을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징둥닷컴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도전을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전달해준다. 

2003년 3월 ‘사스’가 중국을 덮치자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자취를 감췄고 매일 북적대던 중관춘 전자상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조차 안 되는 가운데 징둥은 망하기 일보직전에 이른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손님을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는 온라인 판매사이트를 기웃대며 6개월간 온라인 판매를 이어가다, 급기야 2004년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완전히 접고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오픈해 전자상거래업계에 본격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공급업체에서 최대한 싸게 제품을 떼다 매장에서 단순 판매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온라인쇼핑몰이나 IT 전문가가 될 턱이 없으니, 당시 징둥은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직원 대부분은 밑바닥 출신에 몸뚱이 하나 믿고 죽어라 발로 뛰는 형국이었고, 징둥의 온라인사이트는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류창둥 본인을 비롯해 온라인쇼핑몰에 정통한 인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업체가 어떻게 앞서가던 대규모 조직들을 하나하나 물리치고 업계 2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징둥인들 특유의 뚝심과 투박하고 거친 기질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2007년에 성사된 1,000억 달러의 벤처투자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007년 첫 투자 유치 이후 류창둥은 매년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며 자금을 확보했고, 이 돈을 무기 삼아 저가전략을 줄기차게 추진해 앞에 있던 기업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린다. 1차 타깃은 ‘뉴에그’였다. 이 업체는 미국에 본사를 두었으며 사이트 외관이 아주 세련됐고 취급품목이 징둥과 거의 겹쳤다. 매출과 몸집이 몇 배나 큰 뉴에그를 징둥은 저가전략으로 가볍게 제치고, 다음으로 도서전문 온라인업체 아마존차이나를 꺾고 당당왕(중국 최대 도서전문 온라인업체)을 기습하는 등 막강한 전투력을 과시한다. 특히 2012년 8월, 전자제품 오프라인체인 쑤닝과 궤메이(우리나라 하이마트에 해당)에 정면으로 맞서 대대적인 ‘가격할인전쟁’을 벌임으로써 중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이 일로 징둥은 언론과 해당 업계의 뭇매를 맞아 궁지에 몰리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소비자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차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혈투와 업계 내외의 각종 공세 속에서도 징둥은 매년 100~200% 고속성장을 거듭해 과거 10년간 중국 IT업계를 삼분해온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시대의 종결을 알리고, 2014년 5월 22일에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는 쾌거를 거둔다. 

징둥닷컴은 2004년 온라인사업 개시 이래 10년간 줄곧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해 이른바 ‘적자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2015년에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적자를 낸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손실왕’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2016년에야 비로소 10억 위안의 순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그런데도 한 해도 빠짐없이 신규 투자가 계속 유입되었다는 점이 좀처럼 쉽게 납득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징둥그룹 내부를 조금만 살펴보면 무릎을 탁 하고 내려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징둥의 적자행진은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어찌 보면 ‘계획된 적자’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 징둥의 핵심 경쟁력은 ‘물류배송’에 있다. 징둥은 광활한 중국대륙 전역 2,860개 지역에 1,821개의 자체 배송거점을 구축했으며(2015년 기준), 지금도 거점을 계속 확대해나가고 있다. 자그마한 농촌지역까지 속속들이 파고들어 중국 전체를 커버하는 게 최종 목표다. 여기에 약 3만 명이 넘는 정직원 택배기사들이 있어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중국 815개 주요 지역의 소비자들은 징둥닷컴에서 상품을 주문한 다음 날 배송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지금도 지역별 발전 속도에 확연한 차이가 있으며, 워낙 땅덩어리가 드넓다 보니 사업이든 물류배송이든 전국을 활동무대로 삼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2007년 이 불가능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결심한 류창둥은 투자가와 경영진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중국 각지에 자체 물류창고와 배송거점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 도전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반면 알리바바를 비롯한 대다수 전자상거래업체들은 각지의 로컬·글로벌 물류업체와 협력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그간 징둥이 줄곧 적자를 기록해온 주된 이유가 바로 이 대대적인 물류 투자비용 때문이다. 류창둥은 단순히 전자상거래 사업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소매업의 본질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좋은 제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그의 기본 경영철학이다. 그가 물류에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 이유도 유통비용을 대폭 줄여 판매가를 낮추고 고객 만족도를 올리기 위함이었고,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전자제품 전문쇼핑몰에서 종합쇼핑몰로 급격히 방향을 전환한 이유도 소비자에게 다양하고 좋은 제품을 많이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가 지향하는 모든 것의 뿌리에는 ‘소비자’가 있었다. 

징둥그룹은 그간 전자상거래를 운영하며 쌓아온 자산과 경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과 금융, 물류서비스 사업 등 다양한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플랫폼 사업의 경우 초반에 입점업체 유치 경쟁에서 약간 뒤처지긴 했으나, 2014년 텐센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기점으로 현재는 알리바바와 쌍벽을 이루는 입지를 굳히고 있다. 중국 전역에 자체 물류망을 거의 다 구축하고 이제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는 징둥닷컴의 미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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