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프로젝트, "한국 부패지수 낮다"
'페어플레이' 프로젝트, "한국 부패지수 낮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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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상임대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키워내는 게 포럼의 목표

2011년 2월 17일 산업통상자원부(구 지식경제부)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은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은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해오고 있는 비영리기관이다.

기업과 자본주의가 정의, 인권, 자유를 수호하면서 장기적 번영과 발전을 누리도록 돕기 위해 기업인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CSR, CSV, 지속가능경영, 청렴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접목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하며 기업사회공헌의 고도화, 기업사회혁신의 내면화, 기업사회책임의 체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상임대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프로젝트 페어플레이어클럽(Fair Player Club, FPC)도 이와 같은 차원의 민관 협력 포럼이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가 주최하고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GCEF)이 주관한 준법윤리경영 민관 협력 포럼으로, 지난 3년간 세계의 여러 나라와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 반부패 관련법과 제도를 소개하고 역량 강화를 도왔다.

미래한국은 지난 3월 20일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이 위치한 마포 사무실에서 강주현 상임대표를 만나 페어플레이어클럽을 통해 세계 속 한국 기업의 위상이 어디쯤 왔는지 들어봤다.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상임대표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상임대표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페어플레이어클럽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페어플레이어클럽은 반부패 민관협력 포럼입니다. 준법윤리경영 반부패 민간협력 플랫폼 프로젝트에요. 하나의 캠페인이죠. 독일 지멘스와 세계은행(World Bank) 감사실에서 세계의 반부패 증진 비영리기관을 대상으로 입찰 공모를 해 선정된 한국 프로젝트입니다.

저희가 이 캠페인을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제안서를 써서 브레인 역할을 했지만 큰 기관인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에 제안해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모를 하게 됐어요. 유일한 한국프로젝트입니다.

국내의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 3년간 산업별, 지역별, 국가별 특성을 살린 현장 중심의 준법, 윤리경영교육, 조사·연구 및 인식제고 활동을 통해 반부패 확산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FPC는 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준법윤리경영과 여러 반부패 주제를 다루는 논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적인 반부패 인식 수준을 제고하고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견고한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3년 동안 21번의 세미나를 개최했고, 1100명 정도 준법윤리경영 담당자, CSR 담당자들이 교육을 받았죠.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와 저희 기관이 매년 반부패서약식 국제행사를 개최했습니다. 3년 동안 반부패기업 캠페인을 민간과 기업 협력으로 실시한 것이죠.

총 3년 프로젝트인 페어플레이어클럽은 매년 분야별로 사업을 실시했다. 1차년도인 2015년에는 산업분야로, 기계, 의료기기, 자동차, 전자정보통신, 철도, 해외건설 등의 산업 협회를 대상으로 한국사내변호사회 등과 협력을 통해 산업별 준법, 윤리경영 역량 강화를 지원했다.

2차년도인 2016년은 지역분야로, 서울특별시 및 6대 광역자치단체와 지역 상공회의소와의 민관협력에 집중했다. 주요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반부패와 준법,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유럽과 미국 대사관. 아시아는 상의와 전문센터(정부 부설)및 외국 상공회의소와의 협력을 통한 공동노력 증진하고, 한국 기업의 반부패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 증대에 나섰다. 또 주요 해외 진출국에서의 준법, 윤리경영을 통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페어플레이 클럽, 반부패 캠페인 한국 유일 프로젝트

- 어떤 기업과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까.

2015년 4월에 시작해 2018년 3월까지 총 3년 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가 얼마 전에 끝났는데요, 그동안 참여한 기업들은 공기업의 경우 한국전력 자회사들, 민간기업의 경우 KT와 자회사들, 외투기업같은 경우를 꼽을 수 있겠네요.

페어플레이어클럽의 중요한 핵심은 공동노력(Collective Action)이에요. 이건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세계은행 연구소에서 이미 10년 전에 개발한 개념이죠.

예를 들어 공공입찰에 참여함에 있어서 기업들이 담합을 하게 될 때, 우리가 뇌물을 주지 않으면 다른 기업이 뇌물을 주지 않을까 하는 ‘죄수의 딜레마’가 있어요.

페어플레이어클럽은 이런 경제학적인 죄수의 딜레마를 넘어서 경쟁의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자는 작업입니다. 가령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기업 프로젝트라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다 페어플레이어클럽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서로 죄수의 딜레마를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 좋은 취지이지만, 강제성이 없으면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도 듭니다.

페어플레이클럽은 강제성이 없는 아직 선언적인 수준이긴 합니다. 이게 고도화될수록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지역, 하나의 입찰을 구속력 있게 막는 공동노력(Collective Action)이 많죠.

반부패 서약한 기업들이 만일 부패행위를 할 경우 2~3년 동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하는 것을 뜻해요. 이런 고도화 프로젝트가 이상적이긴 한데, 세계적으로 볼 때 많지 않습니다.

- 기업들이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참여가 많아지고 구속력 있는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어플레이클럽에 가입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요.

제가 페어플레이클럽 프로젝트를 디자인 할 때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가 발표한 우리나라 반부패 순위가 51위 정도였습니다.

반부패 서약을 잘 지키면 인센티브가 있고 안 지키면 패널티가 있는 구속력 있는 프로젝트는 현실적으로 선진국에서도 잘 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국토건설부면 수도사업이나 댐건설 사업과 같은 프로젝트 하나 구획을 긋고 하는 식의 사례는 몇 가지 보이지만 아직은 이상적인 개념이라고 봐야죠.

반부패 프로젝트 2차 프로젝트는, 이전에 기업들이 자사 준법윤리경영 사례로 대학생 교육을 시켰던 1차 프로젝트보다 좀 더 고도화된 공동노력이긴 한데, 구속력 있게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공동노력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가입도 무료고 구속력 없는 약간의 홍보효과가 있는 정도예요.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인센티브나 패널티를 주는 구속력 있는 고도화된 프로젝트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노력만 가지고는 안 되고, 실험적인 리더와 기반이 있어야 하고, 이 프로젝트를 받아줄 정부와 정부의 정책을 실행할 공기업, 공공기관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철도를 놓는 입찰을 한다고 할 때, 참여 기업들이 다 동의해야 하고, 반부패 서약을 잘 지키고 있는지 모니터링 하는 시민사회도 있어야 하고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라는 3박자가 잘 맞아야 가능한 일이죠.

2017년 10월 페어플레이어클럽 미 대사관과 준법윤리경영 세미나 당시 강 대표의 모습.
2017년 10월 페어플레이어클럽 미 대사관과 준법윤리경영 세미나 당시 강 대표의 모습.

한국의 반부패 증진 프로젝트인 페어플레이어클럽 발주처인 독일 지멘스와 관련해선 일화가 있다. 2006년 지멘스는 4억 6000만 유로(약 6900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해 각종 인프라스트럭처(사회적 생산기반) 사업을 발주한 개발도상국 업체나 공공기관, 정치인에게 뇌물을 뿌린 사실이 적발됐다.

2008년 혹독한 판결이 내려졌고 무려 10억 유로(약 1조 5000억 원) 이상의 벌금을 토해내야 했다. 당시 독일 연방범죄수사국 대변인은 “뇌물 수수가 그동안 지멘스 사업모델의 한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지멘스의 기업 신뢰도는 바닥을 쳤고, 모든 경영학 교과서 ‘윤리’ 부문에 반면교사 사례로 등장하는 오점을 남겼다.

170년 기업 역사에서 첫 외국인이자 외부인 CEO를 맞게 되었고, 이후 처절한 내부 개혁을 통해 준법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세계의 모범 기업 사례로 떠올랐다.

추락한 이미지 회복에 나선 지멘스는 2009년부터 세계은행과 협력해 15년간 총 1억 달러(약 1100억 원)의 지원금을 청렴 비즈니스와 부패척결에 앞장서는 세계 비영리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과 시민사회 양쪽 정반합을 추구

- 우리나라 반부패 수준은 세계와 비교할 때 어떤가요.

얼마 전에 국제행사에 참석한 OECD 뇌물방지협약 워킹그룹 의장이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나라가 특이한 게, 실제 뇌물을 주는 경우는 아태지역의 일본과 호주 등 다른 나라 국가들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인 3% 정도밖에 안 되는데 국민들 부패 인식은 67%나 된다는 거예요.

그 이유에 대한 그분의 분석은 작년 국가적 사태(대통령이 뇌물 사건 등으로 탄핵당한 일)를 겪으며 부패에 대한 인식이나 기대치 높아져 막연히 “에이,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높겠지”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실제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가 아니라는 거예요. 물론 이런 분석은 한국 전문가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그런 인식을 갖게 된 건 압축성장 과정에서 겪은 여러 부작용이 축적돼왔기 때문이라고 봐요. 경제개발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그에 걸 맞는 기대치와 인식 사이에 괴리가 있지 않나 싶은 것이죠. 세간에선 ‘헬조선’ 하면서 자조하는데,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너무 비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반부패 캠페인을 지속하다 보면 분야별로 부패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하나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것이죠.

뇌물을 달라는 사람, 뇌물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 부패가 성립하죠. 분야를 막론하고 부패가 발생하는 사건을 보면 ‘나는 안 걸리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보여요. 개인 관행이나 기업 관행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컨트롤 측면에서 관용적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있어요. 능력 있는 사람이 비리나 부패를 저지르면 퇴출시켜야 하는데, 못하는 겁니다. 기업이 무관용 원칙을 지킨다면 중장기적으로 사는 것이고, 못한다면 냄비 속 개구리가 서서히 익다 죽듯 그렇게 죽는 겁니다.

- 어떤 계기로 반부패 관련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27년 경력인데, 앞서 10년 동안은 기업에 있었어요. 대략 경력의 반은 기업에, 절반은 비영리기관에서 쌓은 것이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공유가치창출인 CSV(Creating Shared Value)를 잘 이해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전문가로, 기업 분야에서는 1992년부터 광고, 헤드헌팅, 교육, 홍보, 마케팅과 영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다 중간에 계기가 생겨 기업에서 비영리기관으로 옮겨왔어요. 기업에 있을 때 열심히 일했지만 기업 생리에 회의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MBA를 준비하면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삶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어요.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하니 삶에 감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 후 비영리 업계로 단계별로 옮기게 됐습니다. 사회사업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2002년 기업을 떠나 이런 일을 해온 게 벌써 15년이 흘렀네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기업을 완전히 떠난 건 아닙니다. 제가 기업 밖에 있지만 밖에서 기업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다보니 기업과 시민사회 양쪽을 아는 저로선 보통 시민사회 리더처럼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저는 기업의 준법윤리경영 부서와 일하지만 늘 그 사람들이 관리해야 하는 사업부서, 영업부서를 생각해요. 그러니까 일이 힘들죠. 기업에서 볼 땐 제가 시민사회 인물 같고, 시민사회에서 볼 땐 기업 편 같고, 양쪽에선 저를 박쥐 같은 인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저를 유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이런 상태가 10년째인데 괜찮아요. 정반합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대표로서 목표, 또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 텐데요.

제 나이가 올해 50이에요. 제가 80정도 되면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을 지금 다보스포럼처럼 전 세계 정부정책, 기업정책을 리딩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기업과 사회를 동시에 잘 알아 정반합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저와 같은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키워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회적 문제로 여기는 것들이 골칫거리가 아니라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이해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간형, 인재들을 많이 기르고 배출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입니다.

강주현 대표는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Mid-Career MPA)를 받았다. (사)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GCEF) 설립자 및 상임대표로 국가브랜드위원회 민간자문위원, 하버드 케네디스쿨 아시아 프로그램 객원 연구원 및 보스턴칼리지 기업시민센터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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