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사용설명서
존 볼튼 사용설명서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4.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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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유능한 협상전략가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진리라면 아마도 존 볼튼은 분명히 정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한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문제담당보좌관 후임으로 임명한 존 볼튼은 언어와 논리가 가진 힘을 사용할 줄 아는 탁월함을 지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한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문제담당보좌관 후임으로 임명한 존 볼튼

그 한 장면을 살펴보자.

사회자 :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숨겨놓고 있다고 해서 공격했지만 결국 없지 않았습니까?

볼튼 :  그랬죠.

사회자 : 거짓말이라는 거 인정하시는 거죠?

볼튼 :  누가 말입니까? 제가요? 하하. 거짓말은 후세인이 한 것이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것은 CIA가 정보적 판단으로 내린 것이 아닙니다.

후세인이 화학무기 폐기를 했으니 규제를 풀어달라고 해서 유엔 무기사찰단이 실사를 했는데 결정적인 부분에서 사찰 거부를 했습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이 48시간 내에 사찰을 수용하라며 최후 통첩을 했지만 후세인은 거부했죠. 당시 후세인은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었고 쿠르드족을 상대로 100여 차례 사린가스 공격을 했습니다.

만일 그 화학무기로 다시 뉴욕을 테러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존 볼튼의 설명은 ‘CIA가 실수했다’거나 ‘부시가 거짓말을 했다’는 저간의 비판을 한방에 잠재웠다.

물론 후버연구소에서 2017년에 있었던 이 대담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고, 여전히 미국의 CNN, NYT 같은 친 민주당 언론들도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인 대부분은 미국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수색이 실패한 점에 대해 좌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볼튼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2005~2006년 유엔 주재 미대사로 활동했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출신으로 1970년에는 예일대에서 학부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마쳤다. 1974년에는 예일대 로스쿨 과정인 예일대 법학대학원에서 법무박사(J.D.)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정녕 전쟁광이자 매파인가? 미국의 보수 매거진 <내셔널리뷰>는 최근 호에서 볼튼이 ‘절대로 위험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정말 위험한 존재는 ‘볼튼이 아니라 북한과 이란과 같은 세계’라는 것이다.

그런 볼튼의 주장과 생각은 한국의 보수 우파 매체들이 즐겨 인용하고 다루지만 정작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는 실제로 거짓말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비핵화 없이는 미북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말일 것이다. 이 주장은 ‘비핵화 의제는 미북회담의 전제조건이다’라는 말로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미북회담이 성사된다면 그것은 ‘비핵화가 아닌 의제’라는 이야기도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회담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비핵화를 제외한 다른 의제여야 한다.핵동결과 함께 ICBM 폐기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튼의 그런 유연함을 산 것이다.

강성으로 치자면 전임 맥매스터도 강성이다. 그는 군인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에게 필요한 이는 장수가 아니라 제갈공명 같은 책사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핵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란 핵협상과 이스라엘 수도 문제, 시리아에서 소련과 해결해야 할 문제, 남중국해 문제 같은 것이 산적해 있다.

이 문제들은 각자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외교안보라는 큰 프레임에서 통일성을 가져야 한다. 아무래도 군인 출신의 머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볼튼의 임무는 입구와 출구를 찾는 것

그렇다면 볼튼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단 말일까. 볼튼은 ‘쉬운 길’과 ‘어려운 길’로 구분하기 좋아한다. 이때 쉬운 길을 가는 협상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익하다.

반면 ‘어려운 길’은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이기는 길이다. 그러면 볼튼은 어려운 길을 선호하는 유형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볼튼의 사용서가 된다.

그는 타고난 협상 전략가이지, 전쟁에 능한 군인이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가 볼튼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확한 입구(Enterance)와 출구(Exit)를 찾는 것이다. 바로 부시 정부에서 이라크에 했던 것처럼 말이다.

볼튼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선제타격’을 주장했다. 당연히 국방부에서 ‘무리한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전쟁에 가장 신중한 이들은 군인들이다.

전쟁의 위험성과 파괴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볼튼은 매사 ‘군사 옵션’을 들고 나올까. 바로 협상의 입구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케이스가 있다면 아마도 침팬지에게 AK 자동소총을 들려줬다가 녀석의 묻지마 사격에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수단 반군들의 유투브 동영상일 것이다.

전쟁이 사실 숙고에 숙고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참전이 말해준다. 미국은 유럽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었지만 존 볼튼과 같은 이들의 열성적인 ‘세계 민주주의 수호’라는 아젠다가 먹혀서 민주적으로 참전이 결정됐다.

민주주의는 전쟁 결정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군인들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기에 논리가 성립된다면 언제든 전쟁 결정은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볼튼은 전쟁의 단추를 누르고 싶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전쟁 단추를 누르게 할 만한 동기를 제공하는 이라는 점에서 북한과 이란, 시리아는 겁을 낼 수 밖에 없다.

볼튼은 첫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거의 완성된 핵무기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은 단지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2월에 실린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완성에 수개월 밖에 남지 않은 당면 위협이기 때문에 미국이 선제폭격하는 것은 정당성, 적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볼튼은 이처럼 협상의 입구를 만들고 협상이 시작되면 상대방에게 최악과 차악 가운데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볼튼의 공격론은 협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볼튼이 과연 미북회담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출구를 찾게 될 것인지, 아니라면 무엇이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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