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와 비교했던 조국의 자가당착
우병우와 비교했던 조국의 자가당착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4.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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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과 실패의 아이콘이 된 조국 민정수석은 깨끗이 사퇴해야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퇴로 벌써 일곱 번째 장차관급 인사검증에 실패한 조국 민정수석이 올해 초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 때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원추가조사위원회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자,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불만을 표시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다는 동향 보고 등 문건이 나왔을 때였다. 집권여당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 것에 비해 사실무근,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에 야당이 당연하다는 듯 지적하자, 그때 조국 민정수석은 일부 인사들에게 호기롭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지금 (우병우 전 민정수석처럼) 그렇게 해도 문제 삼지 않을 거냐” 조사위가 공개한 일반적 동향 문건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야당 주장을 역설적으로 반박한 것이었다.

청와대가 관심 갖는 사건에 조 수석 자신이 법원행정처 등 법원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게 드러나면 야당과 언론이 자신을 그냥 두겠냐는 것이다. 김기식 낙마로 인사검증의 총체적 책임론이 제기된 조국 민정수석이 받는 의혹과 책임의 무게는 우 전 수석이 재판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하다. 부실검증은 이미 조국 수석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숱한 전례에다 김기식 전 원장 부실검증은 조국 수석의 직무유기 책임과 무능의 절정을 보여준다. 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됐는데 이 정도로 실패를 거듭한 정무수석이 있었나. 특히 김기식 전 원장에 대한 부실검증은 거의 고의적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김기식 사례가 조국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

김 전 원장의 사퇴를 끌어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후원금 문제는 “검증 설문에 (후원금) 해당 항목이 없다”는 청와대 해명과 달리 고위공직자 검증에 있어서 필수항목으로 나와 있다. 고위공직자 검증 시 필수적으로 묻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는 “본인이 직장의 공금을 공적인 업무 이외의 용도에 사용하거나 내규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청와대는 그 예로 “공금을 개인 명의 기부금으로 사용한 경우”라고 명시했다. 이런 내용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어 있다고 한다. 김 전 원장이 정치후원금을 땡처리로 쓴 부분은 청와대 검증에서 당연히 걸러졌어야 했다. 조국 수석은 김 전 원장이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기업들로부터 고액의 수강료를 받아 챙겼다는 더미래연구소 강사진이었다. 이런 조 수석은 김기식을 두 번이나 거푸 검증하고서도 아무 문제없다고 싸고 돌았다.

운동권 동지애든 참여연대 출신의 제 식구 감싸기든, 조 수석의 이런 태도는 우병우 전 수석이 법원 측과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것보다 훨씬 더 질이 안 좋은 것이다. 조 수석은 “내가 지금 (우병우 전 민정수석처럼) 그렇게 해도 문제 삼지 않을 거냐”던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조국 수석은 이미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비리 의혹에도 두 번씩이나 싸고 돈 김기식 원장의 사례를 보면 청와대와 이 정부에 가득한 참여연대와 각종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부패와 비리를 제대로 감시하는 등 직무를 해나갈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문 대통령 뒤에 숨어 책임지지 않겠다는 뻔뻔한 조국 수석을 보면서, 앞으로도 수많은 고양이가 생선가계를 들락날락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김기식 사례에서 보듯 큰 무리가 아닐지 모른다. 조국 수석은 소위 드루킹 게이트와도 무관치가 않다. 김경수 의원이 받은 인사 청탁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까지 닿아 있지 않나.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에 내정됐을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외모 때문에 인기가 많아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많은 선물을 받았다’라는 인터뷰 기사가 공유되면서 그의 직무능력이 의심받은 적이 있다. 비법조인 출신으로 민정수석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조국 수석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보고 민정수석에 임명했지만 그가 능력을 발휘한 부분은 ‘정권의 충견’이란 비판이 썩 틀렸다 할 수 없을 정도의 ‘검찰 길들이기’ 뿐인 것 같다. 민정수석으로서 그의 능력과 도덕성은 김기식 포함 반복되는 인사검증 실패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公)보다는 사(私)가 앞섰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닌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는 청렴에 관한 명언이 있다.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흔히 돈이나 사사로운 인연에 집착하다 관직을 박탈당하고 명예를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한 말로 여겨진다. 조국 수석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조국 수석은 무능과 직무유기 등 숱한 실패에 대해 공직자로서 마땅히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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