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옵션 여부 한두달 내 결정”
“美, 군사옵션 여부 한두달 내 결정”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8.04.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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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대치 국면을 이어가던 남북관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모드로 전환한 데 이어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김정은은 갑작스레 중국을 방문,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북핵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의 해결을 모색하던 한국 정부는 물론, 북핵 문제를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하려던 미국 측에도 상당한 변수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남북 관계, 대미 관계 등에서 오랜 경험을 다진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를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문제가 이전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현 정부는 운전자론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구도로 가고 있는지 정부 당국 외에는 국민이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기 좌파 정권의 성격을 띠었다면 지금 정권은 2기 또는 후기 좌파정권이라고 봐야죠. 바로 이 정부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농사가 보수반공세력의 뿌리를 파내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개헌도 그 일환으로 보이고요. 그런 작업을 하는 배경으로 대북정책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마치 북한이 평화세력인 것처럼 재포장해서 국민을 현혹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 상황에 대한 제 판단입니다.

- 그동안 북한의 전략에는 변화가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북한은 1946년 북한인민위원회로 정권이 수립됐는데, 이 모델은 소련 군정 당국이 모스코바에서 소련식 공산주의체제를 화물열차로 실어다가 평양으로 그대로 옮겨온 겁니다. 정치학자 가운데 북한의 김일성 정권을 화물열차 정권이라고 논문에 쓰는 학자들이 있죠. 그런데 북한은 반제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을 가지고 한국을 개조해야 된다는 사상을 갖고 있어요.

반제는 미제에 대한 반대, 민족해방은 일본으로부터 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은 공산주의란 뜻입니다. 6·25 전쟁이 실패로 끝나자 김일성 정권은 70-80년대에 이르러 통일전선전략을 변경합니다. 상층과 하층으로 나눠 하층통일전선으로 남한의 반정부 대중들과 연대하는 것은 기본이고, 하층통일전선이 먹히도록 법률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을 바꾸는 상층통일전선은 한국 정부를 시켜한다고 해서 나온 게 남북대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은 만나 이야기는 해도 하나도 진전될 수 없었던 것 아니겠어요? 그런 상태가 1990년대까지 왔고, 90년대 초 공산권이 와해되면서 북한이 이제 큰일 나게 생긴 겁니다.

北, 비핵화 의지 없어

- 미중의 접근과 소련 붕괴 등 국제정치 지형 변화가 북한에게는 큰 충격이었겠습니다.

그렇죠. 외교환경이 급변하게 되었으니 북한 정권 차원에서는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좁혀지면서 북한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각한 게 이런 것들입니다. 남북한 동시유엔가입 막기, 주한미군 철수, 남한의 혁명 역량 강화와 같은 것들이죠.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 때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동시 유엔가입은 안 되고, 남한이 정 가입하려면 단일회원국으로 가입할 것, 이인모를 포함해 미전향장기수 보낼 것 등이 회담을 시작할 때 전제조건이었는데, 바로 거기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회담을 1년을 끌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소련은 무너지고 한중, 한소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니 북한은 마지못해 회담에 응했습니다. 그때 나온 합의가 남북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 두 가지입니다. 북한은 회담 틀을 유지해야 하니 합의는 하지만, 이행할 생각은 없었던 거예요.

-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것은 그 무렵인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정권을 유지하려면 독자적인 핵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남북한 간에 아무런 상황 진전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북한과의 대치는 나날이 심해진 거 아니에요? 최근에 와선 두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9개의 제재 결의를 채택했고,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가 강화됐어요.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후기부터 북한 정권을 건드리지 않고는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외교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해 지금까지 오고 있죠. 미국은 지금 세계 국가를 상대로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하든지 최소화하라고 주문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북한의 어려움이 점점 심해졌죠. 이 과정에서 중국 입장이 아주 난처해졌어요.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특히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 입장을 옹호하느라고 외교적으로 얼마나 고전했습니까. 국내적으로도 다수 여론이 ‘북한을 버려라’ 하는 방향으로 왔죠. 상황이 그렇다 보니 재작년부터 김정은이 더 통 크게 안티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월 5차 핵실험은 수소탄 실험이라고 했어요. 그 전에도 김정은 정권은 유도탄 발사를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미국은 처음에 6자회담에 희망을 걸고 덤볐지만 잘 안 되자 오바마 행정부 후기에 들어와 결국 북한 정권 차원에서 해결점이 나와야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비군사적 방법으로 북한을 포위 압박해서 북한 정권이 바뀌게 하든가 아니면 정책을 바꿔 핵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써왔던 것이죠. 그러다 작년 초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단 말이에요. 미국은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김정은의 신년사가 북한의 전략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과의 관계 변화도 계산했다고 보시나요?

김정은의 신년사는 전략적 방향의 대외 선언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문제이고, 이것 해결 없이는 아무데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북한 핵은 수 십 년 동안 계속된 문제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그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상태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려 할 것인데 미국 입장은 전혀 다르다고 봐야죠.

미국은 북한 핵이 실제 있든 없든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포함해서 북한이 가진 핵, 폭탄이든 물질이든 기술이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 방법으로 해체해야 된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걸 하지 않으면 NPT 체제가 무너지게 되니까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 북핵은 강 건너 불이었습니다.

핵문제에서 중요한 건 핵탄두가 아니라 운반수단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주변에서 노는 미사일은 발등의 불은 아니죠. 그런데 작년 1월 수소탄 실험 이후 ICBM을 발사하고 9월 30일 재핵실험을 했는데 엄청난 위력을 보였단 말입니다. 수소폭탄 근처의 어떤 위력적인 폭탄이 틀림없다는 심증이 생겼죠. 11월 28일엔 화성15형을 550km로 쏘아 올려 떨어뜨렸는데, 이걸 연장하면 1만 3300km를 갑니다.

그럼 미국 본토 어딘가에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돼요. 그러면 북한이 쏜 핵폭탄이 미 본토에 떨어질 수 있는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발사 버튼을 김정은이 갖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단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 닥쳤는데 미국 입장에서 북핵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다룬다고 한국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있겠어요? 미국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북한 핵이 미국 국가 안보 현안이 됐단 뜻입니다.

트럼프의 실수 북-중 관계 회복시켜

-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것은 확실한가요.

북한이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확인된 바는 없고요. 공개적 토론을 안 하지만 우리는 사실 북한이 뭘 가졌는지 모릅니다. 심지어는 북한이 실제로 사용가능한 핵무기와 사용가능한 ICBM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대부분 북한의 주장일 뿐입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거기에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응해왔던 것이죠. 또 한 가지, 북한은 작년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규에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고 핵개발을 계속해 생산할 것이고,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을 병진한다는 걸 넣었습니다. 김정은은 작년 9월 최고인민위원회에서도 핵 관련 발언을 하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되풀이했단 말이에요. 북한에게도 핵문제는 물러설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핵문제를 다뤄야 해요. 문재인 정부가 소위 말하는 뚜쟁이 노릇을 자꾸 하려 합니다. 어떻게 되든 미국과 북한을 붙여 놓으려 합니다. 정의용 안보실장이 평양에 가서 김정은에게 들은 이야기, 신년사 이야기 다 공짜가 없습니다. 그런데 조건은 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실장 이야기를 채 다 듣지도 않고 회담을 받아들였잖아요?

그 이튿날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무조건 받아들인 게 아니다. 한국의 정의용 실장이 김정은이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니 우리는 그걸 믿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회담 전에 북한은 행동부터 보여라’ 이런 상황이 벌어졌단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 CVID를 이야기한다면, 김정은은 시진핑한테 이야기했던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해결, 소위 행동 대 행동, 말 대 말 이걸 하겠다고 트럼프에게 말해야 한단 것이죠.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누가 옳으니 틀리니 싸워야 합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제가 보기엔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10% 이하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은 애가 닳겠죠. 어떻게 하든 양쪽을 합방시켜야 하니까요. -북중 회담은 그 같은 상황에서 돌발적 변수로 등장한 것인가요? 김정은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나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게 돌발적 과제를 던졌다고 봅니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개입하게 된 것을 저는 이렇게 봅니다.

트럼프가 관세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어설프게 건드렸어요. 중국은 보유한 미국 국채로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지만 중국 스스로 상처가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채를 내놓으면 저가로 처분해야 하는데 중국 경제가 멍들겠지요. 그런 부담이 있는 가운데 미국이 우는 아이 뺨 때려준다는 식으로 관세 문제를 들고 나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중국은 김정은을 불러 두 가지를 했습니다. 한 가지는, 김정일 후반기부터 상당히 악화됐던 북중 관계였는데, 그동안 거의 휴지조각에 불과했던 양국 사이의 상호원조조약을 도로 살렸습니다. 또 북핵 문제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있고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난리가 난 겁니다.

어떻게 하든 시진핑을 틀어쥐고 김정은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죠. 사실 시진핑은 원래 미국의 의도대로 김정은을 무너뜨리는 길로 쭉 갔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갑자기 돌아섰는데, 이건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한 카운터펀치로 중국이 세게 날린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은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아닙니까. 그럼 남북 정상회담에선 뭘 하느냐,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하더라도 김정은이 시진핑과 한 이야기 정도로 할 테니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관련 남북간 합의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문제는 북핵이 국제공조의 문제라는 겁니다. 그걸 바탕으로 유엔이 9개 제재를 한 건데 남북회담에서 우리가 과거처럼 한다면 이걸 깨는 것이죠.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더 이상 동맹국이 안 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은 과거 적화통일을 적극적으로 추구한 적이 있었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포기했다고 봅니다.

대신 체제 연명을 목적으로 남한이 잘 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왔어요. 그것이 북한에 반사적 이익을 가져오고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니까요. 북한은 이걸 지난 20년간 해오고 있다고 봐요. 구체적으로는 그 목적을 위해 간조기, 만조기를 가지고 전술을 쓰고 있어요. 지금은 북한 입장에선 간조기입니다.

공격하면서도 대화하고, 대화하면서도 공격을 가하는 모택동의 전술 ‘타타담담, 담담타타’라는 게 있지요? 하지만 담담을 통해 뭘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를 골탕 먹이는 것이죠. 황장엽 씨가 말한 갓끈전술이라는 게 있습니다. 김일성이 생전에 남조선이 버티는 건 미국의 힘이라고 했다는 것이지요. 미국이란 갓이 남조선 머리를 덮어주고 있는데, 머리와 갓을 연결하는 게 한미동맹이란 갓끈으로, 이걸 끊으면 갓은 날아가고 민둥머리의 남조선은 무너진다는 겁니다.

북한은 갓끈전술의 소위 평화전술로 남한을 흔들어서 문재인 정부가 전개하는 적폐청산을 도와주고 한미동맹을 고장 내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알고 있지만 이 정부를 구성하는 소위 활동가들은 그들 나름의 낙관주의로 북한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미북정상회담은 중국 역할에 따라 양상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존 볼턴이 비핵화에 대해 리비아식 모델을 이야기를 하잖아요? 어쩌면 중국이 그 편을 들 수도 있었어요. 최근 10여 년 간 중국은 북한을 마땅찮아 했고 북한을 버리기 일보 직전까지 와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진핑으로서도 미국의 제재로 급해지니까 북한 카드를 쓰고 있는 겁니다. 이제 리비아식 해결은 날아간 것이죠.

- 앞으로의 전망을 정리하신다면요.

사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진짜 갖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몇 가지 가능성을 점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핵문제로 미국과 진지한 협상을 왜 못할까, 실제 없앨 핵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북이 협상 타결을 지으면 북한은 핵을 없애야 하는데, 없앨 핵이 없단 말입니다.

그럼 없앨 핵이 없다는 상태로 거짓말로 버틸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가능성엔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대북사찰이 진행되지 못하는 동안 국제원자력기구는 대북사찰 방법 개선을 거듭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타결된다면 당장 핵무기 시설 사찰에 들어갈 텐데, 핵이 없다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에 응할 수 없겠죠.

일정 수준의 합의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 문제로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모호하게 핵무기 이슈를 끌고 왔습니다. 핵실험에서 보인 폭발력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요. 북한이 진지한 핵협상을 못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이런 겁니다. 작년 9월에 했던 풍계리 지하 핵실험이 실체가 뭔지 모르지만 폭발력은 상당히 컸습니다.

방사능 오염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폭발 후 파괴가 너무 심해서 복구를 못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핵시설은 장기간에 걸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했는데, 돈이 고갈되니 그걸 보수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이 담담타타(談談打打) 전술을 쓸 시간 여유가 생긴 거예요. 시간을 버는 과정에서 풍계리 보수도 하겠지만, 다시 핵 공갈 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담담을 가지고 놀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이 두 가지 시나리오 적확성은 떨어지는 가상적 가능성일 뿐이지요. 하지만 저는 전자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봐요. 나머진 북한 사람들이 가진 혁명적 낙관주의가 행동을 좌우하겠죠. 북한이 미국을 물고 늘어지면 참을성 많은 민주주의 사회인 미국은 결국 지치게 됩니다. 그러니 북한은 우선 버티는 것이죠.

미국 ‘전략적 인내’ 시대, 종언을 고하다

- 미국이 북한의 그런 전략을 모를까요?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전술에 놀아날 여유가 없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직후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뭔가 행동이 나와야 할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협상 전략으로 죽 끌고나왔는데 이게 안 된다면 뭔가 행동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습니까? 북한의 능력은 점점 개량될 것 아니에요?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하기를 북한의 핵과 ICBM을 미리 예방하는 데 석 달 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시점이 올해 2월이었어요. 미국에선 작년 11월에 소위 대북 군사행동설이 나왔는데 사실 그 설도 평창올림픽 때문에 유보한 것 아닙니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관해 매티스 국방장관과 준비해왔습니다. 여러 가지 군사옵션을 개발해왔어요.

그 중 하나가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 즉 외과수술적 타격입니다. 그런데 사실 5년 전까지, 그러니까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만일 이 해법을 썼다면 성공했을 겁니다. 네다섯 군데 때리면 됐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암세포가 다 퍼진 상황이라 안됩니다. 그래서 미국은 작년 1년 내내 다른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15분 내지 45분 내에 북한 전체를 쓸어버리는 겁니다.

북한이 행여 공격당한 뒤 남은 군사력으로 한국이나 일본에 엉뚱한 짓을 못하게 만드는 그런 방식의 공격을 준비해왔어요. 제가 그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들은 내용이 있지만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은 그 작전으로 워게임에서 여러 번 테스트했습니다만, 한미 합동작전에선 (공개를) 안 했어요. 미군 단독으로 준비해 왔고, 병력도 사실 계획상 다 준비돼 있어서 결심만 하면 실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미북 협상의 최종 귀착이 결국 이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북폭을 한다면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요?

북폭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문제는 법적으로 허용되느냐의 문제입니다. 국제법상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이건 국제법상 상식이 있습니다. 유엔 헌장 41조에, 무력분쟁이 생기면 1차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돼 있습니다. 평화적 해결이 안 되면 무력을 사용하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통제를 받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니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아예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유엔 헌장 51조에 자위권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이 무력침공을 받을 때 아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행동을 취할 때까지는 무력공격을 받은 회원국이 독자적, 집단적으로 방위력을 행사하는 것을 유엔 어느 조항도 억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 겁니다.

얼마든지 자위권을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죠. 그럼 미국이 먼저 공격하지 않고 자위권을 어떻게 발동하느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이건 얼마 전에 이스라엘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폭격한 케이스를 보면 됩니다.

이스라엘은 바로 그 조항을 가지고 했어요. (폭격대상국이)  보통 무기가 아닌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고, 그 무기로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천명하고 있어 무기를 쓰는 순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선제적인 타격이 전쟁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 겁니다.

그렇게 해서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스라엘이 제지를 받지 않고 공격했습니다. 유엔 헌장 51조로 능히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제가 보기엔 이 상황이 벌어질지 앞으로 한 두 달이 고비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이 성사된다면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은) 일정 기간 뒤로 밀리겠죠. 그러나 회담 성사가 안 된다면 미국이 결국 군사옵션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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