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게이트’ 네이버는 조연이 아니다
‘드루킹 게이트’ 네이버는 조연이 아니다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4.26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이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드루킹 게이트’ 책임론으로 불똥이 튄 네이버가 어제 댓글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다. 첫째 사용자가 댓글에 누를 수 있는 ‘공감, 비공감’ 수를 현재 무제한에서 계정 1개당 24시간 기준으로 50개로 제한한다. 둘째 연속 댓글 작성 시 간격을 기존 10초에서 60초로 늘리고, 공감, 비공감 클릭에도 10초 간격을 둔다. 셋째 계정 하나로 같은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는 하루 20개에서 최대 3개로 줄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이버의 이 개편안은 본질을 비껴간 잔꾀에 불과하다. 아무리 시간 간격을 두고 작성 댓글 수를 줄여도 아이디 계정만 많이 확보하면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차명폰으로 유령 계정 수만 개를 확보해 댓글을 달고 회사 홍보하다 법망에 걸렸다는 기사는 요즘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뜬다. 드루킹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여론조작의 본질은 네이버가 그런 조작이 가능하도록 판을 깔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작 판을 깔아준 네이버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도록 하고, 공감/비공감을 선택해 누르게 해 공감수가 많은 댓글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상단에 배치한다. 또 좋아요, 훈훈해요, 화나요 등 아이콘을 선택하도록 하고, 심지어는 댓글접기 요청 기능까지 첨가해 조작의 판이 벌어지도록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이런 기능들을 덧붙여 뉴스로 얼마든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다. 유독성 곰팡이가 잘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제공한 자가 문제인가 아니면 곰팡이가 문제인가. 결정적인 건 네이버가 언급도 않는 인링크 방식이다. 뉴스기사를 네이버 가두리 양식장 안에 가둬놓고 보여주니 여론을 조작하려는 댓글공작단들이 따라 붙는다. 먼저 설명한 부가 기능들로 댓글공작단 경쟁에 불을 붙인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포털 안으로 끌어들이고, 머무르게 할 것인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하는 네이버가 외부 매크로 조작을 몰랐다고 한다면 소가 웃을 얘기다. 이 점이 구글과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부분이다.

네이버는 드루킹 게이트 단순 방조자가 아니라 적극적 공범으로까지 볼 수 있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드루킹 공범자도 네이버가 댓글 여론 조작을 방조한 측면이 있다고 고백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숱한 뉴스편집 조작의혹, 여론조작 논란과 편향 시비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은 언론이 아니라고 발뺌해왔다. 따지고 보면 이런 주장 자체가 황당무계한 말이다. 뉴스서비스 제공자에 불과하며 단 한 명의 기자도 없는 네이버가 그럼 뉴스는 심사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무슨 자격으로 모든 언론사들을 줄 세워 언론사 자격증이라도 주듯 매체심사를 할 수 있다는 건가. 수많은 댓글조작, 여론조작으로 얼룩진 네이버의 뉴스편집자문위원회는 눈속임용 외엔 무용지물이란 사실도 증명됐다. 국민은 뉴스스탠드-뉴스캐스트와 같은 제도로 네이버가 정해주는 언론사의 기사만을 읽도록 강요받고 있다.

여론조작 공화국 벗어나는 길은 네이버 개혁 뿐

댓글 기능에 실시간 검색어까지, 네이버는 자신들이 벌여놓은 그 판에서 공작세력들로 하여금 얼마든지 여론을 조작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국민 4명 중 3명이 네이버를 이용한다. 국민 절대 다수가 조작되고 왜곡된 여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실상 세뇌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는 외부에서 뉴스편집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 알고리즘 운운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면 그것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프로축구연맹 사건으로 뉴스 편집 조작이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적어도 뉴스편집자나 책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진즉 공개했어야 했는데, 이것도 여태 이뤄지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권력에 비해 털끝만한 책임도 지지 않은 네이버는 어느 모로 보나 뉴스를 배치하고 편집할 언론 기능을 담당할 자격과 능력 없음이 증명된 것이다.

드루킹 게이트는 애초 우익을 여론조작세력으로 의심하고, 몰아가려던 좌익의 뻘짓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또 적어도 수년간 진행된 댓글공작에 의한 여론조작의 심각성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증명이 됐다. 지난 대선에서 전방위로 여론조작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마당에, 6월 지방선거를 이대로 치른다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상대편 골대에 골을 차 넣어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다. 여론조작의 공범자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네이버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땜질 처방으로 넘길 수 없다. 이참에 네이버의 언론 기능 역할을 박탈하던지 아니면 막강한 권력에 걸 맞는 실질적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탈이 날 때마다 반성하겠다며 개선책을 내놓은 네이버의 자정기능이란 게 소용없다는 건 모두가 다 안다. 지금까지 속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십 년 동안 네이버가 반성한다는 말이나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 드루킹 게이트 특검 뿐 아니라 네이버 특검도 고려해봐야 할 시기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외부 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