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히든 카드, 대만
미국의 히든 카드, 대만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8.04.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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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이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수정할 때’

현지시간 4월 14일 새벽 4시 홍해에 있던 미 5함대 소속 이지스 순양함 몬터레이함과 이지스 구축함 라분함에서 총 37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같은 시각 북페르시아만의 구축함 히긴스함과 버지니아급 원잠 존 워너함에서도 30여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불을 뿜었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도 작전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1회성으로 제한적이었다. 시리아 내 화학무기 시설 3곳만 공격했다. 군사기지는 제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완료 후 “이번 시리아 공습은 완벽하게 실행된 공습이었며,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다(Mission Accomplished)”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칼럼을 통해 이번 시리아 공습은 유명무실하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시리아, 더 나아가서는 중동은 더 이상 미국의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이 걸린 곳이 아니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시리아 내전에 발을 담글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어딜까? 바로 아시아다. 미국의 심장 동부지역까지 사거리로 넓힌 북한의 ICBM과 핵, 그리고 중국의 팽창으로 피할 수 없는 충돌점이 생긴 아시아는 이제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이다. 이번 트럼프의 시리아에 대한 공습 결정은 어떤 의미로든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게다가 대테러전이 거의 끝난 상태다. 미국에게 있어서는 대규모 전쟁이 없는 몇 안 되는 평화의 시기다. 반대로 말한다면 오로지 아시아에만 군사력과 정치력을 모두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의 친구 존 볼턴 등장

곧 있을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는 지난 6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임명했다. 존 볼턴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원칙론자로 통한다. 그는 2017년 1월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고, 군사적 모험주의와 역내 주변국 병합 시도를 저지시키는 것은 바로 미국의 핵심 관심사(core interests)다 (Guaranteeing freedom of the seas, deterring military adventurism and preventing unilateral territorial annexations are core US interests in East and Southeast Asia.)”라고 언급했다.

@ 미래한국 고재영
@ 미래한국 고재영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자 타이완뉴스는 “볼턴은 대만의 친구로 여겨지는 인물”이라고 보도하면서 환영했다. 존 볼턴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만을 동반자로 여기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존 볼턴의 칼럼 제목은 <‘하나의 중국 정책’ 재고(再考)(Revisit the ‘One-China Policy’)>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을 적극 지원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글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16일 미국과 대만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미국-대만 여행법’에 최종 서명했고 바로 다음날 미 의회를 통과했다. 그러자 중국 국방부는 18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중국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대만 정책을 ‘하나의 중국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 술 더 떠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기를 드는 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다. 미·소 냉전의 절정기였던 1979년 1월 1일 미국과 중국은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했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미·중 간의 이해관계가 딱 떨어진 결과였다.

그와 동시에 미국은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중국이 내건 수교 조건의 첫 번째가 대만도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국교가 단절되자 자동적으로 미국과 대만의 상호방위조약도 무의미하게 되었다. 미·중 국교 수립 1년 후인 1980년 1월 1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도 폐기했다.

그 결과 대만에 주둔하던 미군도 철수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만 ‘하나의 중국 정책’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과 수교하고 교역하기 위해서는 대만과의 단절을 요구했다. 한국 역시 중국과 수교하면서 1992년 대만과는 국교를 단절했다.

미국과의 국교 단절 후 중국의 입김으로 인해 대만은 무기도 마음대로 구매할 수 없었다. 돈을 갖고도 대만은 미국의 첨단 무기를 살 수 없었다. 겨우 구매한다고 해도 핵심 장비는 빠지거나 아니면 다운 그레이드 된 무기다.

대만의 눈물겨운 무기 구매

1982년 대만은 구형 F-104, F-5 전투기 교체 계획을 세우고 미국에 구매 타진을 했으나 미국은 거부했다. 자력으로 전투기 생산에 들어갔지만 고성능 전투기 개발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공군력이 급성장함에 따라 1992년에 가서야 미국은 대만에 F-16A/B 블록20형 판매를 승인했다. 미국산 무기 도입이 어려운 대만시장을 비집고 들어간 나라는 프랑스였다.

프랑스 라파예트급 함정을 도입해 대만은 킹딩급 호위함으로 명명했다. 미사일 등 무장은제외되어 대만산 무기가 탑재됐다.
프랑스 라파예트급 함정을 도입해 대만은 킹딩급 호위함으로 명명했다. 미사일 등 무장은제외되어 대만산 무기가 탑재됐다.

1992년 대만은 프랑스산 미라지-2000 전투기 60대 도입을 결정했다. 미라지-2000 전투기는 포클랜드 전에서 실전 능력을 입증한 전투기다. 그러나 중국 눈치를 본 프랑스로 인해 대만의 미라지-2000은 부품 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미라지-2000은 2013년에 와서야 성능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대만에 미라지-2000 전투기 외에도 해군 함정도 판매했다. 프랑스 최초의 스텔스형 함정인 ‘라파예트’급 함정을 대만에 판매했다. 이것 역시 중국 입김으로 대함미사일은 제외되었다. 1972년 닉슨과 모택동은 중국 항조우에서 만나 미·중 관계 개선을 합의하고 상하이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것이 ‘상하이 커뮤니케’다. 상하이 커뮤니케의 골자는 미·중 양국이 서로 껄끄러운 것은 건드리지 않고 평화적인 관계 개선을 이룬다는 것으로 1979년 미·중 수교의 밑거름이 되었다.

프랑스로부터 도입한 미라지-2000
프랑스로부터 도입한 미라지-2000

그러나 미국은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면서도 완전히 끈을 놓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모를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 바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이다. 이 법에는 대(對) 대만 무기수출과 전술 제공 및 대만의 방위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92년 미국이 대만에 F16전투기 판매를 승인한 것도 대만관계법에 따른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관계법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다.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하이 커뮤니케’를 강조한 것도 대만 관계법을 의식해서다. 그러나 존 볼턴은 상하이 커뮤니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그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중공의 적대적 영향력 강화 및 개입이 ‘상하이 커뮤니케’가 선포된 냉전 시기와 판이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1972년 당시는 소련에 맞서 중국과 손잡을 필요가 있었지만 소련은 무너진 지 오래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국을 노리면서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과거 상하이 커뮤니케 대신 대만 관계법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존 볼턴은 더 나아가 대만과의 군사 협력 확대까지 생각하고 있다.

“1972년과는 달리 오늘날은 대만과의 보다 긴밀한 군사 관계가 향후 (미국의) 목적 달성에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다.(Today, as opposed to 1972, a closer military relationship with Taiwan would be a significant step toward achieving these objectives)”라고 존 볼턴은 칼럼에서 밝혔다. 거대한 중국이라도 급소는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중국’(ONE-CHINA)정책은 중국 외교안보의 근간이다. 중국은 대만뿐만 아니라 한반도도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내심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난 시진핑은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에 속해 있었다고 말한 것이 그 증거다.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온갖 편법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만약 ‘하나의 중국’ 정책이 흔들린다면 시진핑 체제는 물론이거니와 중국 공산당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다. 만약 본격적으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어 버린다면  대만 뿐만 아니라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지역의 독립 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한반도와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된다. 존 볼턴이 노린 중국의 급소인 것이다.

미국이 노린 중국의 급소

사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이미 가동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은 대만에 2013년 탱크킬러 아파치 30대를 판매했다. 대만 공군의 F-16A/B형의 업그레이드 작업은 진행 중이다.

미국산 전투기를 들여올 수 없게 되자 자체 제작한 경국 전투기
미국산 전투기를 들여올 수 없게 되자 자체 제작한 경국 전투기

존 볼턴은 “미국은 대만에 무기 수출을 해야함은 물론 미국의 군사고문단 및 군사자산도 급파해서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미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존 볼턴이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에 있는 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급진전 될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지난 3월 20일 존 볼턴과의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곧 있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앵커가 질문했다. 이에 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하면서 특히 북한의 이중적 사고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한 환상도 없으며 시간 낭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그의 발언을 통해 김정은에 대한 백악관의 방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회담이 시작되면 초반부터 명백하게 북한이 진지하게 회담에 임하는지, 아니면 단지 게임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은 진정한 비핵화를 원하는 것이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 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한다면 시간 낭비를 피하고자 아마 회담장을 떠날 겁니다”라는 그의 발언이다. 이 점을 놓고 본다면 당장 미·북 평화회담이나 미·북 국교 수립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이 북한에 놀아난 전례는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다만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과거 1차 핵위기 때처럼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응해주는 것처럼 하면서 시간벌기를 하는 경우다. 이와 같은 북한의 시간벌기 술수에 대해 존 볼턴은 단호한 입장이다.

“북한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반복한 행동은 이란을 따라 하는 협상의 위장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해결을 위한 노력 가운데 북한의 술책에 두 번 다시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김정은이 북핵 폐기에 응한다면 그 대가로 미·북 수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전단계로 미국은 완전한 북핵 폐기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가 아닌 직접 핵사찰에 들어갈 것이다. 평양에 미국 사무소를 설치하고 리비아식 핵폐기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 미국의 의중이다.

리비아식 핵폐기법은 2003년 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전격 발표하고 미국과 관계 개선에 돌입한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정권 교체로 갈 가능성은 미지수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 정권이 몰락하거나 교체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고 리비아식 핵폐기에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북핵 폐기가 목적일 뿐이다. 반대로 김정은이 버티기로 나선다면 회담은 결렬될 것이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ONE-CHINA정책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존 볼턴이 의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대신 대만이 미국의 동아시아 파트너로 체인지 될지도 모른다.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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